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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평화연대"베트남전쟁 진상규명, 될 때까지 계속 요구한다" - 베트남전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2024.2.1)
베트남전쟁 진상규명, 될 때까지 계속 요구한다
- 베트남전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2024.2.1) -
지난 1월 베트남에 다녀온 <끝나지 않는 이야기> 평화기행단과 한베평화재단이 국회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2월 1일(목) 오전 10시 4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국회 기자회견>에 무소속 윤미향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민형배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김복동의 희망이 공동으로 이번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2024년은 베트남전 한국군 파병 6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1999년부터 한국 시민 사회가 한국 정부에 진상조사와 진실규명, 베트남의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해왔습니다. 2020년부터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이 국가배상소송을 시작해 2023년 2월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음에도 한국 정부는 항소를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2023년에는 진실화해위원회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조사 각하 결정을 내렸고 현재 베트남의 피해자들과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되었고 21대 국회에서는 2023년 2월에 국회의원 25명(대표 발의 강민정 의원)이 힘을 모아 다시금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후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상임위에서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아무런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고 공청회조차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정체되어 있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 문제 진상규명의 진전을 촉구하는 베트남의 피해자와 한국 시민사회의 갈망을 다시 모은 자리였습니다.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베트남전 특별법 제정을 당장 희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늘의 목소리가 22대 국회에서의 특별법안 발의와 제정으로 이어지리라 믿으며 진실규명을 염원하는 베트남 피해자의 목소리에 더 많은 한국 시민 분들의 연대가 지속되리라 믿습니다.
특히 오늘 기자회견에는 베트남 평화기행 참가자 분들이 많이 참여해주셨습니다. 평화기행에서 만난 피해자 분들의 증언과 진상규명에 대한 그분들의 염원을 한국에 돌아가 꼭 전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한 작은 행동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 님이 영상 발언으로 한국 정부의 진실 인정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베트남의 피해자 분들 그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의 시민 분들과 함께 한베평화재단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오늘 기자회견 주요 발언 내용과 기자회견문을 아래에 공유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미향 의원
<발언문 1: 윤미향 의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오늘 우리는 베트남전쟁 시기의 잘못된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지난 1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베트남에 직접 방문하여,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만나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고 돌아온 시민들과 함께하기에 더욱 뜻깊은 자리입니다.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국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베트남 피해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수 차례 진상조사 요구를 해왔습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죄의 뜻을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베트남을 방문하여 유감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지원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실을 부인하는 것도 모자라 피해자를 모욕하는 2차 가해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 영상을 통해 증언해주신 응우옌티탄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 결과를 봐도,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가 드러납니다.
응우옌티탄씨는 대표적인 베트남전 한국군 학살로 알려진 퐁니·퐁녓 학살 피해자입니다. 희생자 절반 이상이 여성이고, 어린아이 노인도 34명이나 있었던 참혹한 인권침해참상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가 남아있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피해 사진, 퐁니마을의 공격 주체가 한국군이라고 밝히고 있는 목격자 진술 보고서 등 공식 기록마저 부인했습니다.
오늘 부득이하게 기자회견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베트남전 참전군인 송정근 목사도 언론을 통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가해 사실을 증언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민간민 학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자의 인권회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뜻을 전해주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를 정부와 피해자와의 개별적인 소송으로 피해사실을 규명하고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미 국회에는 저를 비롯한 동료의원이 마련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잘못된 역사를 스스로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역사를 직시할 수 있는 용감한 반성과 성찰은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대한민국과 베트남 양국의 상호협력 및 발전과 미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은 여야 협력으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오늘 기자회견에 함께한 국회의원들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일을 시민들과 함께 앞으로 더 가열차게 추진하겠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베트남전 진상규명 특별법안이 조속히 논의되고 거당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영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발언문2. 퐁니·퐁녓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한국에 계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1968년 퐁니 마을에서의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입니다. 오늘 저는 한국 정부가 항소한 것과 참전군인들로 인해 제가 너무도 고통받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학살 사건이 벌어진 것은 정말로 진실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가 진실을 말하러 한국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 정부와 참전군인들이 책임을 인정하길 바라며 진실을 회피하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다고 말씀드립니다. 사건의 진실이 하루속히 규명되어 우리 피해자들의 고통이 경감될 수 있도록 한국의 시민들과 변호사들이 저를 도와주고 응원해주길 바랍니다.
한국 정부가 항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너무도 고통스러웠습니다. 1심에서 승소를 했는데 어째서 한국 정부가 항소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것입니까. 저는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한국 정부와 참전군인들이 사건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마땅하며 그것은 분명 너무도 값진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 정부는 항소를 이어가는 것입니까. 저는 도무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 퐁녓과 퐁니 마을의 피해자들과 주민들도 항소 소식을 듣고 너무도 화가 났습니다. 어째서 계속 항소를 이어가며 계속 회피만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 주민들은 너무도 고통스럽습니다. 이번 항소와 이후의 재판에서도 한국의 시민 여러분이 우리 피해자들을 응원해주길 바라며 함께 사건의 진실이 빛을 볼 수 있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문제가 지속된 점에도 저는 너무도 갑갑한 심경입니다. 한국 정부와 참전군인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일로 우리 피해자들이 감내하고 있는 커다란 고통을 더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더 많은 분들이 우리 피해자들을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친구들, 한국 시민 여러분의 건강을 축원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국가배상소송 원고측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한베평화재단 이사)
<발언문3. 국가배상소송 원고측 대리인단 임재성 변호사>
(중략) 작년 2월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역사적인 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베트남 등과 관련하여 국가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는 없었습니다.
그러한 역사적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한 다수가 이 문제가 정말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일이구나, 조금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되겠구나라고 하는 생각의 변화를 기대했지만 사실 그런 변화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실제로 현장에서 운동을 하면서 저희가 느끼는 것은 반대하는 쪽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반대하는 목소리에 무게를 실어준 건 지금의 정부입니다.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나가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이 없었다라고 공식적으로 인정까지 했습니다.
(중략) 최근 항소심 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베트남 정부의 조사 보고서들은 공산주의 정권이 만든 거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지금 기획된 소송을 배후가 의심스러운 소송을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차마 대한민국 국가 수준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가 뒤로 후퇴하고 있는 것들을 많이 목도하고 있지만 이 문제 역시 그러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요.
사실 20대 국회에서 특별법이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서는 이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못한 채 결국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됐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이런 법안을 발의하고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오히려 표에 굉장히 마이너스가 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0대 국회에서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더 많이 폐기됐지만 그래도 21대 국회에서는 이렇게 많은 무관심과 맞서서 이런 법안이 발의됐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하는 소수의 국회의원들이 생겼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번 임기 중에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는 어쩔 수 없는 마음과 더해서 조금이라도 이 사회에서 이 문제가 진전되어야 되겠다는, 아주 정말 어쩔 수 없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22대 국회에서는 보다 더 많은 의원들과 함께 법안을 발의하고 그때는 정말로 진지하게 상임위에서 본회의에서 조금 더 진전된 논의가 있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진정한 평화의 우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평화기행 참가자이자 한베평화재단 소모임 <기기>의 멤버, 역사교육전공자 함수민 님 발언
<발언문4. 역사교육전공자 함수민>
안녕하세요. 저는 한베평화재단 주최로 지난 1월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었던 평화기행에 함께하였습니다. 32명으로 구성된 이번 평화기행단은 베트남 중부 꽝남성과 꽝응아이성의 빈호아, 퐁니·퐁녓, 하미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모두 과거 해병 제2 청룡여단이 주둔하였던 지역의 마을들로, 베트남 전쟁 시기 파병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이 발생하였던 곳이었습니다. 저희는 사건의 피해생존자분들을 만나, 과거 증언을 청취하였습니다.
그들은 떨리는 목소리와 상기된 얼굴로 고통스러운 듯 학살의 참상, 힘들게 ‘생존’하여 온 학살 이후 삶에 대하여 증언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해당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 베트남의 학살 피해지역을 방문해 온 것’에서 힘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또 미래세대의 기억은 ‘서로에 대한 혐오나 증오가 아닌, 평화를 바탕으로 한 교류의 모습으로 나아가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과거 학살 사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시인과 사죄가 꼭 필요하다’ 역설할 때만큼은, 그들은 누구보다도 단호하고 결연하였습니다.
피해생존자분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역사적 상처를 남긴 가해의 주체이자, 진실과 규명을 외면하였던 침묵의 주체, 대한민국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형언하기 어려운 ‘부끄러움’과 ‘죄송함’을 느꼈습니다. 기행이 끝날 무렵 저희는 1999년 베트남 민간인학살 문제를 한국 사회에 공론화하였던 구호, ‘미안해요 베트남’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다짐하였습니다. ‘미안함’에 담긴 다양한 감정들, 이를테면 생존자의 역사적 상처에 대한 공감과 지지, 침묵과 외면에 동참하여 온 스스로에 대한 성찰, 자국 가해 역사에 대하여 개인들이 질 수 있는 책임에 대한 고민 등 ‘미안함’이 포괄하여 온 맥락을 세밀하게 읽어내어 보자, 한국에 돌아가 미래세대에 관련 기억을 전달할 수 있도록 베트남 전쟁 ‘기억과 기념’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여 보자 다짐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국가는, 정부는 무엇을 하였습니까. 기행의 두 번째 날이던 2월 19일, 한국에서 퐁니·퐁녓 학살 관련 국가배상소송 2심의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국방부는 1심 재판부가 기각한 소멸시효 등의 논리를 되풀이하였습니다. 생존자의 소송 경위와 의도를 폄훼하며 학살 일체를 ‘거짓’ 취급하였습니다. 베트남 민간인학살 문제가 공론화된 이래로 약 25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태도는 ‘침묵, 외면, 부정’이라는 낡은 태도에 머물러있습니다. 진상조사를 요구하던 학살 피해생존자 103인의 청와대 청원을, 대한민국의 과거 학살 책임이 국내 재판 최초로 인정되었던 국가배상소송의 결과를, 하미 마을 학살 사건에 대한 진화위 조사 요청을 묵살해오지 않았습니까.
이번 평화기행의 이름처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속 피해생존자의 목소리가 실재합니다. 저희는 그것을 듣고, 보고, 느끼고 왔습니다. 피해생존자분께 ‘부디 건강히 오래오래 증언하여달라. 성실히 듣고 치열히 나누겠다’ 약속하였습니다. 그는 ‘계속 말할 것’이라 말하였습니다. 화자가 존재하나 듣는 이가 부재하였던, 피해자가 존재하나 가해자의 자리가 공석이었던, 대한민국 정부가 만들고 유지하여 온 외면과 부정의 역사는 하루빨리 중단되어야 합니다.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국가가 내보여야 할 역사적 책임의 한 모습이고 방식입니다. 앞선 국회에서도 특별 법안 입법이 논의되었습니다. 당시 국방부, 외교부, 국정원은 한·베 양국 관계와 국가 안보의 악화를 ‘우려’하였습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베트남 외교부는 2023년 3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하여 진실을 외면한 한국 정부를 비판하였고, 대한민국 국방부 항소에 유감을 표명하였습니다. ‘과거를 제쳐두는 것이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여도 된다는 뜻이 아님’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에 대한 침묵이 그간 대한민국을 반복된 폭력의 주체로 만들어 왔음을 기억하여야 할 것입니다. 베트남 전쟁 시기 파병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문제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십시오. 진상을 규명하여 결과를 공개하십시오. 사실을 시인하고 사죄하십시오. 피해생존자의 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약속하십시오. ‘미봉’이 아닌 ‘치유’로서 배상을 논의하십시오. 전쟁과 학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가해의 역사를 기억하십시오.
국회 본청 앞에서 다시 한번 평화의 마음을 모은 평화기행 참가자들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국회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피고 대한민국은 진실을 인정하고 국회는 베트남전 특별법을 제정하라
2024년은 베트남전 한국군 파병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64년 7월, 국군의 베트남전 해외 파병을 위한 제1차 파병안이 국회의 동의로 통과되어 베트남전 참전이라는 비극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대한민국 국회에 모인 우리는 60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베트남전 전쟁범죄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향해 다시 한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99년부터 한국 시민사회는 베트남의 수많은 피해자·유가족분들과 함께하며 한국 정부에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인정, 사죄를 끊임없이 요구했습니다. 그러한 연대와 투쟁 끝에 2023년 2월 우리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국가배상소송 1심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승소 판결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방부는 보란 듯이 항소했고 베트남 외교부가 이례적인 비판 성명을 냈음에도 항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9일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첫 번째 공판이 있었습니다. 1년간 항소를 준비한 피고 대한민국의 논리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정부 대리인단은 “원고가 소송을 한 경위와 의도가 불온하다”,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 “응우옌티탄과 그의 오빠 진술만 들었다” 등의 주장을 하며, 베트남 피해자의 증언은 물론 베트남 정부 측 자료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막무가내 입장으로 학살의 진실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사실 인정도 반성도 없는 한국 정부의 뻔뻔한 모습에 부끄러움은 한국 시민들의 몫이 되었고 베트남의 피해자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한국에서의 항소심 당일 오후, 한국 시민들과 국회의원으로 이루어진 베트남 평화기행단은 베트남 현지에서 퐁니·퐁녓 위령비를 찾아 원고 응우옌티탄 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한국 참전군인도 법정에서 학살을 증언했는데, 어째서 한국 정부가 항소를 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항소심에 따른 고통스러운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유가족이자 학살 현장 목격자인 응우옌득쩌이 님은 “배보상 같은 건 필요 없다. 바라는 것은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번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한국군 파병 60주년을 맞는 우리는 다시금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의 진실을 증언하는 또 다른 참전군인의 증언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겨레21>을 통해 공개된 참전군인 송정근 목사의 고백이 바로 그것입니다. 1965년 10월 파월1진으로 베트남에 파병된 그는 1966년 청룡부대가 푸옌성과 꽝응아이성에서 저지른 민간인학살 가해를 증언했습니다. 원고 응우옌티탄 님의 국가배상소송에서 퐁니·퐁녓 학살 사건을 증언했던 청룡부대원 류진성 님의 뒤를 이은 송정근 목사의 이번 증언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의 진실을 더욱 무겁게 한국 사회에 다시금 알리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전쟁범죄 책임을 외면하는 동안, 한국 시민들은 지속적으로 베트남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연대해 왔습니다. 베트남전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를 피해자의 소송이나 참전군인의 증언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1년 전 국회에서는 한국 시민사회의 이러한 열망을 담아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했으며, 베트남전 한국군에 의한 성폭력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도 발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회에서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제대로 된 논의는 물론 공청회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염원을 외면하는 처사이며, 60년 전 베트남전 파병안에 동의한 국회의 뼈아픈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며, 국제 인권규범과 평화의 가치를 수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국회가 베트남전쟁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는 한국 정부에 동조하는 행위입니다.
지금이라도 피고 대한민국은 베트남의 피해자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기고 있는 국가배상소송 항소를 중단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회는 하루속히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와 조치를 실행하여 입법부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베트남의 피해자들과 한국 시민들이 갈망하는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길입니다. 베트남전 파병 60주년을 맞는 올해, 대한민국의 베트남전 참전 과오를 반성하고 무너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에 더 많은 마음이 연대할 수 있기를 호소합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평화기행단이 이번에 만난 퐁니·퐁녓 학살 유가족 레딘믁 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부여잡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미래에 증오는 필요 없다. 다만 한국 정부가 학살의 진실을 인정하는 것만은 반드시 필요하다.”
2024년 2월 1일
국회의원 윤미향‧강민정‧강은미·민형배·송옥주·용혜인·윤영찬, 한베평화재단
2024년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베트남 평화기행단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김복동의 희망

국회 본청 앞에서 한베평화재단 멤버들의 피케팅 액션!
(왼쪽부터) 권현우 활동가, 임재성 이사, 아침 활동가
글| 권현우 활동가
사진| 윤미향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