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평화로 가는 길' 상영회 & 구수정, 임재성 이사 GV 이야기
- 베트남전 종전 48주년 베트남 다큐 상영회 -
한베평화재단 옥수수에서 진행된 다큐 상영회와 GV © 김창섭(이코노미 21)
한베평화재단 공간 ‘옥수수’가 평화의 기운으로 가득 찼습니다. 4월 27일(목) 저녁 19시 30분부터 진행된 베트남 다큐 <평화로 가는 길> 상영회에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습니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지 48주년이 되는 올해 2023년, 베트남전 종전일로 불리는 4월 30일을 앞두고 재단이 마련한 평화의 자리에 약 50명의 참가자 분들(신청자 60명)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다큐 <평화로 가는 길>은 퐁니·퐁녓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의 법정 투쟁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다큐를 만든 도안홍레 감독은 전쟁과 여성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평화로 가는 길>은 2023년 2월 베트남 국영방송(VTV)에서 방영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피해자 응우옌티탄의 국가배상소송에 집중하면서도 베트남의 피해자와 연대하며 평화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 시민사회의 발걸음도 함께 주목한 영화입니다.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문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구성했고 도안홍레 감독이 포착한 피해자 응우옌티탄과 평화활동가 구수정 두 사람의 깊은 연대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다큐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왼쪽부터) 임재성 이사, 구수정 이사, 아침 활동가.
한베평화재단으로 인연을 맺은 세 사람의 캐미도 돋보였던 시간 © 김창섭 (이코노미21)
영화도 좋았지만 이후 진행된 GV도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1999년부터 한국 사회에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문제를 알려온 구수정 평화활동가, 2015년부터 응우옌티탄과 연대하며 국가배상소송 원고측 대리인으로 함께하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은 한베평화재단 이사이기도 합니다. 재단의 평화교육 담당 활동가 '아침'의 능수능란한 사회로 GV가 약 80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영화 <평화로 가는 길>에는 응우옌티탄과 구수정의 각별한 사이가 눈에 띕니다. GV에서 구수정 이사는 2004년 퐁니·퐁녓 위령비 기공식 당시 응우옌티탄이 자신에게 “나도 말을 하고 싶다”라는 쪽지를 건넸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1999년에 베트남 중부의 수많은 한국군 피해 마을들을 다녔지만 이후 계속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마을은 제한적이었고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피해자들도 소수에 불과했던 어려움을 들려주었습니다. 평화활동가인 본인이 의도하지 않게 다른 마을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점에 대해서 늘 힘들었고 지금도 큰 마음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영화에는 응우옌티탄이 임 변호사에게 한국 정부의 항소 가능성을 듣고 법정 증언 전날 밤 악몽을 꾼 이야기가 나옵니다. 임 변호사는 퐁니·퐁녓학살 사건이 수많은 증거들을 갖추고 있어 이번 소송에서 사실관계만큼은 반드시 입증이 될 것이라 믿었지만 재판의 승패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1심 재판에서 승소하여 너무 다행이라고 밝힌 임 변호사는 피해자가 법정 증언을 앞둔 상황에서는 재판의 승소 가능성이나 항소 등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이야기해야 했던 점을 설명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소송도 운동의 일부라며 평화운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송에서 이겨도 한국 사회가 달라질 것이 없을 수 있다고 했고 그러한 점을 일제 강제동원 문제 소송의 예를 들어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구수정 이사는 24년째 베트남전쟁 평화운동을 지속하는 평화활동가로서 품고 있는
고민과 성찰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 김창섭 (이코노미21)
구수정 이사는 응우옌티탄의 승소 소식을 듣고 하루는 매우 기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는 다른 수많은 피해자들의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20년간 여러 마을에서 만난 피해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2019년 청원서를 받기 위해 20년만에 다시 찾아간 한 마을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피해자 할아버지가 자신을 기억하며 맞아준 이야기를 들려주며, 응우옌티탄의 국가배상소송이 물론 의미있는 투쟁이지만 소송에서 배제된 수많은 피해자들에게는 피해자 1인의 이러한 법정 투쟁이 어떤 의미에서는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본인은 시민평화법정과 국가배상소송 논의 초기에는 반대 입장이었지만 그럼에도 동의를 한 이유로는 첫째 응우옌티탄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둘째는 소송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베트남전쟁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의 현실에 대한
임재성 변호사의 가감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김창섭(이코노미21)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는 이번 국가배상소송 1심 승소 판결에 대한 한국 언론의 관심이 생각보다 적었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베트남전쟁 문제 뿐만 아니라 제주 4.3, 일제 강제동원 문제 등 여러 과거사 문제 재판의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자신이 20대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을 정도로 전쟁 자체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전쟁 책임과 관련된 과거사 문제들의 재판에 변호를 맡게 된 점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구수정 이사는 영화에서도 언급했던 학살 피해의 치유 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상처는 복구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굉장히 오랜 시간 (치유를 위해) 노력해 온 것 같지만 이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우리들의 기억 속에 사라져버립니다.”라면서 베트남전쟁과 같은 역사 문제에 해결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 시기에 한국 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광주 5.18, 제주 4.3의 역사를 기념관, 기록관, 박물관 등에 담는 사업에 주목했다고 했습니다. 전쟁 피해의 상처는 치유가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라면서 한베평화재단이 베트남전쟁 시민평화기록관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2심을 비롯한 향후 재판의 향방에 대한 임재성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소송은 소멸시효와 같은 법리적 쟁점으로 승패가 뒤집힐 수도 있으며 만약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할 경우 퐁니·퐁녓 학살 사건의 다른 피해자들이 판결 이후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점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응우옌티탄이 최종적으로 승소하더라도 원고는 배상금만 받고 한국 사회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냉정한 현실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소송의 바탕이 되는 평화운동의 확장과 시민사회의 성숙이 필요한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습니다.
행사 종료 예정 시간을 훌쩍 넘은 10시 경에 마무리가 되었을 정도로 이날 GV는
뜻깊은 대화들의 연속이었고 평화의 기운이 정말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 한베평화재단
다큐 <평화로 가는 길>을 계기로 한베평화재단의 구수정 이사, 임재성 이사의 베트남전쟁 문제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과 깊은 고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평화에 대한 깊은 갈증을 품고 재단을 찾아주신 여러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한베평화재단이 또 다른 평화의 공론장을 준비하여 초대장을 열심히 띄우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큐 상영관으로 변신한 한베평화재단의 중심 '옥수수' © 한베평화재단
다큐 <평화로 가는 길> 상영회 한 장면 © 한베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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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홍레 감독 소개

1974년에 태어난 도안홍레(Đoàn Hồng Lê)는 전쟁과 여성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베트남의 영화감독이다. 그의 아버지는 베트남전쟁 당시 종군기자였으며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마지막 공산주의자」가 2015년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그는 2016년부터 베트남전 한국군 전쟁범죄 문제에 천착하여 꽝남성 주이탄학살 피해 이야기를 담은 [미안해요 베트남],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와 라이따이한의 이야기를 다룬 [버려진 아이]를 선보였다.
2017년부터 감독은 퐁니·퐁녓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문제와 한국 시민사회의 평화운동을 카메라에 담았으며 2023년 2월에 「평화로 가는 길」이 베트남 국영방송 브이티브이(VTV)를 통해 방영되었다. 또한 감독은 1975년 4월 종전 직전 갓난아이를 보트피플로 보낸 베트남 여성이 다시 아이를 찾는 과정을 담은 작품 「어머니」(2020년)을 통해 큰 주목을 받았다. 베트남 대표일간지 탄니엔 신문, 지역 일간지 다낭 신문, 꽝남 신문 등에 기사, 칼럼을 기고하기도 한다. 다낭에서 태어나 현재 다낭에서 살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작품 이력>
2009년 「누구의 땅인가」(56분), 2011년 프랑스 Cameras des Champs 영화제 심사위원상, 2011년 베트남 국제단편영화제(YxineFF) 푸른 마음상
2011년 「어떤 진실도 단순하지 않다」(27분), 베트남텔레비전축제 감독상
2012년 「망각 속에서」(27분), 베트남텔레비전축제 금상
2013년 「이쪽 저쪽」(27분), 베트남텔레비전축제 금상
2015년 「마지막 공산주의자(원제: 아버지의 마지막 날)」(70분), 한국 DMZ 영화제 출품, 중국 더훙 영화제 최고감독상
2018년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기억하라」(26분), 2019년 베트남 최고감독상, 황금연상
2020년 「어머니」(45분), 이탈리아 Cefalu 영화제 심사위원상, 다낭시 문학예술최고상
* 다큐 <평화로 가는 길> 공동체 상영을 원하시는 분은 한베평화재단에 문의주세요.
감독과의 소통 및 한글 자막 영상본 공유 등에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
* 베트남 VTV 방송 홈피에서 다큐 <평화로 가는 길>(한글 자막 없음)과 다큐 소개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클릭 *
글 | 짜노 (권현우 활동가)
사진 | 이정란 활동가, 김창섭(이코노미21)
다큐 '평화로 가는 길' 상영회 & 구수정, 임재성 이사 GV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