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평화연대제1649차 수요시위 참여, 베트남전쟁 전시성폭력 연대 발언

제1649차 수요시위 참여, 베트남전쟁 전시성폭력 연대 발언



5월 22일(수)에 열린 제1649차 수요시위에 한베평화재단이 함께 했습니다.
<피스모모>의 주관으로 열린 오늘 시위에서 연대발언으로는 고양 덕양중학교의 박효은, 김율, 손연진 학생과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의 한혜인 연구위원, 한베평화재단의 권현우 사무처장, 김가연 피스모모 리서치랩 실장이 함께했습니다. 권현우 활동가는 연대 발언을 통해 베트남전 한국군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수요시위에서는 인권활동가 이용수 할머니도 함께 하셔서 독일 베를린 시장의 소녀상 철거 시사 발언과 일본 정부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의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전시성폭력의 진실을 회피하려는 국가주의, 남성중심주의, 반여성주의, 망각의 힘을 이겨내는 국경을 넘는 시민 연대와 평화의 힘을 더 크게 더 간절히 꿈꿔봅니다. 


 
사회를 맡은 피스모모 대표 문아영 님.
김소연 시인의 시를 낭독하며 참가자들과 평화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연대발언하고 있는 고양 덕양중학교 학생들


 
절절한 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잘못과 책임을 일갈하신 이용수 인권 활동가


 
발언하고 있는 한베평화재단 권현우 사무처장


한베평화재단 권현우 사무처장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한베평화재단에서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권현우 활동가라고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베트남전 한국군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문제는 약 130건의 학살, 약 1만 명의 희생자로 그 피해 규모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군 전시성폭력 문제는 그 피해 규모에 대한 추정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전시성폭력 문제의 특성상 피해자의 파악이 여타 전쟁범죄에 비해 더 어렵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 피해생존자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어려운 점 등이 베트남전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베트남전쟁은 이른바 촌락에서 벌어진 전쟁이었고 한국군은 민간인들과 자주 접촉하며 수색 섬멸 작전을 벌였습니다. ‘베트콩’ 수색을 위해 마을에 들어갔을 때 한국군이 마주했던 다수의 민간인들은 여성, 노인, 아이들이었습니다. 성인 남성들의 다수는 전선으로 떠났고 남은 여성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군의 총구 앞에선 여성들이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무사히 풀려나길 애원했지만 한국군이 집단학살을 저지른 퐁니·퐁녓, 하미, 빈호아, 빈안학살 등의 민간인학살 피해가 한국 사회에 알려져 있습니다.
하미학살에서는 만삭의 임신부였던 24세 응오티까이 님이 강간당한 후 살해당했습니다. 빈호아 마을의 증오비에는 2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했으며 7명의 임산부가 죽임을 당한 기록이 있습니다. 베트남전 한국군 최대 민간인학살인 빈안학살 사건 자료집에도 한국군에 의한 전시강간 기록이 있으며 빈안학살 위령제단에는 전시성폭력을 묘사한 벽화가 있기도 합니다. 한베평화재단이 베트남에서 수집한 한국군 민간인학살 자료들에는 모두 27건의 민간인학살에서 전시성폭력을 함께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입니다. 현재 국가배상소송이 진행 중인 퐁니·퐁녓학살 사건에서 전시 강간 피해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퐁니·퐁녓 희생자의 사진들은 우리에게 전시성폭력의 면면을 보여줍니다. 바로 한국군의 대검에 잔인하게 살해당한 20세 응우옌티탄 님의 처참한 주검입니다. 응우옌티탄의 마지막 모습은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의 상징적 증거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신체에 가해진 극도의 가혹행위를 보여준 전시성폭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 속에 전시성폭력이 존재했습니다. 2015년에는 정대협이 민간인학살 피해가 아닌 다양한 시공간에서 성폭력 피해를 겪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알렸습니다. 마을 수색 과정에서 체포되어 한국군 기지로 끌려와 피해를 당한 여성, 한국군 부대에서 잡부로 일하던 중 피해를 당한 여성, 마을에서 작전 중인 한국군과 마주쳐 피해를 입은 여성, 한국군이 주민을 집단 소개한 과정에서 별도의 장소로 끌려가 피해를 입은 경우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베트남 중부의 여성들 사이에서는 늘 한국군에 의한 강간 피해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있었습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은 위안소 설치를 검토했으나 추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방위적으로 벌어진 한국군에 의한 전시성폭력 사건들은 베트남의 수많은 여성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2016년 10월에는 한국군 전시성폭력 피해자 쩐티응아이 님 등 10명이 한국의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냈습니다. 2019년에는 영국에 한국군 전시성폭력 피해와 라이따이한의 고통을 담은 모자상이 건립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전 전시성폭력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젠더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남성중심주의와 가부장제에 내재되어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성이 전쟁을 통해 여성에게 발동되고 폭발하며 베트남전쟁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베트남전 한국군 전시성폭력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연계되어 한국, 베트남, 일본이 가해와 피해의 자리를 오가며 다투는 과거사 문제로 소비되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논하는 사이에 정작 피해자의 자리가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젠더적 관점을 통해 전시성폭력 문제에 온전한 이해와 접근을 이어가고 피해자의 자리와 우리의 자리를 함께 성찰하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평화운동을 통해 우리는 피해자 중심주의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 힘이 오늘 이 자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통해 전시성폭력 문제의 엄중함과 그 이야기의 해방을 한국 시민사회가 진심으로 성찰하고 행동한다면 베트남전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공감과 연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1대 국회에서는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되었고, 윤미향 국회의원이 전시성폭력 관련 내용을 더 보강한 특별법을 추가로 발의하기도 했지만 모두 다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와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국가주의, 남성중심주의, 반여성주의, 무관심과 망각에 억눌려 있는 베트남전 전시성폭력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되길 바랍니다. 피해자 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기억하며, 그들의 자리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이어가고,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연대의 힘을 모아 나아가는 것. 그것은 전세계에서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는 수요시위를 통해 한국 사회가 배운 것입니다. 베트남전쟁 문제와 베트남의 피해 여성들에게도 오늘 이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평화와 연대의 마음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현장에서는 시간 관계상 축약 발언하여 준비했던 발언문 전문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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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 회원 분들이 다수 참여한 이번 수요시위였습니다.
힘차게 당당하게 성명서를 낭독했습니다.



 <성명서>
제164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4월 19일 “일본군이 조선 여성을 강제 연행했다는 사실은 없고 성노예가 아니다”라고 일본군‘위안부’ 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검정에 통과시켰습니다. 일본에서는 “자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이들의 자기 긍정감의 향상에 연결된다.”라고 하며 일본 정부의 입장이 담긴 교과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드러날 때 한국에서는 반일 감정이 고조되거나, 이제 ‘아픈 과거는 딛고 새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라는 주장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애국심과 자긍심, 혹은 국가의 외교적·경제적 이익으로 포장되는 두 나라의 행보에 전쟁과 전쟁 속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목소리는 가려집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처럼 만들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정말 평화일까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다루며 국가이익, 국가안보라는 논리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감추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전쟁을 다루는 국가의 태도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전쟁 중에는 애국심, 용감함, 희생정신, 위대함, 숭고함으로 포장하여 살인을 정당화합니다. 전쟁 중의 여성에 대한 폭력도 전쟁을 수행 중인 이들을 위한 희생이거나 필요한 전략이었던 것처럼 정당화합니다. 전쟁 체제는 이렇게 유지됩니다. 언제고 국가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 여성을 포함한 우리 중 누군가의 생명과 안전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입니다. 전쟁의 위협과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안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하나.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이 받아 마땅한 대우를 받기를 염원합니다. 일본 정부는 ‘강제성이 없었다.’라는 이유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합니다. 하지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본질은 국가가 조직적· 체계적으로 위안소를 설치·운영하였다는 점과, 여성들을 감언·사기·기망·회유·강박으로 끌고 가서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2015 한일합의’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고 하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시민의 권익을 대표해야 할 국가가 이에 반해 내린 결정에 어떤 효력을 인정할 수가 있을까요? 일본 정부는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 법적 배상하십시오. 하나. 국가 중심, 영웅 중심의 전쟁 서사에서 배제되어 온 다양한 피해자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서 폭력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가 전쟁을 기억해 온 방식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폐쇄적이었습니다. 전쟁의 정당성을 위해서 타자를 적대화하면서 영웅 중심, 승리 중심의 전쟁을 기록하고, 국가가 인정한 공로와 희생이 더 고귀하고 중요한 것처럼 기억되는 과정에서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존재들의 이름은 지워졌습니다. 전쟁으로 인해서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존재, 전쟁의 상처와 고통으로 살아가는 존재들, 국가가 외면한 피해자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찾아내야 합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함께 기억하는 과정을 통해서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폭력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모두가 평화로울 방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 한국 정부는 무기 수출은 전쟁 속의 수많은 사람의 생사여탈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한국은 팔레스타인을 오랫동안 군사점령하고 집단학살을 저질러 온 이스라엘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팔아왔으며, 2023년 10월 이후로도 이스라엘에 최소 128만 달러(한화 약 17억 6천만 원)의 무기를 수출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인 가자지구에서는 지난 12일 누적 사망자가 3만 5,000명을 넘겼습니다. 이 중 60% 이상은 여성과 아이입니다. 한국 정부는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편협한 생각을 벗어나서 분쟁 중인 국가에 무기 수출을 중단하십시오.

 2024년 5월 22일 제164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와 피스모모 


오늘도 수요시위에도 어김없이 평화의 마음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수요시위 마지막에는 피스스모 참여자 분들이 단상에 올라
노래 '너를 보내고'와 '고향의 봄'을 합창하며 시위를 마무리했습니다.


한베평화재단에 수요시위 연대 발언을 제안해주신 <피스모모>와 
이번 수요시위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매주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수요 시위를 지켜나가고 계신 
정의연 활동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 정리 | 권현우 활동가
사진 | 피스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