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 응우옌티탄 국가배상소송 8차 변론기일(2022.08.09) -
법원 앞에서, 응우옌득쩌이(좌)와 응우옌티탄(우)
대한민국 법정 사상 최초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와 목격자의 법정 진술이 진행되었습니다. 2022년 8월 9일(화)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53호에서 퐁니·퐁녓 학살 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의 국가배상소송 8차 변론기일이 있었습니다. 이날 재판은 예상시간을 훌쩍 넘긴 밤 9시가 지나서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먼저 사건의 목격자인 응우옌득쩌이에 대한 증인 신문이 약 4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응우옌티탄에 대한 원고 당사자 신문이 약 2시간 30분 이루어졌습니다. 총 6시간 30분간 재판이 진행되었는데 그동안의 변론기일 중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된 재판이었습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응우옌득쩌이는 사건 당일 오전에 무전을 통해 “한국군이 퐁니·퐁넛 마을에서 주민들을 죽이고 있다”라는 소식을 듣고 마을에 찾아갔으며 1번 국도에서 목격한 광경에 대하여 “군인들이 마을 주민을 모아놓고 총을 난사하고, 주민들이 쓰러지면 수류탄을 던졌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또한 그는 사건 현장에 있었던 군인들이 한국군이라 확신하는 이유에 대하여 “사건 이전부터 한국군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외양을 보고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학살 직후 미군에 의해 촬영된 현장 사진(희생자 응우옌티탄 20세, 왼쪽 가슴과 한쪽 팔이 잘린 여성)에 대해서도 응우옌득쩌이는 “저 여성을 직접 봤다”며 “아직 살아 있는 상태라 구조해 다낭으로 후송했으나 이후 사망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건물 1층에서 응우옌득쩌이(좌)와 응우옌티탄(우)

재판장으로 당당히 걸어가고 있는 응우옌티탄
응우옌티탄에 대한 원고 당사자 신문에서도 가해 군인의 한국군 여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응우옌티탄은 “한국군은 쌍꺼풀 없는 얼굴 특징이 있다”며 “또 베트콩이라면 베트남어를 썼을 텐데,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고, 학살 직전에도 마을에서 한국군을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때 본 한국군과 외양이 똑같았다고 진술했습니다.
피고 대한민국 측 대리인의 질문 공세도 대단했습니다. 응우옌득쩌이와 응우옌티탄에 대한 신문 과정을 통해 당시 학살 피해가 한국군이 아닌 베트콩에 의한 소행임을 보여줄 수 있는 단서를 찾으려는 노력이었고 증언의 신빙성을 검증하려는 집요한 시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두 분은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로 당시 기억을 너무도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재판을 방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한국군에 의한 학살 피해 사실을 의심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언론에 보도가 되지는 않았으나 재판 당일은 통역 문제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응우옌티탄과 응우옌득쩌이의 꽝남성 말은 베트남 현지인이라도 출신 지역에 따라 듣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재판부에서 꽝남성 말 통역이 가능한 베트남인 통역사를 선정했으나 몇몇 내용에서는 통역에 오류가 있어 아주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변론기일에서 원고측 변호인단이 신청한 통역인으로 이번 통역이 진행되지 못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법정 출석 전 증인 신문에 대한 서약
치열했던 8차 변론기일이 끝난 늦은 시간에도 정말 많은 언론보도가 쏟아져나왔습니다. 재판 관련 상세한 내용이 담긴 주요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피해' 주장, 국내 법정서 첫 증언
[JTBC] "총을 겨눈 건 한국군이 맞다"...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목격자가 기억하는 그날
[세계일보] “쌍꺼풀 없는 눈에 얼룩무늬 군복…그들은 한국군이었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생존자 법정 증언
[노컷뉴스] 퐁니마을 학살 피해자, 첫 법정 증언…"'따이한'이 쐈다“
[뉴시스] "한국군, 가족에 총 쏴"…베트남인 첫 법정 증언
다음번 9차 변론기일은 2022년 11월 15일(화)에 있을 예정입니다. 이후에 있을 1심 선고는 2023년 1~2월 경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신문을 통해 응우옌티탄과 응우옌득쩌이 모두 재판부에 한국 정부의 진실과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진심 어린 목소리를 강하게 전했습니다.
2023년은 퐁니·퐁녓학살 55주기로 2월 3일(정월 1월 13일)에 마을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따이한 제사가 열립니다. 이날 제사에서 응우옌티탄의 1심 승소를 위한 축배를 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8차 변론기일을 마친 후 밤 9시 30분 경 법원 앞에서 "승소"를 외쳤습니다
글 | 권현우 활동가 (한베평화재단)
사진 | 김은석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