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공동성명서를 함께 낭독한 문학 연구자 이소정(한베평화재단 후원회원), 최나리 참여연대 활동가
6월 23일(화)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1만 시민 청원」 제출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주최했으며, 62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성명으로 함께했습니다.
1년째 답이 없는 1만 시민의 요구
지난해 10,541명의 시민들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진실규명과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대통령실에 청원을 제출했습니다. 청원에는 ▲국가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 수용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진상조사와 공식 사과 ▲국가 차원의 공식 기억과 피해 회복 조치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원 제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재명 정부는 아무런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진실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시민사회는 정부가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요구에 책임 있게 응답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베트남 피해자의 호소 "대통령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기자회견에서는 베트남 피해생존자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전해졌습니다.
영상으로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하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하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님은 영상 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며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퐁니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님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제가 바라는 것은 누구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진실이 인정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실과 고통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대통령님께서 양심에 따라 옳은 일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실을 인정하고 우리 피해자들에게 사과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습니다.
진실을 외면한 채 평화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청원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 각계 각층의 다양한 분들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 임재성 변호사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TF 단장) "2019년 정부는 비록 거부했지만 답변이라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는 아무런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사법 절차 뒤에 숨지 말고 베트남전 진실규명과 피해 회복에 대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 타리 활동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전쟁범죄를 저지른 국가의 시민으로서 우리는 진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요구해야 합니다. 베트남전의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오늘날 가자지구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전쟁과 학살에 연대하는 일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 신재욱 활동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군의 명예는 잘못을 숨기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과거의 가해를 인정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군이 가져야 할 책임과 명예입니다."
🗣️ 두부 활동가 (병역거부자, 한베평화재단) "진실을 외면한 채 평화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의 전쟁이 남긴 피해와 책임을 직면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무력으로 평화를 만들 수 없듯, 침묵으로 정의를 만들 수 없습니다."
🗣️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인권은 피해자의 국적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에는 사과를 요구하면서 베트남전 피해자들 앞에서는 침묵한다면, 보편적 인권이라는 원칙은 정당성을 잃게 됩니다."
이날 시민사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은 요구를 다시 한 번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1만 시민 청원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인 공식 답변
베트남전 국가배상소송 상고 취하와 판결에 따른 배상 이행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상조사와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 명예회복 및 피해회복 조치 마련
파병군인들이 겪은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와 책임 있는 대책 수립
청와대 경청수석실 관계자에게 시민사회 공동성명서와 피해생존자의 메세지를 전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공동성명과 두 피해생존자의 메시지를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인권은 보편이다, 베트남전도 예외 없다"는 대형 피켓팅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베트남전의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하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인권의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한 우리의 약속입니다.
1년 전 1만 시민이 대통령에게 보낸 질문은 아직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가 응답할 차례입니다.
* 하단에 공동 성명서와 기자회견 발언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
베트남전쟁에 침묵하는 보편적 인권은 없다 이재명 정부는 1만 시민 청원에 응답하라
-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 1만 시민 청원 제출 1주년, 청와대 앞 기자회견 성명서 -
꼬박 1년의 시간이 지났다. 2025년 6월 23일, 10,541명의 한국 시민들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들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에게 베트남전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청원은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과 전시 성폭력 등 베트남전쟁 시기 인권침해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회복을 위한 국가의 책임 이행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는 청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없이 어떠한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책임 회피이며 국가의 부작위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정부의 무책임 속에 피해자들이 진실규명의 책임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은 국가배상소송을 통해 법정에서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했고, 하미 마을의 피해자들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거부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소송 투쟁을 벌이고 있다. 1999년부터 피해자들이 직접 피해를 호소하고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힘겨운 싸움을 해야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고,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을 맞아 전달된 1만 청원의 외침은 이제는 정부가 나서라는 것이었다. 피해생존자들은 이제 고령과 병환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한 이재명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가자지구와 이란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비판하며 "보편적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제주4·3을 언급하며 국가폭력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 나치 전범처럼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러한 목소리는 유독 베트남전쟁 문제 앞에서만 멈춰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도 베트남전쟁 문제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역대 민주정부 대통령들이 베트남 방문 시기 과거사에 대한 유감과 성찰의 메시지를 밝혀왔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이재명 국회의원 시절에는 응우옌티탄의 국가배상소송 승소를 일본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와 비교하며 “대한민국의 문명국가로서의 입지를 명확히 보여준” 판결이라고 했다. 이제 대통령의 자리에 선 그가 달라질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전쟁범죄에 대한 국가의 원칙이 피해자의 국적에 따라 달라질 수 없으며, 세계 시민들 앞에서 대한민국이 과연 보편적 인권과 문명국가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베트남전 진실규명은 베트남 피해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2025년 1만 시민 청원은 베트남전 파병군인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함께 요구했다. 베트남전에서의 귀환 이후 전쟁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파병군인들을 정부가 무책임하게 방치하여 발생한 자살, 자해, 전쟁후유증에 대한 사실을 조사하라는 것이었다.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전쟁이 남긴 모든 상처를 직시하는 일이며, 피해자와 참전군인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외면해 온 책임을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다. 정부는 베트남 피해자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참전군인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응답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이재명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1만 시민이 제출한 베트남전 진실규명 청원에 공식적으로 응답하라. 둘째,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에 대한 상고를 즉각 취하하고 항소심 판결에 따라 응우옌티탄에게 배상하라. 셋째,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과 전시 성폭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와 진실규명에 착수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명예회복, 피해회복을 위한 제도적 조치를 마련하라. 넷째, 정부는 베트남전 파병군인 방치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며 공식 사과하라.
올해 베트남 중부의 수많은 학살 피해 마을에서는 60주기 위령제와 따이한 제사가 이어지고 있다. 전쟁범죄의 고통과 기억을 품고 있는 피해생존자들은 이제 고령과 병환으로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진실규명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또 한 명의 피해자가 진실을 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재명 정부는 베트남전쟁 인권침해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 보편적 인권과 국가폭력 책임의 원칙이 말이 아닌 실천임을 증명하라. 이재명 정부는 베트남전쟁 진실규명에 응답하라.
2026년 6월 23일
기자회견 성명서 연명 62개 단체/모임 일동
(가나다순) 강정일상저항행동, 개척자들,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국제민주연대, 극단 종이로 만든 배, 김복동희희망, 녹색당,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대안문화연대, 대전평화여성회, 대한예수교 장로회 언약교회(한익스프레스 이천물류창고 화재산재참사 고 김형주 님 유가족모임), 리영희재단, 멈 비엣남 (Mâm Việt Nam, 베트남에서 일하는 국제개발협력자들의 모임),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TF, 민족문제연구소, 박종철 합창단, 베트남평화의료연대, 보건의료 반전평화팀, 부루벨코리아노동조합, 부산자주연합, 부울경5.18민주유공자회,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뿌리의집, 서울민예총,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박한자유인, 식민지역사박물관, 아리아리불꽃, 아시아의 근대를 읽는 시간, 아시아의친구들,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아카이브 평화기억,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이스크라21, 인권운동사랑방, 전쟁없는세상,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중앙대학교 여성주의학회 여백, 지팡이사회적협동조합, 참여연대,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창작공동체 무적의무지개, 천주교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춘천교구 우리농본부, 청년기후긴급행동,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팔레스타인문화연대, 팔레스타인문화연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바닥, 하노이-호아빈 한국어 학습자 모임,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한국회복적정의협회, 한베평화재단, 희망세상일구는 구로여성회, (사)아디, (사)아시아이주여성센터, (사)충북민예총, (재)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SF 판타지 전문 도서관
대통령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 하미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의 1만 시민 청원 1주년 영상 메시지 -
그동안 저는 이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베트남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보니,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실망했습니다.
대통령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 고통은 이미 수년 동안 계속 이야기되어 온 것입니다. 대통령이 진실을 인정하고, 국방부를 비롯한 모든 관련 부처와 기관에 베트남 피해자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아픔이 위로받고,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저의 바람은 그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여 그들의 고통이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6년 6월 23일
하미 마을에서 응우옌티탄
제가 바라는 것은 누구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닙니다 - 퐁니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의 1만 시민 청원 1주년 메시지 -
저는 이 일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여러 차례 한국까지 직접 갔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한국에 가서 법원과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제가 바란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한국 정부가 상고를 취하하고, 진실을 받아들이며, 항소심 판결을 인정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지금까지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언제 결과가 나올지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 기간이 2년을 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는 너무 슬픕니다. 이제 제 나이도 많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진실이 인정되는 것을 보고, 한국 정부와 국방부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듣는 것이 제 유일한 바람입니다.
이 일이 계속 길어지기만 한다면 저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더는 기다리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제 이웃이나 지인들은 제가 두 번이나 소송에서 이겼다는 소식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상고를 제기했고, 제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는 거의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말 때문에 저 역시 큰 압박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이렇게 길어지면서 저는 마음이 아프고 너무 지쳐갑니다. 저는 너무 답답하고 억울합니다. 새 정부에 많은 기대를 걸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저는 그가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피해자들에게 직접 진실을 인정하는 말과 사과의 말을 전해줄 사람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지금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과거의 아픈 일들 역시 진지하게 언급되고, 진정성 있게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이 일을 끌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날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제 모두 노인이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많은 사람들이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계속 기다리기만 한다면, 결국 아무도 그 답을 들을 사람이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이것이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그 고통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얼마 남지 않은 피해생존자들이 한국 정부와 국방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평범한 시민이라 정치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고통받는 무고한 사람들의 아픔에 관심을 가진다면, 과거에 일어났던 고통 역시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쟁 속에서 가족과 친척을 잃은 베트남 사람들 또한 죄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모든 피해자들이 똑같이 공정한 대우를 받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릴 수 있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 국민에 대해 어떠한 원한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소송과 진상규명 과정에서, 저는 진실의 편에 서서 저를 도와준 많은 선한 한국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누구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진실이 인정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겪은 상실과 고통에 대해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는 대통령님께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 제게 남은 것은 실망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대통령님께서 양심에 따라 옳은 일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실을 인정하고, 우리 피해자들에게 사과해 주십시오."
2026년 6월 23일
퐁니 마을에서 응우옌티탄
* * * *
임재성 변호사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TF 단장)
안녕하세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베트남전 진실규명TF 단장 임재성 변호사입니다.
베트남전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있는 곳 앞에 여러 번 섰지만, 두 번의 기억이 강렬합니다. 첫 번째는 먼저 2019년 4월입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이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신분증, 그리고 피해 사실을 담아 ‘대통령 문재인’에게 청원을 했습니다. 진실을 조사해달라, 인정해달라, 사과해달라. 같은해 9월 국방부가 답변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한민국의, 최초의 공식적 서면 입장을 밝힌겁니다. 국방부는 ①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②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도 실시하지 않는다라는 했습니다. 당시 저희는 과거사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결정을 내려진 것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 답변을 대통령님이 아시느냐, 대통령님의 뜻이냐 물었습니다. 그리고 받았던 답은 이랬습니다. 대통령님이 검토하신 사안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이 문제에 대한 최종 입장이다.
두 번째는 1년전인 2025년 6월입니다. 피해자들은 다시 대통령실을 두드렸습니다. 이번에는 1만여명의 한국 시민들과 함께였습니다. 2019년과 2025년 사이, 한국 법원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중 퐁니 학살에 대해 민간인학살과 대한민국의 배상책임까지 인정했습니다. 저희는 다를 거라 생각했습니다.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요구도 훨씬 선명하고, 구체적이 되었습니다. 퐁니 사건 1, 2심 패소에도 불구하고 피고 대한민국이 대법원에 불복했다. 그 불복을, 그 상고를 취하해달라. 이후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라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있습니다. 이 사안을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의 중이라는 것. 이재명 정부가 다른 과거사 사건들에서 보였던 모습처럼 상고를 취하하자,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입장을 내자는 쪽과, 그러면 안된다, 아무것도 하면 안된다는 쪽.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대통령님, 두가지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답변을 주십시오. 최소한 2019년의 대한민국은 비겁했지만 솔직했습니다. 인정할 수 없다, 조사하지 않겠다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의 대한민국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겁한 답변이라고 해주십시오. 비판조차 받고 싶지 않다면 너무나 무책임합니다.
두 번째로, 당연하게 좋은 답변을 주십시오. 동시대 국제분쟁에 대해 보편적 인권을 선명하게 이야기는 이재명 정부가 우리가 책임져야 할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해서는 이중기준을 세운다면, 그건 너무나 부정의한 일입니다. 부도덕한 일입니다. 피해자들과 한국 시민사회가 힘들게 법원에서 싸워 1, 2심을 이겼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야당 대표 시절 1심 판결 선고를 두고 환영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판결이 지금 피고 대한민국의 불복으로 대법원에 있는데, 이것을 1년 넘게 그냥 두고만 있는 것이 과연 이재명 정부의 윤리입니까? 민감한 쟁점은 사법에 모든 것을 미뤄두고 정부는, 대통령은 눈감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책임입니까? 상고를 취하하고, 그 취하라는 행위와 함께 피해자를 존중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1년이나 결정하지 못할만큼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대법원에서 계속 중인 소송의 원고 응우옌티탄은 ‘대통령님께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 제게 남은 것은 실망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대통령님께서 양심에 따라 옳은 일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실을 인정하고, 우리 피해자들에게 사과해 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답변하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타리 활동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실무팀에서 활동하는 타리입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 민간인학살을 자행해 퐁니마을에서 74명이, 하미 마을에서 135명이 사망했습니다. 전쟁범죄를 저지른 전범국가에 속한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내가 속한 국가의 정부가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그에 따라 마땅한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고 강제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동안 그 책임을 은폐하고 방기해왔던 것이 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지, 왜 한국 사회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그토록 전쟁범죄 가해에 대해 무감각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규명하고 그 무감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을 내 일처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응우옌 티탄님께서 그동안 수없이 증언하고 요구해왔으며 사법부가 인정했습니다. 당장 정부가 해야 할 책임을 이행해야 합니다. 그것을 통해서 가해행위를 바로잡음으로써, 헌법아래 존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민간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우리 앞에서 육성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것을 외면한다는 것은 자신의 얼굴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치심을 느낀다면 더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베트남전에서 자행했던 한국군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하고, 책임을 이행한다는 것은 60년간 강제로 접혀있던 시간을 펼치는 것입니다. 펼쳐진 시간을 직면함으로써 가해성을 삭제하며 스스로 면책한 역사적 기억, 베트남 사회와 사람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태도, 전쟁과 민간인학살을 경제적 이해관계로 왜곡하는 폭력성을 바로잡아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사회가 탈식민으로 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국가간에 벌어지는 전쟁, 한 지역이나 인종을 몰살시키는 분쟁이 아니라 집단학살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민중들의 연대와 저항이 필수적입니다. 사실 유일한 방법입니다.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하고 있지만 1000일이 다되어가도록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와 연대하는 것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봅니다. 지배질서를 유지하고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제국주의적 폭력에 대항하고, 억압받는 피식민 민중들의 자결권을 존중하고, 군대와 경찰의 폭력에 스러져간 희생자들의 정의를 향한 요구에 응답하는 것은 한국사회를 바꾸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바꿉니다. 따라서 연대하는 것은 폭력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활동이며, 국가의 성격을 바꾸고, 정의없이 평화없다는 외침을 실현해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을 막아내야 한다는 책임과 연결됩니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게 하는 것, 그것을 수행함으로써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각인하고 갱신하도록 하는 것, 중단없이, 끊임없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게 하는 것. 인민들은 계속해서 국가를 감시하고 책임을 요구하고 국가의 폭력성에 저항하는 것. 그것을 계속해나갑시다.
긴급행동은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대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하는 9가지을 정리해서 제시했습니다. 대통령이 보편적 인권 운운했지만 아직도 가자지구 앞바다에서 한국석유공사를 철수시키지 않었고 해초 활동가 여권 효력을 복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롯해서 계속 요구하고 관철시키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투쟁!
<이재명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9가지>
1) 가자 앞바다에서 한국석유공사 철수시키기 – 이스라엘 식민 기업과 단 둘만의 팔레스타인 천연가스 수탈 그만 2) 해초 활동가 여권 효력 복구 – 가자지구 봉쇄가 불법이지 봉쇄를 깨는 게 불법이 아님 3)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사형법 등 규탄하기 – 기권은 이제 그만! 4) 가자지구 집단학살 현장에 복무한 한국인 9명 전쟁범죄 처벌 – 이스라엘 점령군이 직접 밝힌 수치 5) 주한 이스라엘 대사 추방– 기본 중의 기본 6) HD현대 굴착기 등 전쟁범죄에 사용되는 전략 물자 수출 중단 – 대 러시아 제재와 같게 7) 2024.11.21.에 국제형사재판소가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하겠다고 적극 선언하기 – 알제리, 아일랜드, 볼리비아, 핀란드 등등처럼 8) 2024.1.26. 시작한 국제사법재판소의 대 이스라엘 집단학살 재판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소국에 합류하기 – 스페인, 몰디브, 브라질, 네덜란드 등등처럼 9) 포괄적 무기금수조치 등 2024.9.18 유엔 총회 결의안 이행 – 점령국가 이스라엘과의 모든 군사, 외교, 경제, 상업, 금융, 투자, 무역 관계를 단절할 국제법상 의무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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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욱 활동가(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제가 속한 단체는 군 민주화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군 민주화와 관련한 여러 영역이 있겠지만 여기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과거 한국군이 저지른 폭력에 대한 사죄와 성찰입니다.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단순히 제도 개혁만이 아니라 군 스스로의 가해행위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3기까지 진행되면서 한국전쟁 전후 시기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진실은 많이 밝혀졌습니다. 베트남전쟁은 아직 정부 차원에서 진실규명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3기 위원장이 의지를 보인 만큼 이번에는 꼭 진실규명을 해야 합니다.
흔히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말할 때 몇 가지 과제를 뽑습니다. 진실규명, 가해자처벌, 재발방지, 배보상, 위령, 교육 등. 진실규명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이후 조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엄격한 증거주의를 내세우는 재판에서도 퐁니 탄 님의 국가배상소송이 2심까지 승소했다는 것은 이미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이 정말 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이 진실을 조사하고 인정하고, 또 여러 후속조치들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란의 주요한 행위자였던 군에 대한 개혁 조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몇몇 군인들의 부인과 면피성 발언에 부끄럽고 분노스럽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과정에서 몇몇 군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했습니다. 베트남전쟁과 관련해서도 몇몇 참전군인들이 당시의 일에 대한 사죄와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셨고, 또 당시 동원되었던 군인들이 겪었던 어려움 역시 말해주고 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군이 줄기차게 내세우는 명예입니다.
작년 10월, 지원을 받아서 베트남 평화기행에 다녀왔습니다. 그간 기자회견 때 노트북 화면 너머로만 뵈었던 탄 님을 비롯한 여러 당사자분들을 뵙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퐁니 탄 님께서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끝까지 함께 갑시다. 당시는 그 ‘함께’를 그저 연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전 진실규명은 한국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가해국 국민으로서의 성찰과 연루된 한 사람으로서의 책무를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며 참여하겠습니다.
두부 활동가(병역거부자, 한베평화재단)
안녕하세요.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에 대해 진상규명과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한베평화재단 활동가 두부입니다. 그리고 지난 2월 23일 입영일에 입영하지 않고, 군대와 대체복무까지 거부한 병역거부자이기도 합니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폭격으로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전쟁이 이어졌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참혹한 전쟁범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될지 알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더 나아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가자지구와 이란에서 벌어지는 전쟁범죄를 비판하며 “보편적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분명 환영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말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의 전쟁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전쟁을 마주하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말하려면, 이미 우리가 참여했던 전쟁이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보편적 인권을 말하려면, 베트남전쟁 당시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과 국가폭력의 역사 앞에서도 멈춰 서지 않아야 합니다.
그 시작이 바로 베트남전쟁 인권침해 진상규명입니다.
과거 전쟁의 과오를 성찰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일은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입니다. 진실을 외면한 채 평화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책임은 국가가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떠넘겨져 왔습니다.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 님은 진실화해위원회의 반복된 진실규명 거부로 인해 오랜 시간 고통과 절망 속에서 싸워야 했다고 말합니다.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 님은 베트남전쟁의 고통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자신이 바라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진실의 인정과 공식적인 사과라고 합니다.
두 분의 이야기는 같은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밝혀 달라는 것.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달라는 것. 그리고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전쟁 예방의 차원을 넘어,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가가 저지른 인권침해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다하는 것은 특별한 결단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1년 전, 1만 명의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베트남전쟁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는 아무런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쟁을 막는 일은 미래의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과거의 전쟁이 남긴 피해와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무력으로 평화를 만들 수 없듯, 침묵으로 정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에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십시오.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베트남전쟁 진실규명에 응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안녕하십니까. 녹색당 공동대표 김찬휘입니다.
앞서 많은 분들께서 작년 청원 이후 지난 1년 간 대통령실이 보여준 무책임한 침묵에 대해 잘 짚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조금 다른 각도에서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왜 대한민국의 정치는 반세기가 넘도록 이 문제를 이토록 지독하게 외면하고, 왜곡하고, 지연시켜 왔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동안 주류 정치권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뤄온 방식은 다음의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국익’이라는 이름의 외면이었습니다. 역대 정부는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베트남 전쟁을 미화했습니다. 수교 이후에도 '과거를 묻고 미래로 가자'는 베트남 정부의 공식 입장을, 역사를 외면하는 핑계로 삼았습니다. 정작 고통받은 피해 당사자가 진실규명과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데, 가해국의 정치가 진상을 고의로 은폐하고 ‘외교적 봉합’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불의를 자행해 왔던 것입니다.
둘째는 ‘참전용사 모독’이라는 프레임의 왜곡이었습니다. 진상규명 요구가 나올 때마다 주류 정치는 이를 '참전 군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로 매도하며 시민과 시민을 갈라치기 했습니다. 청년들을 국가폭력의 전장으로 동원했던 국가가, 이제는 자신들의 국가적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그분들을 다시 이용하는 참담한 왜곡입니다.
셋째는 사법부의 뒤에 숨은 비겁한 지연입니다. 2023년과 2025년, 대한민국 법원은 응우옌 티탄의 손을 들어주며 대한민국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그때 이 나라가 했어야 할 일은 상고가 아니라 공식 사죄였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즉각 상고했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기계적 변명 뒤에 숨어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이것은 생존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나시기만을 기다리는, 가장 잔인한 방식의 정치적 지연입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목소리는, 왜 베트남의 퐁니·하미 마을 앞에서는 멈춰서야 합니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인권은 보편성과 정당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편적 인권을 지키는 일은, 단지 과거의 피해자들에게 진 책임을 다하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시민들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핵심적인 안전장치입니다. 타국민의 고통을 '국가 발전'이나 '안보'라는 이름으로 묵살하는 국가는, 자국민의 고통 앞에서도 똑같은 명분을 내세워 폭력을 정당화하기 마련입니다. 1968년 베트남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민간인에 대한 학살을 정당화하고 은폐했던 그 야만적인 힘은, 결국 1980년의 광주로, 그리고 이 땅의 수많은 국가폭력의 현장으로 이어져 우리 시민들을 향했습니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대한민국의 인정과 사죄는 베트남 피해자들에 대한 속죄일 뿐만 아니라, ‘국가폭력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절대 원칙을 우리 사회 한복판에 세우는 일입니다. “한국군은 백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드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한다”는 주월한국군사령관의 뻔뻔스런 거짓말을 드러내고, 이를 바로잡는 일입니다.
청원서를 제출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났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촉구합니다. 사법부의 판결 뒤에 숨는 비겁한 정치를 당장 멈추십시오. 녹색당은 모든 피해자들의 존엄이 회복되는 그날까지, 국경을 넘은 보편적 인권의 연대로 끝까지 함께 서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자회견 사진 촬영에 도움을 주신 김창섭 님(소박한자유인 대표, 한베평화재단 후원회원)과 기자회견에 달려와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연대의 마음을 보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1만 시민 청원 1년
이재명 정부에 베트남전 진실규명 응답 촉구 기자회견
시민사회 공동성명서를 함께 낭독한 문학 연구자 이소정(한베평화재단 후원회원), 최나리 참여연대 활동가
6월 23일(화)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1만 시민 청원」 제출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주최했으며, 62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성명으로 함께했습니다.
1년째 답이 없는 1만 시민의 요구
지난해 10,541명의 시민들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진실규명과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대통령실에 청원을 제출했습니다. 청원에는 ▲국가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 수용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진상조사와 공식 사과 ▲국가 차원의 공식 기억과 피해 회복 조치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원 제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재명 정부는 아무런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진실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시민사회는 정부가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요구에 책임 있게 응답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베트남 피해자의 호소 "대통령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기자회견에서는 베트남 피해생존자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전해졌습니다.
영상으로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하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하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님은 영상 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며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퐁니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님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제가 바라는 것은 누구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진실이 인정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실과 고통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대통령님께서 양심에 따라 옳은 일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실을 인정하고 우리 피해자들에게 사과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습니다.
진실을 외면한 채 평화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청원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 각계 각층의 다양한 분들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 임재성 변호사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TF 단장)
"2019년 정부는 비록 거부했지만 답변이라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는 아무런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사법 절차 뒤에 숨지 말고 베트남전 진실규명과 피해 회복에 대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 타리 활동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전쟁범죄를 저지른 국가의 시민으로서 우리는 진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요구해야 합니다. 베트남전의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오늘날 가자지구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전쟁과 학살에 연대하는 일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 신재욱 활동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군의 명예는 잘못을 숨기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과거의 가해를 인정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군이 가져야 할 책임과 명예입니다."
🗣️ 두부 활동가 (병역거부자, 한베평화재단)
"진실을 외면한 채 평화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의 전쟁이 남긴 피해와 책임을 직면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무력으로 평화를 만들 수 없듯, 침묵으로 정의를 만들 수 없습니다."
🗣️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인권은 피해자의 국적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에는 사과를 요구하면서 베트남전 피해자들 앞에서는 침묵한다면, 보편적 인권이라는 원칙은 정당성을 잃게 됩니다."
이날 시민사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은 요구를 다시 한 번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청와대 경청수석실 관계자에게 시민사회 공동성명서와 피해생존자의 메세지를 전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공동성명과 두 피해생존자의 메시지를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인권은 보편이다, 베트남전도 예외 없다"는 대형 피켓팅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베트남전의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하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인권의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한 우리의 약속입니다.
1년 전 1만 시민이 대통령에게 보낸 질문은 아직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가 응답할 차례입니다.
* 하단에 공동 성명서와 기자회견 발언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
베트남전쟁에 침묵하는 보편적 인권은 없다
이재명 정부는 1만 시민 청원에 응답하라
-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 1만 시민 청원 제출 1주년, 청와대 앞 기자회견 성명서 -
꼬박 1년의 시간이 지났다. 2025년 6월 23일, 10,541명의 한국 시민들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들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에게 베트남전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청원은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과 전시 성폭력 등 베트남전쟁 시기 인권침해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회복을 위한 국가의 책임 이행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는 청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없이 어떠한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책임 회피이며 국가의 부작위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정부의 무책임 속에 피해자들이 진실규명의 책임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은 국가배상소송을 통해 법정에서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했고, 하미 마을의 피해자들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거부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소송 투쟁을 벌이고 있다. 1999년부터 피해자들이 직접 피해를 호소하고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힘겨운 싸움을 해야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고,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을 맞아 전달된 1만 청원의 외침은 이제는 정부가 나서라는 것이었다. 피해생존자들은 이제 고령과 병환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한 이재명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가자지구와 이란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비판하며 "보편적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제주4·3을 언급하며 국가폭력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 나치 전범처럼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러한 목소리는 유독 베트남전쟁 문제 앞에서만 멈춰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도 베트남전쟁 문제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역대 민주정부 대통령들이 베트남 방문 시기 과거사에 대한 유감과 성찰의 메시지를 밝혀왔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이재명 국회의원 시절에는 응우옌티탄의 국가배상소송 승소를 일본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와 비교하며 “대한민국의 문명국가로서의 입지를 명확히 보여준” 판결이라고 했다. 이제 대통령의 자리에 선 그가 달라질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전쟁범죄에 대한 국가의 원칙이 피해자의 국적에 따라 달라질 수 없으며, 세계 시민들 앞에서 대한민국이 과연 보편적 인권과 문명국가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베트남전 진실규명은 베트남 피해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2025년 1만 시민 청원은 베트남전 파병군인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함께 요구했다. 베트남전에서의 귀환 이후 전쟁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파병군인들을 정부가 무책임하게 방치하여 발생한 자살, 자해, 전쟁후유증에 대한 사실을 조사하라는 것이었다.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전쟁이 남긴 모든 상처를 직시하는 일이며, 피해자와 참전군인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외면해 온 책임을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다. 정부는 베트남 피해자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참전군인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응답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이재명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1만 시민이 제출한 베트남전 진실규명 청원에 공식적으로 응답하라.
둘째,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에 대한 상고를 즉각 취하하고 항소심 판결에 따라 응우옌티탄에게 배상하라.
셋째,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과 전시 성폭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와 진실규명에 착수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명예회복, 피해회복을 위한 제도적 조치를 마련하라.
넷째, 정부는 베트남전 파병군인 방치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며 공식 사과하라.
올해 베트남 중부의 수많은 학살 피해 마을에서는 60주기 위령제와 따이한 제사가 이어지고 있다. 전쟁범죄의 고통과 기억을 품고 있는 피해생존자들은 이제 고령과 병환으로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진실규명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또 한 명의 피해자가 진실을 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재명 정부는 베트남전쟁 인권침해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 보편적 인권과 국가폭력 책임의 원칙이 말이 아닌 실천임을 증명하라. 이재명 정부는 베트남전쟁 진실규명에 응답하라.
2026년 6월 23일
기자회견 성명서 연명 62개 단체/모임 일동
(가나다순) 강정일상저항행동, 개척자들,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국제민주연대, 극단 종이로 만든 배, 김복동희희망, 녹색당,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대안문화연대, 대전평화여성회, 대한예수교 장로회 언약교회(한익스프레스 이천물류창고 화재산재참사 고 김형주 님 유가족모임), 리영희재단, 멈 비엣남 (Mâm Việt Nam, 베트남에서 일하는 국제개발협력자들의 모임),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TF, 민족문제연구소, 박종철 합창단, 베트남평화의료연대, 보건의료 반전평화팀, 부루벨코리아노동조합, 부산자주연합, 부울경5.18민주유공자회,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뿌리의집, 서울민예총,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박한자유인, 식민지역사박물관, 아리아리불꽃, 아시아의 근대를 읽는 시간, 아시아의친구들,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아카이브 평화기억,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이스크라21, 인권운동사랑방, 전쟁없는세상,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중앙대학교 여성주의학회 여백, 지팡이사회적협동조합, 참여연대,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창작공동체 무적의무지개, 천주교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춘천교구 우리농본부, 청년기후긴급행동,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팔레스타인문화연대, 팔레스타인문화연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바닥, 하노이-호아빈 한국어 학습자 모임,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한국회복적정의협회, 한베평화재단, 희망세상일구는 구로여성회, (사)아디, (사)아시아이주여성센터, (사)충북민예총, (재)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SF 판타지 전문 도서관
대통령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 하미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의 1만 시민 청원 1주년 영상 메시지 -
그동안 저는 이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베트남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보니,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실망했습니다.
대통령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 고통은 이미 수년 동안 계속 이야기되어 온 것입니다. 대통령이 진실을 인정하고, 국방부를 비롯한 모든 관련 부처와 기관에 베트남 피해자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아픔이 위로받고,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저의 바람은 그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여 그들의 고통이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6년 6월 23일
하미 마을에서 응우옌티탄
제가 바라는 것은 누구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닙니다
- 퐁니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의 1만 시민 청원 1주년 메시지 -
저는 이 일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여러 차례 한국까지 직접 갔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한국에 가서 법원과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제가 바란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한국 정부가 상고를 취하하고, 진실을 받아들이며, 항소심 판결을 인정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지금까지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언제 결과가 나올지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 기간이 2년을 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는 너무 슬픕니다. 이제 제 나이도 많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진실이 인정되는 것을 보고, 한국 정부와 국방부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듣는 것이 제 유일한 바람입니다.
이 일이 계속 길어지기만 한다면 저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더는 기다리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제 이웃이나 지인들은 제가 두 번이나 소송에서 이겼다는 소식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상고를 제기했고, 제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는 거의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말 때문에 저 역시 큰 압박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이렇게 길어지면서 저는 마음이 아프고 너무 지쳐갑니다. 저는 너무 답답하고 억울합니다. 새 정부에 많은 기대를 걸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저는 그가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피해자들에게 직접 진실을 인정하는 말과 사과의 말을 전해줄 사람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지금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과거의 아픈 일들 역시 진지하게 언급되고, 진정성 있게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이 일을 끌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날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제 모두 노인이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많은 사람들이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계속 기다리기만 한다면, 결국 아무도 그 답을 들을 사람이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이것이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그 고통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얼마 남지 않은 피해생존자들이 한국 정부와 국방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평범한 시민이라 정치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고통받는 무고한 사람들의 아픔에 관심을 가진다면, 과거에 일어났던 고통 역시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쟁 속에서 가족과 친척을 잃은 베트남 사람들 또한 죄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모든 피해자들이 똑같이 공정한 대우를 받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릴 수 있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 국민에 대해 어떠한 원한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소송과 진상규명 과정에서, 저는 진실의 편에 서서 저를 도와준 많은 선한 한국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누구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진실이 인정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겪은 상실과 고통에 대해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는 대통령님께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 제게 남은 것은 실망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대통령님께서 양심에 따라 옳은 일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실을 인정하고, 우리 피해자들에게 사과해 주십시오."
2026년 6월 23일
퐁니 마을에서 응우옌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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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성 변호사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TF 단장)
안녕하세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베트남전 진실규명TF 단장 임재성 변호사입니다.
베트남전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있는 곳 앞에 여러 번 섰지만, 두 번의 기억이 강렬합니다. 첫 번째는 먼저 2019년 4월입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이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신분증, 그리고 피해 사실을 담아 ‘대통령 문재인’에게 청원을 했습니다. 진실을 조사해달라, 인정해달라, 사과해달라. 같은해 9월 국방부가 답변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한민국의, 최초의 공식적 서면 입장을 밝힌겁니다. 국방부는 ①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②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도 실시하지 않는다라는 했습니다. 당시 저희는 과거사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결정을 내려진 것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 답변을 대통령님이 아시느냐, 대통령님의 뜻이냐 물었습니다. 그리고 받았던 답은 이랬습니다. 대통령님이 검토하신 사안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이 문제에 대한 최종 입장이다.
두 번째는 1년전인 2025년 6월입니다. 피해자들은 다시 대통령실을 두드렸습니다. 이번에는 1만여명의 한국 시민들과 함께였습니다. 2019년과 2025년 사이, 한국 법원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중 퐁니 학살에 대해 민간인학살과 대한민국의 배상책임까지 인정했습니다. 저희는 다를 거라 생각했습니다.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요구도 훨씬 선명하고, 구체적이 되었습니다. 퐁니 사건 1, 2심 패소에도 불구하고 피고 대한민국이 대법원에 불복했다. 그 불복을, 그 상고를 취하해달라. 이후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라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있습니다. 이 사안을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의 중이라는 것. 이재명 정부가 다른 과거사 사건들에서 보였던 모습처럼 상고를 취하하자,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입장을 내자는 쪽과, 그러면 안된다, 아무것도 하면 안된다는 쪽.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대통령님, 두가지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답변을 주십시오. 최소한 2019년의 대한민국은 비겁했지만 솔직했습니다. 인정할 수 없다, 조사하지 않겠다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의 대한민국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겁한 답변이라고 해주십시오. 비판조차 받고 싶지 않다면 너무나 무책임합니다.
두 번째로, 당연하게 좋은 답변을 주십시오. 동시대 국제분쟁에 대해 보편적 인권을 선명하게 이야기는 이재명 정부가 우리가 책임져야 할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해서는 이중기준을 세운다면, 그건 너무나 부정의한 일입니다. 부도덕한 일입니다. 피해자들과 한국 시민사회가 힘들게 법원에서 싸워 1, 2심을 이겼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야당 대표 시절 1심 판결 선고를 두고 환영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판결이 지금 피고 대한민국의 불복으로 대법원에 있는데, 이것을 1년 넘게 그냥 두고만 있는 것이 과연 이재명 정부의 윤리입니까? 민감한 쟁점은 사법에 모든 것을 미뤄두고 정부는, 대통령은 눈감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책임입니까? 상고를 취하하고, 그 취하라는 행위와 함께 피해자를 존중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1년이나 결정하지 못할만큼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대법원에서 계속 중인 소송의 원고 응우옌티탄은 ‘대통령님께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 제게 남은 것은 실망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대통령님께서 양심에 따라 옳은 일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실을 인정하고, 우리 피해자들에게 사과해 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답변하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타리 활동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실무팀에서 활동하는 타리입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 민간인학살을 자행해 퐁니마을에서 74명이, 하미 마을에서 135명이 사망했습니다. 전쟁범죄를 저지른 전범국가에 속한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내가 속한 국가의 정부가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그에 따라 마땅한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고 강제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동안 그 책임을 은폐하고 방기해왔던 것이 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지, 왜 한국 사회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그토록 전쟁범죄 가해에 대해 무감각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규명하고 그 무감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을 내 일처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응우옌 티탄님께서 그동안 수없이 증언하고 요구해왔으며 사법부가 인정했습니다. 당장 정부가 해야 할 책임을 이행해야 합니다. 그것을 통해서 가해행위를 바로잡음으로써, 헌법아래 존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민간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우리 앞에서 육성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것을 외면한다는 것은 자신의 얼굴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치심을 느낀다면 더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베트남전에서 자행했던 한국군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하고, 책임을 이행한다는 것은 60년간 강제로 접혀있던 시간을 펼치는 것입니다. 펼쳐진 시간을 직면함으로써 가해성을 삭제하며 스스로 면책한 역사적 기억, 베트남 사회와 사람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태도, 전쟁과 민간인학살을 경제적 이해관계로 왜곡하는 폭력성을 바로잡아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사회가 탈식민으로 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국가간에 벌어지는 전쟁, 한 지역이나 인종을 몰살시키는 분쟁이 아니라 집단학살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민중들의 연대와 저항이 필수적입니다. 사실 유일한 방법입니다.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하고 있지만 1000일이 다되어가도록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와 연대하는 것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봅니다. 지배질서를 유지하고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제국주의적 폭력에 대항하고, 억압받는 피식민 민중들의 자결권을 존중하고, 군대와 경찰의 폭력에 스러져간 희생자들의 정의를 향한 요구에 응답하는 것은 한국사회를 바꾸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바꿉니다. 따라서 연대하는 것은 폭력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활동이며, 국가의 성격을 바꾸고, 정의없이 평화없다는 외침을 실현해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을 막아내야 한다는 책임과 연결됩니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게 하는 것, 그것을 수행함으로써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각인하고 갱신하도록 하는 것, 중단없이, 끊임없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게 하는 것. 인민들은 계속해서 국가를 감시하고 책임을 요구하고 국가의 폭력성에 저항하는 것. 그것을 계속해나갑시다.
긴급행동은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대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하는 9가지을 정리해서 제시했습니다. 대통령이 보편적 인권 운운했지만 아직도 가자지구 앞바다에서 한국석유공사를 철수시키지 않었고 해초 활동가 여권 효력을 복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롯해서 계속 요구하고 관철시키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투쟁!
<이재명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9가지>
1) 가자 앞바다에서 한국석유공사 철수시키기 – 이스라엘 식민 기업과 단 둘만의 팔레스타인 천연가스 수탈 그만
2) 해초 활동가 여권 효력 복구 – 가자지구 봉쇄가 불법이지 봉쇄를 깨는 게 불법이 아님
3)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사형법 등 규탄하기 – 기권은 이제 그만!
4) 가자지구 집단학살 현장에 복무한 한국인 9명 전쟁범죄 처벌 – 이스라엘 점령군이 직접 밝힌 수치
5) 주한 이스라엘 대사 추방– 기본 중의 기본
6) HD현대 굴착기 등 전쟁범죄에 사용되는 전략 물자 수출 중단 – 대 러시아 제재와 같게
7) 2024.11.21.에 국제형사재판소가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하겠다고 적극 선언하기 – 알제리, 아일랜드, 볼리비아, 핀란드 등등처럼
8) 2024.1.26. 시작한 국제사법재판소의 대 이스라엘 집단학살 재판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소국에 합류하기 – 스페인, 몰디브, 브라질, 네덜란드 등등처럼
9) 포괄적 무기금수조치 등 2024.9.18 유엔 총회 결의안 이행 – 점령국가 이스라엘과의 모든 군사, 외교, 경제, 상업, 금융, 투자, 무역 관계를 단절할 국제법상 의무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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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욱 활동가(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제가 속한 단체는 군 민주화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군 민주화와 관련한 여러 영역이 있겠지만 여기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과거 한국군이 저지른 폭력에 대한 사죄와 성찰입니다.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단순히 제도 개혁만이 아니라 군 스스로의 가해행위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3기까지 진행되면서 한국전쟁 전후 시기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진실은 많이 밝혀졌습니다. 베트남전쟁은 아직 정부 차원에서 진실규명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3기 위원장이 의지를 보인 만큼 이번에는 꼭 진실규명을 해야 합니다.
흔히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말할 때 몇 가지 과제를 뽑습니다. 진실규명, 가해자처벌, 재발방지, 배보상, 위령, 교육 등. 진실규명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이후 조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엄격한 증거주의를 내세우는 재판에서도 퐁니 탄 님의 국가배상소송이 2심까지 승소했다는 것은 이미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이 정말 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이 진실을 조사하고 인정하고, 또 여러 후속조치들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란의 주요한 행위자였던 군에 대한 개혁 조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몇몇 군인들의 부인과 면피성 발언에 부끄럽고 분노스럽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과정에서 몇몇 군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했습니다. 베트남전쟁과 관련해서도 몇몇 참전군인들이 당시의 일에 대한 사죄와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셨고, 또 당시 동원되었던 군인들이 겪었던 어려움 역시 말해주고 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군이 줄기차게 내세우는 명예입니다.
작년 10월, 지원을 받아서 베트남 평화기행에 다녀왔습니다. 그간 기자회견 때 노트북 화면 너머로만 뵈었던 탄 님을 비롯한 여러 당사자분들을 뵙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퐁니 탄 님께서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끝까지 함께 갑시다. 당시는 그 ‘함께’를 그저 연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전 진실규명은 한국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가해국 국민으로서의 성찰과 연루된 한 사람으로서의 책무를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며 참여하겠습니다.
두부 활동가(병역거부자, 한베평화재단)
안녕하세요.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에 대해 진상규명과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한베평화재단 활동가 두부입니다. 그리고 지난 2월 23일 입영일에 입영하지 않고, 군대와 대체복무까지 거부한 병역거부자이기도 합니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폭격으로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전쟁이 이어졌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참혹한 전쟁범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될지 알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더 나아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가자지구와 이란에서 벌어지는 전쟁범죄를 비판하며 “보편적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분명 환영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말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의 전쟁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전쟁을 마주하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말하려면, 이미 우리가 참여했던 전쟁이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보편적 인권을 말하려면, 베트남전쟁 당시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과 국가폭력의 역사 앞에서도 멈춰 서지 않아야 합니다.
그 시작이 바로 베트남전쟁 인권침해 진상규명입니다.
과거 전쟁의 과오를 성찰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일은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입니다. 진실을 외면한 채 평화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책임은 국가가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떠넘겨져 왔습니다.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 님은 진실화해위원회의 반복된 진실규명 거부로 인해 오랜 시간 고통과 절망 속에서 싸워야 했다고 말합니다.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 님은 베트남전쟁의 고통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자신이 바라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진실의 인정과 공식적인 사과라고 합니다.
두 분의 이야기는 같은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밝혀 달라는 것.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달라는 것. 그리고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전쟁 예방의 차원을 넘어,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가가 저지른 인권침해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다하는 것은 특별한 결단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1년 전, 1만 명의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베트남전쟁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는 아무런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쟁을 막는 일은 미래의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과거의 전쟁이 남긴 피해와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무력으로 평화를 만들 수 없듯, 침묵으로 정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에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십시오.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베트남전쟁 진실규명에 응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안녕하십니까. 녹색당 공동대표 김찬휘입니다.
앞서 많은 분들께서 작년 청원 이후 지난 1년 간 대통령실이 보여준 무책임한 침묵에 대해 잘 짚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조금 다른 각도에서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왜 대한민국의 정치는 반세기가 넘도록 이 문제를 이토록 지독하게 외면하고, 왜곡하고, 지연시켜 왔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동안 주류 정치권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뤄온 방식은 다음의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국익’이라는 이름의 외면이었습니다. 역대 정부는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베트남 전쟁을 미화했습니다. 수교 이후에도 '과거를 묻고 미래로 가자'는 베트남 정부의 공식 입장을, 역사를 외면하는 핑계로 삼았습니다. 정작 고통받은 피해 당사자가 진실규명과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데, 가해국의 정치가 진상을 고의로 은폐하고 ‘외교적 봉합’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불의를 자행해 왔던 것입니다.
둘째는 ‘참전용사 모독’이라는 프레임의 왜곡이었습니다. 진상규명 요구가 나올 때마다 주류 정치는 이를 '참전 군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로 매도하며 시민과 시민을 갈라치기 했습니다. 청년들을 국가폭력의 전장으로 동원했던 국가가, 이제는 자신들의 국가적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그분들을 다시 이용하는 참담한 왜곡입니다.
셋째는 사법부의 뒤에 숨은 비겁한 지연입니다. 2023년과 2025년, 대한민국 법원은 응우옌 티탄의 손을 들어주며 대한민국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그때 이 나라가 했어야 할 일은 상고가 아니라 공식 사죄였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즉각 상고했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기계적 변명 뒤에 숨어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이것은 생존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나시기만을 기다리는, 가장 잔인한 방식의 정치적 지연입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목소리는, 왜 베트남의 퐁니·하미 마을 앞에서는 멈춰서야 합니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인권은 보편성과 정당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편적 인권을 지키는 일은, 단지 과거의 피해자들에게 진 책임을 다하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시민들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핵심적인 안전장치입니다. 타국민의 고통을 '국가 발전'이나 '안보'라는 이름으로 묵살하는 국가는, 자국민의 고통 앞에서도 똑같은 명분을 내세워 폭력을 정당화하기 마련입니다. 1968년 베트남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민간인에 대한 학살을 정당화하고 은폐했던 그 야만적인 힘은, 결국 1980년의 광주로, 그리고 이 땅의 수많은 국가폭력의 현장으로 이어져 우리 시민들을 향했습니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대한민국의 인정과 사죄는 베트남 피해자들에 대한 속죄일 뿐만 아니라, ‘국가폭력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절대 원칙을 우리 사회 한복판에 세우는 일입니다. “한국군은 백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드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한다”는 주월한국군사령관의 뻔뻔스런 거짓말을 드러내고, 이를 바로잡는 일입니다.
청원서를 제출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났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촉구합니다. 사법부의 판결 뒤에 숨는 비겁한 정치를 당장 멈추십시오. 녹색당은 모든 피해자들의 존엄이 회복되는 그날까지, 국경을 넘은 보편적 인권의 연대로 끝까지 함께 서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자회견 사진 촬영에 도움을 주신 김창섭 님(소박한자유인 대표, 한베평화재단 후원회원)과 기자회견에 달려와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연대의 마음을 보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진 │아침, 두부, 최나리, 김창섭
피해자 메세지 정리·번역│도안당땀바오
정리 │ 권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