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평화연대[스케치]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존재를 위한 추모미사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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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존재를 위한 추모미사



전쟁에서는 군인보다 더 많은 민간인들이 죽습니다. 전시성폭력이 없는 전쟁이 없고 자연에 대한 대규모의 파괴는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가장 큰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는 전쟁에서의 상처는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치유되거나 약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전쟁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했고 과거의 전쟁을 기억하고 성찰하기 보다는 전쟁을 통한 이익에 환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을 위한 군대와 무기들이 준비되어 있고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쉽게 전쟁이라는 수단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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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의 무관심에 잊혀져가는 수단의 자원쟁탈전은 총과 칼에 의한 사망보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많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가자에서는 폭격과 봉쇄로 굶주림과 쥐떼의 습격으로 열악한 환경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란에서도 지난 두 달간 12세 이하 어린이가 260명 넘게 사망하고 이란 내에서는 3천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의 광범위한 공격으로 사망자가 2,294명, 난민이 된 이들은 1백만명이 넘습니다.


이러한 전쟁의 시대에 우리는 고통을 기억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전쟁기념관은 전사한 군인들만을 추모의 대상으로 삼고 전쟁에 대비해서 강한 군사력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하는 거대한 공간입니다. 과거의 전쟁에 대한 성찰이 없는 전쟁기념관은 앞으로의 전쟁을 대비할 뿐입니다. 그래서 베트남의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60주기를 맞는 피해마을과 현재의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말없이 사라져가는 비인간존재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미사를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4월 25일(토) 3시에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된 추모 미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한베평화재단이 주관하고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 주최로 함께 했습니다. 모든 생명의 죽음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전례로 우리의 전쟁에 대한 책임을 고백하고 평화에 대한 실천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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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행사가 많은 4월이지만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존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베평화재단 이사장 강우일 주교님은 이날 강론을 통해 전쟁에 대한 성찰과 평화의 메세지를 전해주셨습니다.

 

“전쟁은 세상에 가장 고귀한 인간 생명을 수없이 살해하고 상처 입힙니다. 전쟁이 끝난 후 살아남은 가해자, 피해자 모두 인간 본성을 상실하고 인격이 파괴되고 평생 엄청난 외상후스트레스 후유증에 시달리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전쟁은 인간 생명만 파괴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더라!’라고 하시고 수십억 년 동안 가꾸어 주시고 키워내신 아름답고 조화로운 다른 피조물들에도 파괴와 멸종의 재앙을 몰고 옵니다. 전쟁은 불의와 죄악의 열매이고 거기서 어떤 선하고 좋은 열매도 나오지 않습니다.”

“전쟁을 통해서 이익을 보는 이들은 인간 생명을 말살하는 무기를 팔아 돈을 버는 방위산업체와 무기상뿐입니다.”

“한마디로 전쟁은 지구상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비극이고 인간이 초래하는 최악의 재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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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용산 전쟁기념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내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6.25 전쟁, 베트남전쟁을 기념하는 전쟁기념관 앞에서 전쟁의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기념이란 말은 우리말 사전에서 어떤 뜻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함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러니 ‘6.25를 기념한다, 임진왜란을 기념한다, 세월호 를 기념한다.’라는 표현은 아주 잘못된 말입니다.”

“전쟁기념관이란 타이틀은 현대사에서 우리 국가와 인간들이 저지른 가장 뼈아프고 참혹한 재앙을 마치 훌륭한 업적처럼 마음속에 간직하겠다는 말밖에 안 됩니다. 그것은 마치 옛날 전쟁에 승리한 제왕들이나 독재자들이 자신의 위업과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개선문을 크게 세우는 것과 같은 미개하고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전쟁은 기념해야 할 선업이 아니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되는 사회적 불의와 윤리적 죄악입니다.”

“우리가 전쟁에 대해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면 인간들이 저지른 불의와 죄악을 정확히 인지하고 사죄하고 참회하며 다시는 그런 비극을 재현하지 않으려는 각오와 연대와 제도를 만들어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 생각합니다.”

<강론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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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지향기도(신자들의 기도) 시간에는 교회, 전쟁 희생자, 현재의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 고통받는 피조물, 우리 자신을 위한 기도를 바쳤습니다.


과거의 고통과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는 공동체가 되어,

상처 입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교회가 되도록,

전쟁 희생자들의 고통과 죽음이 잊히지 않고 우리의 마음 안에 살아있는 기억이 되도록,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슬픔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현재의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인류가 욕심과 증오가 아니라 사랑과 연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인간의 폭력으로 신음하는 모든 비인간 존재들을 기억하고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도록,

우리 자신이 다른이들의 고통과 비극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삼지 않고 

양심에 귀기울이며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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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님은 평화에 대한 신념으로 최근 병역거부를 선언한 한베평화재단 두부 활동가를 소개하며 과거 전쟁의 역사에서 전쟁을 거부하고 회피했던 군인들의 역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두부 활동가의 고귀한 의지와 그 예언자적인 행동이 우리 주님의 축복을 통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젊은 활동가들을 위해 함께 기억하고 기도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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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베트남의 중부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 마을이 60주기를 맞는 해입니다. 한국정부는 여전히 피해자와 유가족,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요구에 충분히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추모미사가 진행되는 한켠에 60주기를 맞는 피해 마을의 이름을 전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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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마무리하며 잠시 가진 추모식에서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는 “전쟁을 기념하는 곳에 ‘평화’는 없습니다. 국가는 전쟁을 ‘기념’하지만 우리는 고통을 ‘기억’합니다.”며 피해마을의 희생자들을 부르며 그들을 기억하는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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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평화재단의 활동가로 구성된 호아쓰 밴드는 베트남 피해생존자들의 말로 가사를 쓴 ‘내가 바라는 것은’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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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의 정 미카엘 수사님은 진혼무를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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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모임 탄탄이>는 이 미사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습니다. 60주기를 맞이하는 피해마을의 이름을 담은 보자기 현수막을 직접 제작했습니다. 전쟁기념관 전시의 문제점을 알리고 변화를 촉구하는 시민 참여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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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모임 탄탄이>와 한베평화재단은 앞으로도 전쟁기념의 문제를 지적하고 거짓된 전시를 바꾸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전쟁을 성찰하고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기억하는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글 | 아침

사진 | 김창섭, 두부, 아침, 아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