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응우옌티탄과 함께 한 전쟁기념관 다크투어 스케치]
가해국의 전쟁기억을 피해자와 함께 본다는 것

두 명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님(이하 퐁니 탄)과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님(동명이인, 이하 하미 탄)이 지난 6월 18일부터 6일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대법원, 국회, 대통령실, 베트남전 다큐 GV, 시민 간담회 등의 일정 속에서 두 분은 베트남전 진실규명을 한국 정부와 시민 사회에 호소했습니다.
이번 방한 일정 중 두 탄님은 6월 22일(일) 오후에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해외파병실의 베트남전쟁 전시를 둘러보는 ‘다크투어’에 참여했습니다. 한베평화재단에서 올해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탄탄이(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활동가들의 모임)’와 함께 한 일정이었습니다. 시민활동가들과 첫인사를 나눈 두 분은 본인들의 이름에서 ‘탄탄이’라는 명칭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좋다, 예쁜 이름이다, 라며 반겨주셨습니다.

해외파병실에서 시작된 다크투어. 한국군 해외 파병 지도가 두 분을 맞이했습니다. 한국군 최초의 파병이었던 베트남전쟁을 시작으로 여러 분쟁지역에 한국군의 파병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탄 님은 한국군의 해외파병 지도를 보시곤 한국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오늘날까지 반복적으로 하는 건 아닌지, 한국 정부가 후세대에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려는 의지가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베트남전쟁 전시의 시작점에 적혀 있는 문구입니다.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베트남에 파병했다는 한국 정부의 당당한 입장 앞에 두 탄님은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두 분은 우방의 지원에 보답한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군이 파병을 하면서 군인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아 민간인학살 등의 전쟁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탄님들은 구찌 땅굴 모형의 위쪽 부분을 보며 전쟁 시기에 자신들이 살았던 집들의 모습을 닮았다며 잠시 추억에 잠기셨습니다. 초가집과 소품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시더라고요. 하지만 지하 땅굴의 모습은 본인들 마을에선 본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구찌 땅굴은 남부 사이공(현 호찌민시)의 인근에 있었던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의 지하요새였는데, 한국군의 작전 지역이었던 베트남 중부에는 구찌땅굴 같은 지하요새는 없었습니다. 두 분은 기껏해야 작은 방공호 정도가 집과 마을에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군은 백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한다.”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병기된 거대한 문구가 두 탄님과 마주했습니다. 바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 주둔지마다 설치했다는 주월한국군 초대사령관 채명신 장군의 훈령입니다. 전시규모를 볼 때 국방부가 자랑하고 강조하고 싶었던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기억이었습니다.
탄님들은 강하게 반문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민간인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을까요?” “만약 (한국군이 훈령처럼) 이렇게 했다면 제가 왜 진실규명을 요구하러 한국에 와야하는 걸까요?” 라고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퐁니 탄님은 2022년에 한국을 방문해 이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진실이 아닌데 아직도 전시물로 남아있는 것에 분노와 강한 유감을 표하셨습니다. 하미 탄님은 다음번 한국 방문에서는 이 문구를 정말 보고 싶지 않다며 국방부가 이곳만큼은 꼭 다시 생각해봐야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또 다른 거대한 디오라마 전시가 두 분을 맞이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기념관이 많은 공을 들인 전시였는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의 대민지원 활동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민사작전으로 진행한 학교와 마을 시설 건설, 태권도 보급, 구호품과 생필품 지원 등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전시 내용을 소개하자 두 분은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미군이 대민지원을 했다는 건 알지만 한국군은 항상 사나운 모습으로 마을을 돌아다니기만 했다며 ‘거짓말’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한국군의 대민지원은 분명 있었던 부분적 사실이지만, 이렇게 강조하고 자랑스럽게 홍보할 경우 베트남 피해자 분들을 비롯한 베트남 사람들의 강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군 백마부대 관련 전시공간에서 두 분의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교전 중에 위험에 처한 어린이를 한국군이 구출하는 장면의 사진이었습니다. 두 분은 사진을 보며 학살 피해로 목숨을 잃은 어린 동생을 떠올렸습니다. 퐁니 탄님은 학살 피해 당시 5살 남동생과 10개월된 사촌 동생이 한국군의 총을 맞고 죽은 것을 떠올리며 슬픔에 말을 잇기 힘들어하셨습니다. 하미 탄님도 한국군이 이 사진처럼 했다면 학살 사건 당시 자신의 동생을 구조했어야 한다며 이런 전시를 하는 국방부의 양심이 과연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한국군이 자랑하는 중대전술기지가 거대한 디오라마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군사기지가 있기 전에 이곳은 분명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두 탄님과 통역을 맡은 시내 님은 군사기지 건설과 운용으로 집과 농토를 떠나야했던 베트남 사람들의 파괴된 삶을 이야기했습니다. 베트남에는 집집마다 제단이 있고 이곳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며 하미 탄님은 “베트남에는 집의 제단에 향을 꽂는 자리가 차갑지 않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군사기지로 집과 농토를 잃은 것도 큰 고통이지만 제단과 조상들의 묘를 돌보아오던 베트남 사람들의 전통문화와 정신세계를 파괴한 것도 커다란 전쟁범죄라는 점을 탄님들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쟁기념관의 베트남전쟁 전시는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베트남에 국군을 파병하였습니다”로 시작해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종전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전쟁을 끝내고 통일을 이룬 베트남의 민족정신을 긍정적으로 기술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은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을 방해한 전쟁에 가담한 것을 ‘세계평화’로 기술한 전시 앞쪽의 내용과 명백히 모순됩니다.
또한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침략군과 그 동맹군의 책임보다는 약자에게 패전과 피해의 책임을 묻는 마지막 문구를 버젓이 강조해놓고 있습니다. 두 탄님은 이러한 전시 내용의 구성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미 탄님은 국방부가 이런 식의 전시로 후세대들을 교육한다면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이런 파병을 계속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강한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다크투어를 마무리하며 퐁니 탄님은 탄탄이에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한국의 국방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전시공간을 기획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면서 자신의 기억과 너무 다른 전시들을 바꿀 수 있길 희망하셨습니다. 하미 탄님은 하미 마을에서 죽은 135명 중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아가들이 많았고, 배 속에 있던 아기들도 죽임을 당했다며 다음번 방문에서는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고 1명의 양민을 보호했다는 한국군의 거짓말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 정부의 전시에 가려진 기억의 진실들이 너무도 많다며 명백한 왜곡이라고 덧붙이셨습니다.

두 분은 베트남어와 한국어로 “나는 동의 하지 않는다”, “진실에 맞지 않다, 바꿔라!”고 쓴 문구를 들고 항의 피켓팅을 하셨습니다. 두 탄님이 느끼는 황당함과 분노가 느껴지시나요? 왜곡된 전시로 국가의 전쟁범죄를 가리는 전시에 부끄러움은 시민들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의 자리를 벗어나 분노의 자리로, 그리고 변화를 위한 희망의 자리로 전쟁기념관을 바꿔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날 다크투어. 탄탄이들은 두 분이 미처 말씀으로 표현하지 못한 분노, 좌절감, 황당함, 우려 등의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탄탄이가 해야 할 활동에 대한 새로운 다짐들을 하게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다크투어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탄님들과 소감을 나누고, 바꾸고 싶은 전쟁기념관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이날 두 탄님과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도 귀한 시간이었고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더 큰 동기 부여가 되었다며, 더욱 힘내서 전쟁기념관을 평화의 가치에 맞게 바꿔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는 참가자분도 있었습니다.


탄탄이들은 특히 바쁜 방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흔들림없이 자신들의 이야기와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를 하는 두분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짧지만 오늘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우정을 기억해달라는 당부를 전하며 연대를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두 분의 용기에 대한 존경과 감사,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도 전했습니다. 꽝남성이 고향인 베트남 유학생 참가자도 한국에서 이런 활동들 접해 좋았고 앞으로의 활동에 자신도 기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탄님들도 참가자들의 말에 계속 귀기울이고 미소로 화답하며 오늘 함께한 시간이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날 탄탄이들은 탄님에게 자신들이 바꾸고 싶은 전쟁기념관 베트남전쟁 전시의 모습을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전쟁기념관의 전시를 바꾸기에 앞서 전쟁기념관의 목적을 바꿔서 전쟁을 막기 위한 평화기억관이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두 탄님의 이야기와 함께 용기있게 가해를 인정하는 참전군인의 이야기도 전시에 포함되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군사기지에 대한 전시에 대해서는 이미 살고 있던 사람들이 억지로 쫓겨난 이야기가 추가되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베트남전을 살펴보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오고 갔습니다.

두 탄님과 함께 한 다크투어로 더 큰 평화의 힘을 얻게 된 탄탄이! 전쟁기념관을 평화기억관으로 바꿀 시민활동가 탄탄이의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다크투어에 참여한 신다은 기자와 탄탄이 멤버 함수민 님의 기사
베트남전 학살 생존자들 “한국군, 또 파병할까 걱정” / 신다은
전쟁기념관 둘러본 베트남 학살 생존자 "내 기억과 왜 다른가“ / 함수민
글정리 : 아침, 짜노
사진 : 한베평화재단 박상환, 아침

[두 응우옌티탄과 함께 한 전쟁기념관 다크투어 스케치]
가해국의 전쟁기억을 피해자와 함께 본다는 것
두 명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님(이하 퐁니 탄)과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님(동명이인, 이하 하미 탄)이 지난 6월 18일부터 6일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대법원, 국회, 대통령실, 베트남전 다큐 GV, 시민 간담회 등의 일정 속에서 두 분은 베트남전 진실규명을 한국 정부와 시민 사회에 호소했습니다.
이번 방한 일정 중 두 탄님은 6월 22일(일) 오후에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해외파병실의 베트남전쟁 전시를 둘러보는 ‘다크투어’에 참여했습니다. 한베평화재단에서 올해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탄탄이(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활동가들의 모임)’와 함께 한 일정이었습니다. 시민활동가들과 첫인사를 나눈 두 분은 본인들의 이름에서 ‘탄탄이’라는 명칭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좋다, 예쁜 이름이다, 라며 반겨주셨습니다.
해외파병실에서 시작된 다크투어. 한국군 해외 파병 지도가 두 분을 맞이했습니다. 한국군 최초의 파병이었던 베트남전쟁을 시작으로 여러 분쟁지역에 한국군의 파병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탄 님은 한국군의 해외파병 지도를 보시곤 한국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오늘날까지 반복적으로 하는 건 아닌지, 한국 정부가 후세대에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려는 의지가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베트남전쟁 전시의 시작점에 적혀 있는 문구입니다.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베트남에 파병했다는 한국 정부의 당당한 입장 앞에 두 탄님은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두 분은 우방의 지원에 보답한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군이 파병을 하면서 군인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아 민간인학살 등의 전쟁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탄님들은 구찌 땅굴 모형의 위쪽 부분을 보며 전쟁 시기에 자신들이 살았던 집들의 모습을 닮았다며 잠시 추억에 잠기셨습니다. 초가집과 소품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시더라고요. 하지만 지하 땅굴의 모습은 본인들 마을에선 본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구찌 땅굴은 남부 사이공(현 호찌민시)의 인근에 있었던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의 지하요새였는데, 한국군의 작전 지역이었던 베트남 중부에는 구찌땅굴 같은 지하요새는 없었습니다. 두 분은 기껏해야 작은 방공호 정도가 집과 마을에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군은 백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한다.”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병기된 거대한 문구가 두 탄님과 마주했습니다. 바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 주둔지마다 설치했다는 주월한국군 초대사령관 채명신 장군의 훈령입니다. 전시규모를 볼 때 국방부가 자랑하고 강조하고 싶었던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기억이었습니다.
탄님들은 강하게 반문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민간인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을까요?” “만약 (한국군이 훈령처럼) 이렇게 했다면 제가 왜 진실규명을 요구하러 한국에 와야하는 걸까요?” 라고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퐁니 탄님은 2022년에 한국을 방문해 이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진실이 아닌데 아직도 전시물로 남아있는 것에 분노와 강한 유감을 표하셨습니다. 하미 탄님은 다음번 한국 방문에서는 이 문구를 정말 보고 싶지 않다며 국방부가 이곳만큼은 꼭 다시 생각해봐야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또 다른 거대한 디오라마 전시가 두 분을 맞이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기념관이 많은 공을 들인 전시였는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의 대민지원 활동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민사작전으로 진행한 학교와 마을 시설 건설, 태권도 보급, 구호품과 생필품 지원 등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전시 내용을 소개하자 두 분은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미군이 대민지원을 했다는 건 알지만 한국군은 항상 사나운 모습으로 마을을 돌아다니기만 했다며 ‘거짓말’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한국군의 대민지원은 분명 있었던 부분적 사실이지만, 이렇게 강조하고 자랑스럽게 홍보할 경우 베트남 피해자 분들을 비롯한 베트남 사람들의 강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군 백마부대 관련 전시공간에서 두 분의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교전 중에 위험에 처한 어린이를 한국군이 구출하는 장면의 사진이었습니다. 두 분은 사진을 보며 학살 피해로 목숨을 잃은 어린 동생을 떠올렸습니다. 퐁니 탄님은 학살 피해 당시 5살 남동생과 10개월된 사촌 동생이 한국군의 총을 맞고 죽은 것을 떠올리며 슬픔에 말을 잇기 힘들어하셨습니다. 하미 탄님도 한국군이 이 사진처럼 했다면 학살 사건 당시 자신의 동생을 구조했어야 한다며 이런 전시를 하는 국방부의 양심이 과연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한국군이 자랑하는 중대전술기지가 거대한 디오라마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군사기지가 있기 전에 이곳은 분명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두 탄님과 통역을 맡은 시내 님은 군사기지 건설과 운용으로 집과 농토를 떠나야했던 베트남 사람들의 파괴된 삶을 이야기했습니다. 베트남에는 집집마다 제단이 있고 이곳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며 하미 탄님은 “베트남에는 집의 제단에 향을 꽂는 자리가 차갑지 않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군사기지로 집과 농토를 잃은 것도 큰 고통이지만 제단과 조상들의 묘를 돌보아오던 베트남 사람들의 전통문화와 정신세계를 파괴한 것도 커다란 전쟁범죄라는 점을 탄님들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쟁기념관의 베트남전쟁 전시는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베트남에 국군을 파병하였습니다”로 시작해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종전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전쟁을 끝내고 통일을 이룬 베트남의 민족정신을 긍정적으로 기술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은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을 방해한 전쟁에 가담한 것을 ‘세계평화’로 기술한 전시 앞쪽의 내용과 명백히 모순됩니다.
또한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침략군과 그 동맹군의 책임보다는 약자에게 패전과 피해의 책임을 묻는 마지막 문구를 버젓이 강조해놓고 있습니다. 두 탄님은 이러한 전시 내용의 구성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미 탄님은 국방부가 이런 식의 전시로 후세대들을 교육한다면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이런 파병을 계속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강한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다크투어를 마무리하며 퐁니 탄님은 탄탄이에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한국의 국방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전시공간을 기획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면서 자신의 기억과 너무 다른 전시들을 바꿀 수 있길 희망하셨습니다. 하미 탄님은 하미 마을에서 죽은 135명 중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아가들이 많았고, 배 속에 있던 아기들도 죽임을 당했다며 다음번 방문에서는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고 1명의 양민을 보호했다는 한국군의 거짓말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 정부의 전시에 가려진 기억의 진실들이 너무도 많다며 명백한 왜곡이라고 덧붙이셨습니다.
두 분은 베트남어와 한국어로 “나는 동의 하지 않는다”, “진실에 맞지 않다, 바꿔라!”고 쓴 문구를 들고 항의 피켓팅을 하셨습니다. 두 탄님이 느끼는 황당함과 분노가 느껴지시나요? 왜곡된 전시로 국가의 전쟁범죄를 가리는 전시에 부끄러움은 시민들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의 자리를 벗어나 분노의 자리로, 그리고 변화를 위한 희망의 자리로 전쟁기념관을 바꿔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날 다크투어. 탄탄이들은 두 분이 미처 말씀으로 표현하지 못한 분노, 좌절감, 황당함, 우려 등의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탄탄이가 해야 할 활동에 대한 새로운 다짐들을 하게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다크투어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탄님들과 소감을 나누고, 바꾸고 싶은 전쟁기념관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이날 두 탄님과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도 귀한 시간이었고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더 큰 동기 부여가 되었다며, 더욱 힘내서 전쟁기념관을 평화의 가치에 맞게 바꿔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는 참가자분도 있었습니다.
탄탄이들은 특히 바쁜 방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흔들림없이 자신들의 이야기와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를 하는 두분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짧지만 오늘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우정을 기억해달라는 당부를 전하며 연대를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두 분의 용기에 대한 존경과 감사,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도 전했습니다. 꽝남성이 고향인 베트남 유학생 참가자도 한국에서 이런 활동들 접해 좋았고 앞으로의 활동에 자신도 기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탄님들도 참가자들의 말에 계속 귀기울이고 미소로 화답하며 오늘 함께한 시간이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날 탄탄이들은 탄님에게 자신들이 바꾸고 싶은 전쟁기념관 베트남전쟁 전시의 모습을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전쟁기념관의 전시를 바꾸기에 앞서 전쟁기념관의 목적을 바꿔서 전쟁을 막기 위한 평화기억관이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두 탄님의 이야기와 함께 용기있게 가해를 인정하는 참전군인의 이야기도 전시에 포함되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군사기지에 대한 전시에 대해서는 이미 살고 있던 사람들이 억지로 쫓겨난 이야기가 추가되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베트남전을 살펴보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오고 갔습니다.
두 탄님과 함께 한 다크투어로 더 큰 평화의 힘을 얻게 된 탄탄이! 전쟁기념관을 평화기억관으로 바꿀 시민활동가 탄탄이의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다크투어에 참여한 신다은 기자와 탄탄이 멤버 함수민 님의 기사
베트남전 학살 생존자들 “한국군, 또 파병할까 걱정” / 신다은
전쟁기념관 둘러본 베트남 학살 생존자 "내 기억과 왜 다른가“ / 함수민
글정리 : 아침, 짜노
사진 : 한베평화재단 박상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