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중인 활동
진상규명 평화연대[후기] 집담회 '판결문으로 정의와 평화를 읽다'(2.26)
판결문으로 정의와 평화를 읽다
-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판결문 함께 읽기 후기(2025.2.26) -

국가배상소송 2심 판결문을 ‘함께’ 읽은 시간이 참 뜨거웠습니다.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퐁니·퐁녓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님의 국가배상소송이 최근 2심에서 승소(25.01.17.)했습니다. 이후 한국 정부가 결국 상고하여 대법원으로 소송이 이어지게 된 상황입니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는 2심 승소 판결문을 함께 읽는 온라인 집담회를 마련하여 이를 촉매로 앞으로의 베트남전 진상규명 활동에 더 큰 힘을 불어넣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이번 집담회에 모두 73명이 신청해주셨고 당일 53명이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베트남, 일본, 유럽 등 각지에서 이날 온라인 집담회에 140분간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번 판결문은 피고 대한민국의 민간인학살 책임 회피와 진실 은폐를 조목조목 짚으며 그야말로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판결 내용을 한국 사회에 남겼습니다. 법률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원고가 겪은 피해와 아픔을 상술하는 판결문의 내용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는 참가자 분들의 소감이 많았을 정도로, 이번 판결문은 정서적으로도 시민들에게 각별한 울림을 남겼습니다.
[일시] 2025.2.26(수) 저녁 7시~9시 20분
[장소] 온라인 줌
[사회] 석미화(아카이브평화기억 대표 활동가)
[내용]
1부 판결문 함께 읽기(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원고 대리인단)
2부 판결의 의미와 과제를 생각한다 - 이야기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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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담회 1부는 이번 2심 판결문의 핵심 쟁점을 설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국가배상소송 원고측 대리인(한베평화재단 이사) 임재성 변호사가 판결문 브리핑을 위해 정말 큰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이번 PPT를 준비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건 생략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모습에서 이번 판결문이 갖고 있는 중요성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소송이 1심에서 2심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주요 쟁점을 설명했고 이후 2심 당시 4차례의 변론기일과 2심 승소 당시 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고생했던 변호사님들, 시민사회 그리고 응우옌티탄 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2심의 쟁점은 총 5가지였습니다. 임재성 변호사는 원고(응우옌티탄)가 5가지 쟁점 중 단 한 가지라도 인정받지 못하면 소송에서 지는 상황이었다며, 2심 판결문에서 이 모든 쟁점이 어떻게 설명되고 인정되어 승소까지 이르렀는지 자세하게 분석했습니다. 판결문은 피고 대한민국의 민간인학살 은폐 행위를 법리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고, 이번 판결문이 역사학과 역사사회학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까지도 받았다고도 평가했습니다. 또한 임재성 변호사는 배상 범위를 판단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재판부가 피고 대한민국을 대신하여 반성문을 작성한 듯 보였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베트남전쟁 문제를 이 판결문으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하면 떠오르는 의문점의 대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판결문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를 통해 판결문 전문을 받아보거나 유튜브의 '판결문 함께 읽기' 집담회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항소심 판결문 보기 +
https://www.kovietpeace.org/b/archive03/7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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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판결문을 읽고 저마다의 감각과 생각을 품고 집담회에 와주신 시민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가장 먼저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은 박단우 님이었습니다.
역사학을 전공한 단우 님은 최근 한베평화재단과의 만남을 통해 베트남전쟁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베트남전쟁에 대해서 처음 알고 나서는 한국군의 잘못이 있다는 추상적이고 어렴풋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이날 판결문 브리핑을 듣고 너무 이해가 잘 되었다며 “한국군의 잘못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여전히 대한민국 정부가 그걸 부정하고 있다는 점을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며 감사의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역사교사 안민영 선생님은 “법이라고 하는 것이 기계적 해석 이상의 어떤 윤리적인 성찰이 가능할까”라는 회의감이 들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먼저 들려주셨습니다. 법정에서는 명확한 증거가 있지 않으면 진실을 인정받을 수 없다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판결문을 읽으며 재판부가 자료와 사실들간의 맥락적 파악과 정황 분석을 통해 진실을 규명한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들려주셨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판결문이란 매우 T스러운 글”이란 생각을 했는데 이번 판결문은 “F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가 보내는 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메세지와 대한민국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가 느껴졌다”고 말씀해주셨고 사건의 진실을 위해 나선 참전군인의 증언을 재판부가 평가한 부분에서는 “내용 안에서 주는 어떤 따뜻함 위로 같은 게 있지 않았나”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영아 팀장 님은 참여연대도 베트남전 문제 관련 더 나아간 동참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한국 사회가 과거사 문제를 이야기하면 보통 피해자의 입장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베트남전쟁은 가해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사회가 “다시 가해자로서 (그러한 과오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민해 보는 올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고 한국 사회에서 관련 논의들이 많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들려주셨습니다.

이오은 님은 이번 판결문 읽기를 통해 국방부가 진실 규명을 다투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메신저(피해자)를 공격하는 입장까지 취했던 점, 한국 정부에 유리한 진술을 받기 위해 참전군인들을 압박한 점 등에서 “진실을 거짓에 가깝게 만들려고 한 방식이 보였다”라는 소감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사법부에서 이런 판결문을 내준 것이 보편적 가치, 윤리적 가치를 회복하는데 굉장히 위로가 되었고 그것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쉽지 않지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의 말씀도 들려주셨습니다.
현재 판결문 베트남어 번역 작업을 하고 있는 뚜옌 교수(다낭외대 한국어학부) 님도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번 판결문이 1심의 두 배 분량이고 어려운 법률 용어들도 많을 뿐만 아니라 너무 긴 문장들이 많은 점에 대한 고민을 들려주셨습니다. 하지만 오늘 판결문 브리핑을 들으며 내용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판결문 번역을 함께 할 제자와 집담회 중에도 계속 서로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서로 기가 막힌다고 했어요. 변호사님이 작전 지도(학살 사건 관련)를 설명하는 부분이 너무 기가 막힐 정도로 감격스러웠습니다.”라는 소감을 들려주셨습니다.
베트남 평화기행을 다녀오신 김예진 님은 현재 베트남전쟁 관련 연구를 위해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입니다. 예진 님은 “국제관계 수업을 들을 때, 지금까지는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어떠한 전술을 쓰는지, 그에 따른 이익과 손해는 어찌되는지 등 발생과 중간 과정, 승패에 중점이 두어졌으나, 최근에는 회복(Reconciliation)에 대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배웠고, 이런 흐름을 고려했을 때, 이번 판결문은 의미가 클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또한 “단순히 돈으로 배상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피해자가 대한민국에 의해 어떤 피해와 고통을 겪었는지를 한국 시민들이 이 판결문을 통해 더욱 잘 이해하고 알 수 있기를 바라며, 가능하다면 한국이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벌였던 노근리 학살, 재일교포 유학생 대상 고문, 기지촌 문제와 같은 국가폭력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라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밖에 나온 다양한 이야기들도 요약해 공유합니다.
국가폭력이 발생했을 때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가해국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넘어서 베트남의 피해생존자들과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송수민), 판결문에서 퐁니·퐁녓 사건의 피해자가 비무장 민간인이라는 것이 강조되는데, 그렇다면 예를 들어 무장한 민간인에 대한 전쟁범죄의 경우는 어떻게 판단할 여지가 있을까 고민되었다는 이야기(심아정), 한국 정부가 참전군인에게 허위 진술서를 강압해 받아낸 것이 이번 판결에서 규명되었는데 이건 너무 화가 나는 일이며 한국 정부가 베트남 피해자는 물론 참전군인에게도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권현우), 앞으로의 베트남전 평화운동을 가해와 피해의 구도로 끌어갈 때 우려되는 점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으며 가해/피해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운동의 확장을 희망하며 이번 판결문이 그동안 많은 이들이 애써온 우리 운동에 대한 총화(석미화)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와 목소리 덕분에 더욱더 흥미로웠고 뜻깊었던 집담회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집담회로 다양한 시민들의 마음을 서로 읽고 나눌 수 있어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의 2025년 발걸음은 앞으로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 네트워크 모금 참여 요청
2025년 네트워크의 베트남전 진상규명 평화운동을 위한 시민 모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1500만원으로 아래 사업과 활동을 위한 기금 모금이 꼭 필요합니다.
1.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판결문 번역(베트남어, 영어, 일본어) 등 소송 관련 비용 / 900만원
2. 하미학살 피해자유가족 진실화해위원회 행정소송비 / 200만원
3. 네트워크의 목적과 관련된 사업 진행비 / 400만원
한국 정부가 항소심에 불복하고 상고한 소식에 실망하고 분노한 많은 시민 분들이 네트워크에 후원금을 보내주셔서 모금액이 1,000만원을 돌파(모금 참여자 354명)했습니다. 이번 집담회 진행 후 후원금이 또 늘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후원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지금 바로 네트워크 후원하기(아래 링크)
https://bit.ly/vnwarnetwork2025
글·정리|짜노, 두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