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을 들고 퐁니 마을을 찾았습니다"
- 베트남전 시민사회 네트워크 활동 이야기 -
"1968년 이른 봄, 정월 24일에 청룡부대 병사들이 미친듯이 몰려와
선량한 주민들을 모아놓고 잔인하게 학살을 저질렀다.
하미 마을 30가구, 135명의 시체가 산산조각이 나 흩어지고 마을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모래와 뼈가 뒤섞이고 불타는 집 기둥에 시신이 엉겨 붙고
개미들이 불에 탄 살점에 몰려들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니
불태풍이 휘몰아친 것보다도 더 참혹했다."
하미 마을의 위령비에 적혀있던 비문 내용입니다.
하지만 2001년에 만들어진 이 비문을 한국 정부가 문제 삼으며 결국 연꽃 그림으로 덮이게 됩니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운영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남주 변호사님이 지난 2월 8일(토)에 베트남을 방문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TF에서 활동하며 국가배상소송 원고측 대리인단으로 활동해오신 김남주 변호사님이 국가배상소송 소식과 판결문 내용을 퐁니 마을 응우옌티탄 님에게 전달하러 베트남에 방문했고, 하미 마을에도 함께 들리셨습니다. 다낭외대 한국어학부 교수님인 뚜옌(시내)님과 함께 전 하미학살 유가족협회 대표 응우엔꼬이 님과 하미마을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하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님과 김남주 변호사, 뚜옌님
오랜만에 만나 서로 기쁨을 나누는 것도 잠시 김남주 변호사님은 최근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하미 마을의 진상규명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에 대한 처분 취소 소송이 1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2심 중에 있다는 상황을 공유해야 했습니다.
다만 이번 퐁니 마을 응우옌티탄 님의 국가배상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다면 한국에서 다른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도 해결해야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질테니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한국을 향해 진상규명을 요구하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응우옌꼬이 님 역시 "하미 마을의 위령비 비문을 열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에 요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 하미 마을 민간인학살 유족회장 응우옌꼬이 님과 김남주 변호사, 뚜옌님의 만남 모습
최근 뇌졸중으로 건강이 악화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건강을 회복하신 응우옌꼬이님, '이제는 우리가 나이가 많잖니'라고 말씀하셨던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님이 하루 빨리 베트남전쟁 진상규명의 그날을 함께 맞이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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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결국 상고를 하다니!
2심 승소 소식을 듣고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질질 끌게 될지 몰랐어요.
용납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배상금은 우리가 당했던 상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지 배상금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베트남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이 소송이 이렇게 오래걸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피해자인 제가 소송을 제기했다고 베트남 정부에게 압력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한국 친구들이 이번 항소심 판결문을 베트남어로 번역한다고 들었습니다.
번역이 완료되어 베트남의 피해자들도 이번 판결문 내용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퐁니 마을에서 응우옌티탄
2025.02.08
국가배상소송 원고 응우옌티탄 님이 김남주 변호사에게 상고 소식을 듣고 한 말씀입니다. 실제로 피고 대한민국 측은 이번 국가배상소송에서 응우옌티탄이 승소하면 이후 다른 베트남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소송이 이어지고 국가의 비용적 부담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퐁니 마을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님과 판결문을 설명하는 김남주 변호사
말도 안되는 주장이죠. 어떻게 학살에 대한 죄를 묻는데 배상금 때문에 안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번 국가배상소송에서 법원이 대한민국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금액은 3천만 100원입니다. 응우옌티탄 님은 국가배상소송에서 판결문을 받을 수 있는 최소 배상 청구 금액인 3천만원에 100원을 더해 배상 청구를 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바라는 것이 돈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민간인학살 인정과 사과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정부의 상고 소식에 분노하고 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 만큼 2심 승소의 결과 자체를 충분히 기뻐하고 의미를 알리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김남주 변호사님으로부터 판결문을 전달 받고 내용 설명을 들은 응우옌티탄 님은 "이겼어. 변호사들 너무 잘 하셨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시며 판결문이 베트남어로도 남겨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남기셨습니다.
퐁니 마을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과 김남주 변호사, 뚜옌 님의 만남 모습
이에 대법원으로 이어질 탄 님의 국가배상소송 투쟁을 응원하고 판결문 번역을 위한 모금이 진행중이고, 판결문 함께 읽기 행사(25.02.26)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모금] 함께하는 평화, 함께하는 진상규명 - 베트남전쟁 시민사회 네트워크 사업 기금 모금
+ [집담회] 판결문으로 정의와 평화를 읽다(2025.02.26.)
+ [유튜브] 베트남 민간인학살 생존자 응우엔티탄에게 승소 판결문 전달식
https://www.youtube.com/live/jdJ-zASBxnM
글: 두부
사진: 한베평화재단
https://www.youtube.com/live/jdJ-zASBx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