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깊게 한탄을 할 때
- [월간봉화] 9,10월 -
* 한베평화재단은 매년 베트남 중부의 25개 한국군 학살 피해 마을에 평화의 꽃을 보내고 있습니다. 추도사업 부캐 ‘봉화(vòng hoa, 베트남어로 조화를 뜻함)’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봉화입니다. 9월부터 다시 베트남 중부 피해 마을들의 위령제, 따이한 제사 일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조화 소식을 전할까 고민했는데요, 띤토 마을의 두 피해자·유가족 분과 이야기를 나눈 것을 여러분과 공유할까 합니다.
피해 마을 위령제에 한국 시민들이 조화를 보내는 일이 이제는 정착되어 마을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유가족은 물론 인민위원회 사람들에게도 한국에서 보낸 조화를 받는 일이 더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매번 조화에 적힌 낯선 이름의 한국 단체, 개인의 이름을 뚫어져야 읽어본답니다. 제가 듣고 기록한 띤토 마을의 도티뚜옌 할머니 그리고 도반쯕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띤토학살 중 하나인 버짜이 논 학살 위령비에 참배하고 있는 띤토 사람들
* 띤토 마을 도티뚜옌의 이야기 *
이젠 나이가 많아요. 늙었지 뭐. 아프고 병들고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죠. 내가 천식이 있는데 요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숨 쉬는 게 힘들기도 했어요. 피곤하고 힘든 나날이 이어졌는데 어찌할 도리가 있나요, 그냥 견디는 수밖에. 얼마 전에는 탈장이 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계속 지낸 적도 있었어요.
몸이 힘들어도 제삿날이 오면 움직여야죠. 뭐 그렇게 대단한 것도 없지만, 아침부터 제사상을 차리고 꽃 한 다발을 사서 우리 가족들을 위한 제단에 바쳤어요. 50년도 더 넘은 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가족들이 많이 그리워요. 집에 혼자 있을 때 문득 그들이 생각날 때면 나도 모르게 깊게 한탄을 할 때가 있죠. 다 떠나고, 나만 남았구나.
매년 10월 17일 오전이면 인민위원회 사람들과 유가족들이 위령비에 모여서 조촐한 위령제를 지내요. 물론 나도 참여했고요. 한국에서 매년 위령제 때마다 조화를 보내주고 있는데 올해에는 과일 바구니도 보내줬더군요. 한국이라는 먼 곳에서 여기까지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매년 꽃과 바구니를 보내주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마음을 참 귀하게 여기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꽃을 보내는 사람들은 그날 여기서 벌어진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아닌데 그들의 아버지 세대가 저지른 일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이 베트남에 이렇게 계속 관심을 보내주는 게 참 고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꽃을 보내준 분들에게 고맙다고 인사 전하고 싶어요. 학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고 우리처럼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뜻을 담아 여기 띤토에 꽃을 보내주서 참 고마워요. 나야 이래저래 아프지만 여러분들은 건강하시고 하는 일에 행운이 가득하시길.
도티뚜옌 (띤토학살 유가족)
띤토학살 중 하나인 녓 할머니 마당 학살 위령비에 참배하고 있는 띤토 사람들
* 띤토마을 도반쯕 이야기 *
어제 감기가 걸렸어요. 열이 나고 머리도 아파서 약을 사서 먹으니 조금 나아졌어요. 학살 때 다친 오른쪽 다리가 어떠냐구?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은 곳에서 통증이 느껴져요. 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학살 때 부상을 당한 다리 통증보다 무릎이 아픈 게 더 힘드네요. 요즘처럼 비바람이 자주 있으면 나 같은 농사꾼은 참 힘들어요. 그래도 가족들이 예전처럼 가난하지는 않아서 겨우겨우 살고 있어요.
제삿날이야 뭐 늘 그렇죠. 항상 그러하듯 아침에 제사상 간단히 차리고 그날 떠난 우리 가족 세 사람 맛 좀 보라고 과일도 조금 사서 올려요. 그때 내가 겨우 3살이어서 사실 기억은 없는데 그날의 가슴 아픈 사건은 나에겐 트라우마로 늘 남아 있어요.
올해에도 한국에서 보낸 조화도 봤고 과일 바구니도 봤어요. 지난 옛날의 가슴 아픈 일에 대해 이렇게 한국에서 꽃을 보내주니 나는 그저 고맙고 귀한 마음이라 생각해요. 나는 이제 더는 원한은 없어요. 한국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조화를 보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보다 보내는 조화 수를 줄여도 저는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우리 마을 띤토에 어려운 유가족이나 주민들을 도와주면 좋겠고요.
도반쯕(띤토학살 피해생존자)
* * * * *

<빈딘성 쯔엉탄학살 58주기> 2024.9.12.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서근명
소박한자유인
작은책

<꽝남성 주이찐학살 56주기> 2024.9.16.
한베평화재단
※ 꽝남성은 앞으로 공문으로 허가를 요청하는 단체명의 조화만 보낼 수 있게 되어 권은구 님의 후원금으로 한베평화재단 이름의 조화와 제사용 과일 바구니를 보냈습니다.

<꽝응아이성 띤토학살 58주기> 2024.10.17
베트남평화의료연대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윤미향
전북겨레하나
천주교춘천교구정의평화화위원회
글 | 짜노
사진 | 각 지역 인민위원회, 꽃집
<빈딘성 쯔엉탄학살 58주기> 2024.9.12.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서근명
소박한자유인
작은책
<꽝남성 주이찐학살 56주기> 2024.9.16.
한베평화재단
※ 꽝남성은 앞으로 공문으로 허가를 요청하는 단체명의 조화만 보낼 수 있게 되어 권은구 님의 후원금으로 한베평화재단 이름의 조화와 제사용 과일 바구니를 보냈습니다.
<꽝응아이성 띤토학살 58주기> 2024.10.17
베트남평화의료연대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윤미향
전북겨레하나
천주교춘천교구정의평화화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