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및 보도자료[입장문] 국방부는 베트남전 진실을 인정하고 국회는 특별법을 제정하라


[입장문]

국방부는 베트남전 진실을 인정하고 
국회는 특별법을 제정하라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시민사회가 주목한 너무도 의미 있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이 나왔다. 바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퐁니·퐁녓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64세)의 국가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원고 승소 판결을 지난 1월 17일(금)에 선고한 것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2023년 1심에서의 원고 승소 판결 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의미가 있다. 재판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의 진실과 대한민국의 책임을 사법적으로 더욱 명징하고 완고하게 선고한 것이다. 1심 판결문의 두 배 분량에 달하는 이번 판결문에는 학살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한 재판부의 엄중한 판단이 담겨 있으며 소멸시효, 준거법, 청구권 등 그 어떤 법리적 쟁점에서도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이 결코 면책될 수 없음이 규명되어 있다.

국방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재판부가 피고 대한민국이 항소심에서 보인 부끄러운 면모들을 판결문에 낱낱이 적시했듯 항소심에서 국방부는 국가적 책임을 철저히 외면했다. 이번 판결에 국방부가 마땅히 승복하여 베트남전 진실규명의 지연된 정의를 바로 세워야할 것이다. 만약 또 다시 상소한다면 베트남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안기게 될 것이며 베트남전쟁의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지탄을 국방부가 무겁게 짊어지게 될 것이다.

이번 판결을 국회 또한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25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져왔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는 ‘베트남 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되었다. 베트남전 진상규명의 열쇠를 국회가 쥐게 되었지만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법안은 폐기되고 말았다. 이번 항소심 판결로 더욱더 그 필요성과 당위성이 커진 베트남전 특별법 제정을 위해 22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특별법을 통해 민간인학살 문제는 물론 한국군 전시성폭력 등의 피해도 함께 규명될 것으로 기대되며 베트남전쟁의 ‘불편한’ 진실을 오랜 세월 품고 살아온 참전군인 분들께도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을 통해 청년 시기 짊어져야 했던 참혹했던 전쟁의 부조리를 조금은 풀어드릴 수 있으리라 감히 말씀드린다.

재판부의 요구에도 퐁니·퐁녓학살 관련 자료의 공개를 거부한 국정원, 그리고 하미학살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요청을 부당한 사유로 거절해 행정소송까지 가게 한 진실화해위원회 등의 문제들도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항소심 선고는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한국의 시민들이 여의도와 남태령, 광화문 그리고 용산에서 보여준 정의와 평화에 대한 열망과도 연결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또한 베트남전쟁이 한국 사회에 남긴 과제는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학살, 세계 평화 문제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베트남전쟁의 진실규명을 위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일동


* 독립연구활동가 심아정,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TF,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아카이브평화기억, 참여연대, 한베평화재단, 향린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