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 청춘아

제7화. 엄마가 꽃이 된 날

가즈아 청춘아! 베트남 피스로드

7화. 엄마가 꽃이 된 날

2018-08-20



이름을 불러주세요


이름을 불러줘요
그 이름 안엔 그날의 공기가
그 날의 소리, 그날의 냄새와
그 날의 기억이 있어 아마 조금 아플지도 몰라요

이름을 불러주세요
외롭게 알 수 없는 그를 기다리던
한때는 나의 친구였던
한때는 우리 엄마였던
이름을

이름을 불러주세요
우리가 조금 늦었지만
당신의 이야기도 많이 바쁘겠지만

이름을 불러줘요
이젠 아무도 부르지 않는
이젠 이곳에 없는 사람들의
외로웠던 이름들의
기억을


작사·작곡 길담(한베평화재단 활동가)

노래 길담, 사랑(로드스꼴라 5기)


퐁니·퐁넛학살 생존자 탄 아주머니와의 만남 후 쓴 화이의 즉흥시 메모


엄마가 꽃이 된 날


많지 않은 날이었어
엄마는 나를 데리고 시장에 갔지
들을 넘고 꽃을 만났어
하얀 꽃이 빨갛게 물들었어
엄마가 빨간 꽃이 되어 들판에 뿌려졌어

눈을 감았는데 눈이 부셨어
눈이 너무 부셔서
눈물만 쏟았어

빨간 꽃들이 짓이겨져 있었어
꽃잎들이 흩뿌려져 허공 위를 날았어
손을 내저어 꽃잎들을 모았어
그리고 그 꽃잎들을
가슴에 묻었어



시 화이(김은균, 로드스꼴라)


여행학교 <지구별여행자> 학생들을 안아주는 하미학살 생존자 고 팜티호아 ⓒ소울


미안해요 베트남

‘팜티호아’ 할망의 말투는 고와
얼굴을 맞댄 ‘따이한’은 훌쩍이는 꼬마가
되고 말지, 권력이 감춰놓은 저 꼴을 봐
짓밟혀도 짙게 피어나는 꽃을 봐

과거의 원한은 내가 모두 짊어질게
원통한 문장을 껴안은 위령비 앞에
억울한 135명의 넋을 달래줘
운이 좋아 살았다 말하진 말아줘

모래 언덕 위에 자라나는 나무들
하미 마을까지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
슬픈 용기 딛고 나비처럼 날갯짓
훨훨 날아 오른 삶의 의미를 또 알겠지

하미 마을까지 다시 찾는 사람들
훨훨 날아 오른 삶의 의미 알겠지

그대를 기억해 손 머리 위로
올리고 걸어가 바람 부는대로
그때를 기록해 손바닥을 위로
올리고 날아가 바람의 무대로


작사·랩 박하재홍(래퍼)
작곡 shadowville


주이응이어사 한국군 학살지 근처의 무명의 무덤 ⓒ김진수


민간인 학살 촬영

다 죽여 놓고 사진은 뭐 하러 찍어
꼬부랑 할매 풀섶 지나가다 말을 던지고
학살 때 죽은 어머니 무덤 앞
럼 아저씨 손 모아 기도하네
어머니 한국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아프게 무덤을 비추는 햇살
카메라 들고 서서

사진 한 장 찍겠습니다

향이 맵게 타오른다
바닷바람에 취한 나무들 몸을 떨고
저 바다 건너 온 누구는 사람을 죽이고
이제야 찾아온 누구는 용서를 비나
향 두 묶음 세 묶음 재가 되고 바람이 되고
뙤약볕 아래 사진은 번번이 빗나가는데

꼬부랑 할매 멀리서 보고 있었다
마당 쓸면서 나물 다듬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시 권현우(한베평화재단 활동가)


제주의 곶자왈작은학교 학생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빈호아학살 생존자 도안응이아


도안응이아

민간인 학살 생존자 도안응이아
전쟁 때 빗물에 섞인 핏물
화약 가루가 눈에 많이 들어가
시각 장애를 안고 있지만
온몸을 다해
찾아온 사람 하나하나 기억하고 느끼는 분

가족을 잃고 건강까지 해친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이런 아이들을 미워할 수 있겠니’
도안응이아 아저씨의
손만 잡아도, 목소리만 들어도
바라보기만 해도, 기타 연주만 들어도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시 강예원(곶자왈작은학교)



만만만 우리 함께 가요

오십 년 전에 베트남에서
어른들끼리 싸웠더래요
우리 이제는 손에 손잡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만만만 우리 함께 가요
만만만 우리 함께 해요
만만만 우리 같이 가요
만만만 우리 함께 해요

우리 함께 해요
이제는 우리 함께 가요
내일로 평화로

만만만 우리 함께 가요
만만만 우리 함께 해요
만만만 우리 같이 가요
만만만 우리 함께 해요



작사·작곡 홍순관
노래 이서영, 김해인, 홍순관


태그 가즈아 청춘아 베트남 피스로드, 스토리펀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