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 청춘아 (2018.8~10)
나 같은 노인이 총 들고 싸우는 전쟁은 없습니다

<전쟁의 슬픔>의 작가 바오닌은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 같은 노인이 총 들고 싸우는 전쟁은 없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여러분들 같은 청년들이 싸우게 됩니다. 그리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게 되죠.
나 역시 18살에 전쟁을 경험했고, 당시 나는 총을 들고 있는 순간에도 어머니, 애인, 고향, 꿈 같은 걸 떠올리며 심경이 뒤죽박죽이던 청년이었습니다.
전쟁은 그런 청년들을 전장으로 내몰고 어린 목숨들을 아무런 책임도 없이 앗아가죠."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고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요
한국의 베트남 전쟁을 아시나요?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는 전쟁,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 전쟁은 미래의 평화를 위해 꼭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입니다.
20세기 우리가 겪은 가장 비극적인 두 개의 전쟁은 바로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입니다. 한국 정부는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총 32만여 명의 한국군을 파병했습니다. 국가가 젊은 청년들을 동원해 피를 흘리게 하였습니다.
파병의 규모가 컸던 만큼 사망, 실종, 사상자의 숫자도 컸습니다.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다 해도 전쟁으로 파괴된 몸과 마음을 국가는 보살피지 않았습니다.
젊은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희생의 대가는 경제발전이라는 허울을 쓰고 있지만, 그 실질적인 수혜자는 권력과 재벌이었습니다. 6-70년대 뜨거운 남녘 미지의 나라로 총을 들고 떠난 청년들, 그들은 우리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베트남으로 갑니다

'아가야, 이 말을 기억하거라. 한국군이 우리를 폭탄 구덩이에 몰아넣고 다 쏘아 죽였단다. 아가야 너는 커서도 이 말을 기억하거라'
베트남에는 한국군에 의해 430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빈호아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아가의 꿈결에 새겨야 할 만큼 깊이 사무친 그들의 한이 자장가로 구전되어 불립니다.
마을에는 “하늘에 가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라고 새겨진 한국군 증오비가 서 있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한국인에게 닫혀 있던 빈호아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평화기행을 떠난 한국인들의 발걸음이었습니다.
한베평화재단은 빈호아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그리고 이 마을 출신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유년에 꿈을 불어넣을 그림책도 전하고 있습니다.
청년, 역사의 주인이 되다
베트남 평화기행은 베트남전쟁 피해지역 답사, 베트남 작가·예술인·전쟁 피해자와의 만남, 참가자 교류 등을 통해 평화의 길에 나섭니다.
과거의 죽음을 돌아보는 것은 미래의 생명을 다루는 일입니다. 현재의 시간으로 소환된 억울한 죽음들이 평화로 나아가는 반딧불이 됩니다.
베트남 전쟁에 담겨 있는 피로 얼룩진 과거와 마주하는 일은 한국의 청년들 스스로가 자신이 걸어갈 미래를 그려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의 폭력과 광기가 각종 ‘혐오’로 폭주하고 있는 우리의 시대에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베트남 평화기행을 통해 함께 고민해 봅니다.
베트남 평화기행은 청년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어주고, 빈호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도서는 미래의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역사학자 서중석 교수와 함께 하는 베트남에서의 6박 7일. 천년수도 하노이에서 마주하는 베트남의 얼굴들,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북부 고산지대 사파 트래킹, 그리고 학살의 상처와 고통을 품고 있는 베트남 중부의 한국군 피해 마을과 마주하는 평화의 길을 함께 걷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