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주에 투자하시나요?
고동(소모임 <기기:기억과 기념> 참여자)
재단 활동가 아침이 ‘평화의 mat’ 기고를 제안했을 때,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평화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를 써달라는데, 지금의 내가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20년 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했던 청년 고동주라면 모를까. 그때의 나는 분명했고, 또렷했고,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만큼 선명하지 않다. 그래서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볼까 하다가, 억지로 끌어오는 느낌이 들어 그만두었다. 대신 지금의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 보기로 했다.

나는 요즘 주식투자를 한다. 한때는 주식시장을 자본주의의 첨단, 어쩌면 도박에 가까운 세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며 연말정산을 공부하다가, 세금과 금융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자연스레 투자에 관심이 옮겨갔다. 부동산 투기를 할 자본도 없지만, 설령 있다고 해도 그보다는 생산 활동에 투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라는 책도 있다는 데, 나의 선택이 아주 비난받을 것은 아니겠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하지만 나의 투자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 이른바 ‘방산주’라 불리는 무기산업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친구들은 농담처럼 말한다. “그런 것까지 따지면 어떻게 돈을 벌어? 그러니 못 버는 거야.” 자본주의는 냉정하니, 투자자가 되었다면 오직 수익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걸까? 실제로 주식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방산주를 이야기할 때, 평화나 윤리를 기준으로 분석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수혜 종목을 계산하는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그 전쟁으로 고통받을 사람들에 대한 언급은 부차적인 것처럼 다뤄진다.
평화를 싫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뉴스 진행자도, 정치인도, 누구나 평화를 기원한다. 그런데 한국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거나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들뜬 표정으로 ‘쾌거’라며 중계한다. 방어를 위한 무기라면 괜찮다고, 한 걸음 물러서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방어를 넘어 수출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소식이 자랑처럼 전해진다. 무기를 수출하는 일도 상대국의 방어를 돕는 것이니 문제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수출한 무기가 독재국가에서 시민을 억압하는 데 사용된다는 보도가 종종 이어진다. 무기 수출 확대는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넣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는 주식을 사는 순간 일부라도 그 기업의 주인이 된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만들어낸 무기로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면, 그 기업의 주주인 나 역시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조방원’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 가운데 ‘방’은 방산주를 뜻한다. 지정학적 위기와 세계화의 후퇴 속에서 방산주가 유망하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그러나 적어도 평화를 말하는 시민이라면, 이런 흐름에 아무 고민 없이 올라타지는 않았으면 한다.

한국의 무기산업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반도체나 다른 주요 산업에 비하면 여전히 규모는 제한적이다.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 때 방산주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 전체로 보면, 전쟁과 긴장은 훨씬 더 많은 산업을 위축시킨다. 우리는 굳이 무기산업의 성장을 돕지 않더라도, 다른 산업의 발전에 투자하고 그 과실을 나눌 수 있다.
나는 여전히 평화를 말하는 시민으로 살고 싶다. 내가 쓰는 돈과 내가 굴리는 자본의 방향에서부터. 투자할 기업을 찾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선택이 내가 바라는 세상과 어긋나지 않는지. 평화는 오늘 내가 클릭하는 작은 버튼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사진 | 아침, 이소정
방산주에 투자하시나요?
고동(소모임 <기기:기억과 기념> 참여자)
재단 활동가 아침이 ‘평화의 mat’ 기고를 제안했을 때,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평화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를 써달라는데, 지금의 내가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20년 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했던 청년 고동주라면 모를까. 그때의 나는 분명했고, 또렷했고,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만큼 선명하지 않다. 그래서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볼까 하다가, 억지로 끌어오는 느낌이 들어 그만두었다. 대신 지금의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 보기로 했다.
나는 요즘 주식투자를 한다. 한때는 주식시장을 자본주의의 첨단, 어쩌면 도박에 가까운 세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며 연말정산을 공부하다가, 세금과 금융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자연스레 투자에 관심이 옮겨갔다. 부동산 투기를 할 자본도 없지만, 설령 있다고 해도 그보다는 생산 활동에 투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라는 책도 있다는 데, 나의 선택이 아주 비난받을 것은 아니겠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하지만 나의 투자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 이른바 ‘방산주’라 불리는 무기산업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친구들은 농담처럼 말한다. “그런 것까지 따지면 어떻게 돈을 벌어? 그러니 못 버는 거야.” 자본주의는 냉정하니, 투자자가 되었다면 오직 수익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걸까? 실제로 주식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방산주를 이야기할 때, 평화나 윤리를 기준으로 분석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수혜 종목을 계산하는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그 전쟁으로 고통받을 사람들에 대한 언급은 부차적인 것처럼 다뤄진다.
평화를 싫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뉴스 진행자도, 정치인도, 누구나 평화를 기원한다. 그런데 한국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거나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들뜬 표정으로 ‘쾌거’라며 중계한다. 방어를 위한 무기라면 괜찮다고, 한 걸음 물러서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방어를 넘어 수출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소식이 자랑처럼 전해진다. 무기를 수출하는 일도 상대국의 방어를 돕는 것이니 문제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수출한 무기가 독재국가에서 시민을 억압하는 데 사용된다는 보도가 종종 이어진다. 무기 수출 확대는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넣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는 주식을 사는 순간 일부라도 그 기업의 주인이 된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만들어낸 무기로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면, 그 기업의 주주인 나 역시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조방원’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 가운데 ‘방’은 방산주를 뜻한다. 지정학적 위기와 세계화의 후퇴 속에서 방산주가 유망하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그러나 적어도 평화를 말하는 시민이라면, 이런 흐름에 아무 고민 없이 올라타지는 않았으면 한다.
한국의 무기산업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반도체나 다른 주요 산업에 비하면 여전히 규모는 제한적이다.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 때 방산주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 전체로 보면, 전쟁과 긴장은 훨씬 더 많은 산업을 위축시킨다. 우리는 굳이 무기산업의 성장을 돕지 않더라도, 다른 산업의 발전에 투자하고 그 과실을 나눌 수 있다.
나는 여전히 평화를 말하는 시민으로 살고 싶다. 내가 쓰는 돈과 내가 굴리는 자본의 방향에서부터. 투자할 기업을 찾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선택이 내가 바라는 세상과 어긋나지 않는지. 평화는 오늘 내가 클릭하는 작은 버튼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사진 | 아침,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