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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교육[평화기행 후기] 전쟁을 기억하는 사회가 되길 / 황나라

전쟁을 기억하는 사회가 되길

-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참가 후기 -



황나라(한베평화재단 청년모임 ‘우다다다’)



2021년을 20대로 살아가며 나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벌인 전쟁에 대해 관심을 갖는 책임감 따윈 없었다. 베트남 전쟁도 그렇다. 베트남 전쟁과 관련해 아무것도 몰랐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한베평화재단을 알기 이전에 베트남 전쟁에 관해 들은 것이라곤 고등학교 한국사 수업 시간에 스쳐지나듯 배운 게 전부다. 그런 내가 한베평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평화기행에 참여하게 된 것은 대단한 동기나 목적이 있었다기보단 작년 방학 때 친구와 짧은 호치민 여행을 한 뒤 작은 관심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즉흥적으로 여행하는 편인 나는 호찌민이라는 지역만 정해두고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지 전혀 계획해두지 않았다. 하루는 숙소 거실에 놓인 소파에 앉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창밖의 풍경이나 구경하면서 무얼 할지 친구와 대화하고 있었다. 동물원에 갈지, 영화관에 갈지 등을 고민한 후 구글맵에 2만 5천개의 리뷰가 있는 전쟁 박물관 정보를 보고는 ‘여기가 필수코스 중 하나인가 보다’했다. 크게 재미를 볼 것 같지는 않았으나 딱히 어딜 가고 싶다 하는 게 없었기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박물관에 도착하니 야외부터 위협적인 군용 비행기와 폭탄을 볼 수 있었다. 내 키만 한 폭탄은 얼마나 열심히 닦았는지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실 지경으로 반질반질했다. 야외전시관을 훑어보는 동시에 수많은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큰 기대없이 온 터라 사람이 그렇게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많은 관광객들이 전쟁증적박물관에 오는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이 속한 국가와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베트남 여행 중에 찍은 사진. 왼쪽은 호찌민시 전쟁증적박물관 외부에 전시된 미사일과 탄피.
오른쪽 사진은 호찌민시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 ⓒ황나라




그렇게 두 시간 넘게 꽤 넓은 박물관을 쭉 둘러보고는 3층 복도에 놓인 벤치에 잠시 앉았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보여준 이미지들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본 것들이 진짜가 맞긴 한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 의문점을 마음 한켠에 간직한 채로 호찌민 여행을 마무리 했다. 서울에 와서 여느 일상과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던 중에 우연히 한베평화재단이라는 곳을 알게 됐다. 열렬히 베트남 전쟁에 관해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아니고, 베트남 관련 단체를 적극적으로 조사해본 것도 아니다. 그저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한베평화재단을 알게 됐고, 수개월 전에 호찌민시 전쟁증적박물관에서 봤던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우다다다(우리는 다르지만 다같이 다녀보자)’ 청년 모임을 만들어서 베트남전쟁을 공부하고, 베트남 평화기행을 간다는 사실에 지원하게 되었다. 베트남전쟁과 한-베 관계에 그저 약간의 관심과 흥미가 있었을 뿐이지만, 모임 구성원으로 함께하며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것들을 배웠다.


아쉽지만 올해 베트남 평화기행은 코로나19탓에 한국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전체 평화기행 일정은 총 4개이고, 지금까지 3개의 일정(용산 전쟁기념관, 국립현충원, 그리고 호찌민시 전쟁증적박물관 랜선투어)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느낀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국방부에서 관리하는 용산 전쟁기념관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광장과 거대한 조형물, 큰 건물이 우리를 감싸며 위압감을 준다. 6.25상징탑은 정신적으로 억눌리는 느낌을 일부러 주려는 듯 하늘을 찌르며 우두커니 서 있다. 양쪽에는 전사자 명비가 벽을 채우며 쭉 나열되어 있다. 회랑은 6.25전쟁, 베트남전쟁, 이후의 대침투작전 등에서 전사한 군인 이름을 새겨놓은 추모공간이다. 관람객의 마음을 숙연케 만들면서도, 전쟁 희생자를 자랑스럽게 전시하는 듯한 광경에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다. 수많은 전쟁에 젊은 청년을 보낸 실수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이후, 우리는 곧장 3층 해외파병실로 향했고, 그곳에서 전쟁기념관이 베트남전쟁을 어떻게 묘사하는 지를 볼 수 있었다. 전쟁기념관이 반복해 말하는 핵심은 ‘자랑스러운 우리 군인’, ‘파병의 성과’이다. 대한민국은 베트남파병의 결과로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는 듯이 묘사하고 있어 의아했다. 전쟁을 경험하며 덩치를 키운 군대의 존재 자체에 대해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첫번째 프로그램으로 용산 전쟁박물관 해외파병실을 관람하고 있는 참가자들.
흰 셔츠를 입은 참가자가 나라. ⓒ한베평화재단



두 번째로 간 곳은 서울 국립현충원이다. 국립현충원 투어는 양정석 베트남전쟁 참전군인과 김학규 역사문화해설사와 함께했다. 아침 일찍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6월의 햇빛을 간과한 탓이 목과 팔이 심하게 익어버렸다. 몸을 태우며 4시간 동안 현충원을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현충원의 반도 보지 못했다. 넓디넓은 추모공간인 현충원은 그만큼 볼게 방대하고 들어야 할 이야기와 사연도 많다. 현충원도 용산 전쟁기념관처럼 국방부에서 관리하는 곳이며, 처음엔 국군묘지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과거에는 순직한 경찰을 이곳에 모시는 걸 반대하는 세력도 있었다고 한다.


군의 폐쇄적인 문화를 여기서도 볼 수 있다. 심지어 묘비마저도 계급에 따라 위치와 비석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건 끔찍하게 계급을 생각하는 군대문화가 깃들어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베트남전쟁에 관해 설명해주시던 양정석 선생님께서는 설명을 하시다가도 “전쟁은 일어나선 안된다”는 말씀을 거듭 반복하셨다. 매우 상식적인 소리지만 우리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사회에서 청년인 내가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게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두번째 프로그램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참가자들.
흰색 줄무늬 가디건을 입은 참가자가 나라. ⓒ한베평화재단


호찌민시 전쟁증적박물관 해설을 맡은 짜노 활동가에 따르면, 실제 베트남 곳곳에서 전쟁을 기억하는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군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열사묘역이 지역마다 있고,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증오비가 3개 정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전쟁을 가슴깊이 기억한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도 마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물관 내부에 들어서면 미국의 독립 선언문이 베트남어와 영어로 적혀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이중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오늘날 강대국을 중심으로 세워진 국제법과 전쟁범죄 기준이 생각나는 지점이기도 했다. 박물관 2층에 위치한 고엽제피해 사진 전시관에 들어서면 최초의 생태학살이 얼마나 무자비한지를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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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세번째 프로그램으로 랜선 베트남 호찌민시 전쟁증적박물관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 ⓒ한베평화재단


세 번의 평화기행으로 많은 지식과 무거운 고민거리를 얻었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참석하고 싶다. 글이나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진실을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몸을 직접 어디론가 옮겨가며 감각을 통해 얻는 지식은 더 오래갈 거라 믿기 때문이다. 직접 제 몸으로 배울 수 있는 평화기행에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길 바란다. 우리세대와 다음세대가 같은 경험을 통해 서로 다른 간극을 만들지 않고, 화합 안에서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건설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 나가길 원한다. 


이번 평화기행에서, 한 장소를 마무리할 때마다 참가자들은 소감을 공유하며, 다른 이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단순히 ‘우리의 일’이라는 추상적인 강요가 아니라 정말 의무적으로 해결해야할 일이라는 책임을 나눴다. 평화로 가는 길은 나 혼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여럿이 연대하고 공유하고 지지하며 같이 앞으로 나가는 사회여야 한다.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 수는 수백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쟁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공유해야 하는 기억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 '우다다다'는 '우리는 다르지만 다같이 다녀보자'의 줄임말로, 한베평화재단에서 베트남전쟁을 공부하고 베트남 평화기행을 준비하는 청년모임입니다. 자세한 활동 내용과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우다다다 청년모임 네번째 만남 이야기(블로그)

* '우다다다' 청년모임 나라가 참여한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프로그램이 궁금하다면?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맛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