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여행_서울 현충원

동작구 서울현충원을 방문하여 공원 곳곳을 탐방하고 있는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다음 여행으로 방문한 곳은 동작구에 위치한 서울현충원입니다.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참가자들과 함께 현충원을 찾은 날은 6월 6일 현충일 즈음이었는데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여러 행사와 방문객으로 붐비는 풍경을 마주했겠지만,
이 날은 곳곳에 꾸며져 있는 추모의 꽃과 플래카드만이 화려할 뿐, 찾는 이 없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습니다.
국립현충원은 이전의 전쟁기념관과 달리, 2030 청년 참가자들도 “어릴 때 와 본 기억이 있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도 현창 체험 학습, 봉사 활동 등 학교에서
단체로 방문한 어렴풋한 기억은 있지만
제대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돌아본 적도, 찾은 적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참가자들끼리 간단히 인사를 하고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여행도 '우다다다 청년 모임' 구성원 외 재단 회원, 시민단체 활동가, 교육업 종사자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여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위한 후기 및 평가를 남겨주었습니다.
오늘 여행 역시 평화의 시각과 관점으로 국가 기억의 공간을 둘러보며,
우리가 놓친 것들을 짚어보고 평화롭게 기억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지난 산마을고등학교 평화기행의 인연으로 만난 김학규 역사문화해설사(동작역사문화연구소 소장)와
양정석 베트남전 참전군인도 이번 여행을 함께했습니다.
서울현충원은 안내 지도를 보며 걷지 않는 이상은 도무지 혼자 둘러보기 쉽지 않을 만큼 거대한 규모의 시설입니다.
그래서 묘비명을 하나하나 확인하거나 굳이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립현충원에서 베트남전 참전의 역사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파병의 시작만을 기억했을 뿐 끝을 정리하는 일은 모두가 소홀했지요.
이제는 우리가 진실된 베트남전쟁의 역사를 마주하고 기억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현충원에서 해설을 진행하고 있는 김학규 역사문화해설사(왼쪽) / 현충원에서 참전 경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양정석 참전군인(오른쪽) ⓒ한베평화재단
국립서울현충원에는 국가원수 묘역, 독립유공자 묘역, 임시정부요인 묘역 등 다양한 묘역이 구역별로 조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번 현충원 기행에서 주요하게 살펴본 장소는 장군, 장병, 경찰관 묘역으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에서 전사한 군인이 안장되어 있는 곳인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현충원 2묘역 일대는 베트남전쟁 참전군인 묘역입니다.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한국군 전투병 규모는 10여년간 연인원 32만 명.
그 중 약 5천여 명이 사망하였으며 생존자 다수 또한 현재 고령으로
고엽제, 부상,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트라우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가의 기억 속에서는 그저 '전쟁 피해'나 '전쟁 결과'의 일부분으로 치부해버리지만,
우리는 이를 개인의 역사 속에서 이해하고자 참전군인과 만남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양정석 베트남전쟁 참전군인은 자신의 참전 경험을 생생히 나누며, 전쟁의 상처와 비극적인 현실을 이야기하며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이유와 이를 위한 활동 경험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서울현충원에 있는 파월 한국군 묘역은 60년대 사망한 참전 군인의 묘와 70년대 사망한 참전 군인의 묘가 다른 묘역에 위치해 있답니다.
그 중 주로 70년대에 사망한 참전 군인의 묘가 있는 곳은 현충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제2묘역과 그 일대인데요.
이 묘역 제일 앞에는 주월한국군사령부 초대 사령관을 지낸 채명신 장군의 묘도 있습니다.
김학규 해설사는 이곳에서 제주 4.3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채명신 장군과 이세호 장군이 각각
주월한국군 초대 사령관과 2대 사령관을 역임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현대사에서 발생했던 안타까운 역사들은
각각의 사건이 아니라 이들을 관통하는 역사의 축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4.3과 베트남전, 그리고 광주 5.18을 함께 생각하며 반복되는 전쟁과 평화적이지 않은 상황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베트남 참전군인 묘역 이외에도 서울현충원 곳곳을 둘러보며
국가와 공식 기억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립서울현충원 맞은편 동작주차근린공원을 함께 찾아 월남참전기념비를 살펴 보고 있는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이후에는 간단하게 소감을 나누고 현충원과 동작역 사이에 위치한 자그마한 '동작주차근린공원'을 함께 찾았는데요.
이곳에 월남참전기념비가 조성되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확인해보고자 방문한 것입니다.
(실은 서울현충원 내에 있는 줄 알고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알고보니 맞은편 공원에 있었다는 슬픈 사실이 ㅎㅎ)
기억을 재현하려는 노력과 시도는 공간에서도 중요하게 드러납니다.
특히나 베트남전쟁의 경우, 주요 사건이나 경험의 장소가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기억을 남기기 위한 장소와 기억의 싸움이 치열한데요.
현충시설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지정 현충시설은 총 2,230개.
독립운동과 국가수호 등의 여러 애국 보훈 시설을 모두 포함하는데, 그중에서 ‘월남전쟁’으로 분류되는 시설은 총 57개,
‘6.25전쟁 및 월남전쟁’으로 분류되는 것도 총 17건으로 확인됩니다.
그만큼 굉장히 많은 참전 메모리얼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지만,
사회적 무관심 속에 방치되거나 중요한 의미로 분석되지 못하고 있지요.
이곳 동작주차공원에 위치한 월남참전기념비는 2009년 서울지역 월남참전회에서 세운 것입니다.
베트남 관련 참전 기념물들은 얼핏 보면 한국전쟁 관련 조형물들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한 모양과 내용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길을 오가다 한 번 쯤은 보신 기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네모난 돌에 비슷한 반공 애국주의적 내용을 쓴 패턴이기에 “그게 그거겠지 뭐”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도 같고요.
한국에 있는 베트남전쟁 메모리얼에서는 군인조각상을 통한 승리감과 영웅적 이미지를 전달하거나,
아이를 구출하는 조각상을 통해 정의와 인도적 활동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작주차공원 내 월남참전기녑탑도 이에 해당하는 경우였어요.
또한 대부분의 기념물에 기록된 건립취지문과 동일하게,
이곳 역시 ‘용맹’, ‘자유수호’, ‘세계평화’, ‘국가경제발전의 초석’ 등의
단어 사용을 통해 반공 및 애국주의 이념적 가치를 내세우고, 지역별로 참전군인의 이름을 새긴 모습으로
참전군인의 명예를 고양하는 집단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쟁 기념물에서 가장 중요한 ‘전사자 추모’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점과
전쟁 자체에 대한 근본적 해석을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느꼈고,
사회적 무관심 속에 외롭고 쓸쓸하게 높이 세워져 방치된 탑을 보며 안타까움도 나누었습니다.
일반 참가자들은 베트남전 참전 군인과 만나 전쟁과 평화에 대하여 대화하는 경험이 낯설고,
참전 군인도 대중들 앞에서 ‘평화’를 화두로 전쟁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지 않았지만,
모두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매우 더운 한여름의 날씨와 습기였음에도,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장시간 야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참가자들 덕분에 여러 의미 있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기념관과 서울현충원에 이어 '랜선 베트남 평화기행' 프로그램까지 참여한
'우다다다' 청년 모임의 구성원 나라님이 정성껏 후기를 글로 남겨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평화기행 후기] 전쟁을 기억하는 사회가 되길 /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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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여행_강원도 춘천&화천

춘천역 앞 월남참전기념탑을 찾아 해설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평화기행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의 마지막 여행은 강원도 춘천&화천입니다.
강원도라는 지역은 베트남전쟁은 물론이고, 한국사에서도 전쟁, 분단 등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지형적 특수성을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기에 평화기행 코스로 선정하였습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우다다다’ 청년모임의 구성원을 주축으로 재단 회원 및 평화 활동가, 베트남 청년들이 참가자로 함께하였습니다.
일부 프로그램은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과 결합하여 진행하기도 했답니다.
이번 여행은 청소년, 청년이 대부분의 구성원이었기에 더욱 열의 넘치는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어요.
베트남전쟁 당시 ‘월남으로 가는 출발점’이었던 춘천역 앞 춘천대첩기념평화공원을 가장 먼저 찾았습니다.
베트남전쟁으로 향하기 전, ‘오음리 훈련장’(현 월남파병용사만남의 장)에서 교육을 받은 군인들이
이곳 춘천역에 집결해 부산항으로 떠났었지요. 이곳은 한국전쟁 시기 격전이 벌어졌던 장소이기도 한데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을 기리는 무공탑과 6.25참전학도병기녑탑과 조각 옆에,
2017년 10월 월남참전기념탑이 들어서게 됩니다. 실제로 베트남전 메모리얼은 대부분 6.25전쟁 등과 함께 기념되며
애국과 이념, 냉전, 갈등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기억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앞서 두 번째 여행을 통해 서울현충원과 동작주차문화공원 내 월남참전기념탑을 보면서,
참가자들은 ‘한국이 기억하는 베트남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왔는데요.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약 15년이 지난 1990년대에 들어서며 참전기념물 건립운동이 본격화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이 참전군인의 사회적 위상을 정립하고 피해보상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을 통해 만나본 현충시설과 기념물을 생각하며,
미국의 베트남전쟁 전사자 메모리얼 사례와 비교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요.
중국계 미국인 마야 린에 의해 조성된 워싱턴 베테랑스 메모리얼 ‘The Wall’을 참고 삼아 전쟁의 성찰적 접근을 고민해봅니다.
또한 한베평화재단에서 베트남전쟁을 공부하는 청년들의 책모임 ‘새싹’에서 읽은 도서,
비엣타인응우옌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를 떠올리고 ‘기억’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월남파병용사 만남의 장 내에 위치한 월남참전기념관 전시실을 자유 관람 중인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2008년, ‘(현)월남파병용사 만남의 장’과 ‘월남참전기념관’이 들어서게 되었는데
지금은 당시 훈련장의 일부만이 남아 있으며, 장소 내에서도 파병 당시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강원도 화천 주변은 지금도 휴전선에 인접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군부대와 군시설이 대거 들어서있는데요.
평화기행팀도 오음리로 향하는 도로에서 군트럭과 장갑차를 종종 보았습니다.
월남참전기념관은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박정희 정부 시기 파병 결정과 과정, 그로 인한 한국의 경제 발전,
한국군의 활약과 전쟁무기 등 1973년 철군 직전까지 한국군의 베트남전쟁에 대한 ‘기념’과 ‘국가주의’, ‘영웅주의’로 넘쳐납니다.
전시의 구성과 내용이 첫 여행으로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하여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렇지만 이곳이 전쟁기념관이 100% 똑같이 재현되는 단순한 반복의 공간은 아니랍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부분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한계와 개선지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물이
전쟁기념관 보다는 조금 더 다양하게 있고(참전군인의 편지, 개인 물품, 가족에게 보낸 사진 등),
역시나 다소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는 경향을 보이나, 보다 폭넓게 또 자세하게 베트남전쟁을 기록하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오음리는 흔적만 남은 실패한 재현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월남파병용사만남의 장 내에 베트남 현지를 재현하며 ‘월남 마을’과 ‘구찌터널’을 재현했는데,
한 쪽에 한국군이 ‘베트콩’으로 보이는 두 명의 베트남인들에게 총을 겨누고,
베트남인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투항하는 형태의 실물 크기 인형을 설치했던 것이 논란이 된 적이 있거든요.
이후 실물 크기 인형은 치워졌고 지금 그 자리에는 설치물이 있던 흔적만 남아있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곳곳에 세워진 조형물과 안내 설명문에는 베트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반공 이데올로기와 승리주의만을 기억하는 방식이 보여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참전군인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김낙영 베트남전 참전군인 ⓒ한베평화재단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 강원도 춘천&화천> 프로그램에도 특별한 분이 함께했습니다.
김낙영 참전군인인데요, 전시관을 둘러본 후 당시 부대 막사로 사용했던 장소에서
약 1시간 정도 ‘참전군인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궁금하고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키워드로 담아 김낙영 참전군인에게 직접 여쭤보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는데요.
맹호부대로 베트남전쟁에 참여했을 때에 기억나는 풍경과 전쟁 후 어려웠던 삶에 대해 생생히 나누어주셨고,
뿐만 아니라 한베평화재단과 만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느낀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참여한 학생과 청년들이 질문을 적극적으로 하고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참여해주어,
김낙영 어르신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어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남겨주셨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다다다’ 청년모임 구성원 중 한 명인 히히(장희정)님이 후기를 남겼으니
자세한 이야기와 참가 소감이 궁금하신 분은 링크를 클릭해보셔요!
[평화기행 후기] 질문에 답을 찾아 나서는 여행 / 장희정

화천 '평화의 댐'에서 강원 피스투어와 만나 해설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마지막으로 찾은 장소는 동촌리(북한강)에 위치한 ‘평화의 댐’!
TV에서 종종 본 적이 있는 곳인데 실제로 가서 보니 엄청난 규모와 높이에 더욱 놀랐어요.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댐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평화기행팀은 강원 피스투어와 만나, 해설을 듣고 탐방을 잠시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화의 댐에는 사실 ‘출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요. 전두환 정권이 북한 견제와 공포 심리를 이용한 국민 통제,
일명 ‘공포 마케팅’을 위해 만든 거대한 전략적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건설 배경이 알려지며 평화의 댐은 곳곳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는데,
여전히 강원도 화천 공식 홈페이지는 이곳을 ‘안보 관광의 중심지’라 자랑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며 진짜 '평화'의 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으나 아직은 요원해보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군사용 댐’인 이곳은 지금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물도 채우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는데요. 평화의 댐은 진짜 ‘평화’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을 모아서 평화의 상상을 해보는 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각 조 별로 이야기 나눈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베평화재단
마지막으로는 토론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평화기행에서 떠오른 질문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평화기행에 참여한 소감을 각자 나눈 뒤, 설문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남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용산 전쟁기념관과 오음리 월남참전기념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우리 사회 현충시설을 평화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베트남전쟁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전쟁 기억에 대하여”
네 개의 질문 중 1-2개를 선택하여 조별로 의견을 나누고 정리하여 발표했는데요.
여러 사람이 공감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또 모두가 생각해도 아직은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 새롭게 남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 야외 활동과 집중으로 피곤할 법도 한데, 늦은 시간까지 모두 열정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토론 시간만 거의 2시간이었다는 후문!)
또한 더 유익하고 알찬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요청한 설문지도 정성스레 구체적으로 빼곡하게 피드백을 담아 보내주었습니다.
향후 내용을 반영하여 좋은 평화 여행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한베평화재단이 준비한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베트남전쟁의 흔적들을 따라가며 평화의 화두를 만나보는 경험이었답니다.
제목 뒤에 붙은 꼬리표 ‘파일럿’에서 알 수 있듯, 이 프로그램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부족한 점도 더 해보고 싶지만 역량과 현실 조건 속에 다음으로 기약한 점도 많이 있는데요.
평가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지점도 수정해 넣어서 이해가 쏙쏙 소화하기 쉬운 내용으로 완성해서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본 프로그램은 한베평화재단 주최, 광주인권평화재단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본 프로그램은 코로나19 방역과 예방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되었습니다.
“곧 끝나겠지”, “올해 안에는 희망이 있겠지”, “금방 좋아지겠지”
막연한 희망과 간절한 기도로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길 벌써 2년.
‘에프터(after) 코로나’ 보단 ‘위드(with) 코로나’와 더 가까워진 나날입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 기관에서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조사했는데요.
2030세대는 ‘여행’을, 4060세대는 ‘외출, 친구 만남 등 일상생활’을 1순위로 꼽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이후부터 재단은 베트남 평화기행을 진행할 수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올 해까지, 다양한 개인과 단체에서 베트남 평화기행 문의를 보내왔습니다.
“베트남 평화기행 언제 재개하나요?”, “언제쯤 베트남 갈 수 있을까요?”,
“베트남전 문제를 알기 시작하면서 꼭 현지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당장 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재단도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베트남도 지금 코로나19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아요”라는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떠오른 생각.
“한국에서 베트남 평화기행을 진행해보는 건 어떨까?”
‘베트남 전쟁’을 들여다보는 평화 여행은 ‘베트남’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의 틀을 벗어나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았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사건.
그만큼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여러 상처와 고민을 남긴 사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땅 곳곳에도 베트남전쟁의 흔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존재하지만 보이지는 않았던, 어쩌면 외면했던,
한국 사회의 베트남전쟁 기억을 돌아보며 평화를 생각하는 여행,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파일럿 ver) 후기, 지금 출발합니다!
* 본 프로그램은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을 재단 상설 사업으로 만들기 위하여 2021년 한 해 시범적으로 운영해본 파일럿 프로젝트입니다.
향후 평가 및 피드백을 통해 내용과 가치 모두를 충실히 채워 상설 평화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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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여행_용산 전쟁기념관
한베평화재단 아카데미룸 '옥수수'에서 진행된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여는 프로그램 ⓒ한베평화재단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프로그램이 첫 발걸음을 향한 곳은 바로 용산 전쟁기념관입니다.
한베평화재단 사무실이 위치한 옥수동에서 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요.
재단은 평소에도 기자회견을 개최하거나, 국가기관의 전쟁 기억 동향 및 인식 확인 등을 위해 전쟁기념관을 찾곤 했어요.
평화 교육과 평화 기행을 구성하기 위한 고민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멀리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을 평화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도를 위해
이 장소를 코스 중 하나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종 개인이 방문한 적은 있지만, 해설 구성과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본격적으로 전쟁기념관을 방문하여 전시 구성을 보고 자료를 찾아 분석한 것은
지난 해 '평화꾸러미 전쟁기념관 가다' 이후로 오랜만이었어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다시 찾으니 또 새롭게 보이는 전쟁박물관이 낯설면서 흥미로웠답니다.
재단 활동가들은 실무 준비와 별개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토론을 하며
전쟁기념관을 시민들과 함께 만나기 위한 준비를 진행했어요.
전쟁기념관 방문을 위한 이번 여행에 대학생 및 대학원 학생, 청년, 시민사회 활동가, 교육 현장 노동자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주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재단에서 함께 베트남전쟁을 공부하고 평화를 고민해온
'우다다다' 청년 모임 구성원들도 함께 했어요.
용산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을 둘러보는 한베평화재단 활동가와 평화기행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한베평화재단 사무실에서 친해지기 / 한베평화재단 소개 / 평화꾸러미 전쟁기념관 가다
세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약 1시간에 걸쳐 연두(석미화 사무처장)가 들려준 배경 이야기가 좋았다는 후기가 많았는데요.
베트남전쟁을 둘러싼 국내외 평가, 전쟁기념관이 세워진 배경과 구조적 특성,
우리가 베트남전쟁을 평화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후에는 직접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보았는데요.
전시관 외부에서부터 코로나19 거리 두기 및 모임 규정에 따라,
2개 팀으로 나누어 본격! 평화의 시각으로 전쟁기념관 둘러보았습니다.
전시 해설은 올가(전미화 활동가)와 짜미(최나현 활동가)가 진행했어요.
청년 참가자들은 대부분 “전쟁기념관을 처음 와 보았다”는 경우가 많았고,
이외 참가자들은 “방문해본 적은 있지만 깊이 들여다본 적은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전쟁기념관은 1994년 6월 개관하여 연간 200만 명 이상의 내외국인이 찾는,
특히 매년 70만 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학교와 가정을 통해 교육의 공간으로 자주 찾는 공간입니다.
그럼에도 내부 전시는 여전히 전후 세대 반공 안보관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국가주의적 역사 서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특히 베트남전쟁과 관련한 내용이 전시된 2층 해외파병실에서 이러한 한계가 극명히 드러납니다.
전쟁기념관은 다시 돌아봐야 할 역사에 대해 현재까지도 “국제 사회에 대한 보은(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공산주의 세력 확산 저지(도미노 이론)”, “경제적 효과” 등의 명분 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재단과 참가자들은 기억, 재현, 추모, 교육 네 가지 관점에서 전쟁기념관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전쟁기념관이 말하지 않는’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지요.
전쟁기념관에서 나누었던 “누구를, 무엇을 기억하고 추모하는가?”, “교육의 공간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의도하고 재현했는가?”, “어떤 것을 숨기고 싶어 하는가?” 등의 질문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함께 고민을 풀어가는 기회들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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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여행_서울 현충원
두 번째 여행_서울 현충원
동작구 서울현충원을 방문하여 공원 곳곳을 탐방하고 있는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다음 여행으로 방문한 곳은 동작구에 위치한 서울현충원입니다.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참가자들과 함께 현충원을 찾은 날은 6월 6일 현충일 즈음이었는데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여러 행사와 방문객으로 붐비는 풍경을 마주했겠지만,
이 날은 곳곳에 꾸며져 있는 추모의 꽃과 플래카드만이 화려할 뿐, 찾는 이 없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습니다.
국립현충원은 이전의 전쟁기념관과 달리, 2030 청년 참가자들도 “어릴 때 와 본 기억이 있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도 현창 체험 학습, 봉사 활동 등 학교에서
단체로 방문한 어렴풋한 기억은 있지만
제대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돌아본 적도, 찾은 적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참가자들끼리 간단히 인사를 하고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여행도 '우다다다 청년 모임' 구성원 외 재단 회원, 시민단체 활동가, 교육업 종사자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여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위한 후기 및 평가를 남겨주었습니다.
오늘 여행 역시 평화의 시각과 관점으로 국가 기억의 공간을 둘러보며,
우리가 놓친 것들을 짚어보고 평화롭게 기억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지난 산마을고등학교 평화기행의 인연으로 만난 김학규 역사문화해설사(동작역사문화연구소 소장)와
양정석 베트남전 참전군인도 이번 여행을 함께했습니다.
서울현충원은 안내 지도를 보며 걷지 않는 이상은 도무지 혼자 둘러보기 쉽지 않을 만큼 거대한 규모의 시설입니다.
그래서 묘비명을 하나하나 확인하거나 굳이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립현충원에서 베트남전 참전의 역사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파병의 시작만을 기억했을 뿐 끝을 정리하는 일은 모두가 소홀했지요.
이제는 우리가 진실된 베트남전쟁의 역사를 마주하고 기억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현충원에서 해설을 진행하고 있는 김학규 역사문화해설사(왼쪽) / 현충원에서 참전 경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양정석 참전군인(오른쪽) ⓒ한베평화재단
국립서울현충원에는 국가원수 묘역, 독립유공자 묘역, 임시정부요인 묘역 등 다양한 묘역이 구역별로 조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번 현충원 기행에서 주요하게 살펴본 장소는 장군, 장병, 경찰관 묘역으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에서 전사한 군인이 안장되어 있는 곳인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현충원 2묘역 일대는 베트남전쟁 참전군인 묘역입니다.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한국군 전투병 규모는 10여년간 연인원 32만 명.
그 중 약 5천여 명이 사망하였으며 생존자 다수 또한 현재 고령으로
고엽제, 부상,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트라우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가의 기억 속에서는 그저 '전쟁 피해'나 '전쟁 결과'의 일부분으로 치부해버리지만,
우리는 이를 개인의 역사 속에서 이해하고자 참전군인과 만남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양정석 베트남전쟁 참전군인은 자신의 참전 경험을 생생히 나누며, 전쟁의 상처와 비극적인 현실을 이야기하며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이유와 이를 위한 활동 경험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서울현충원에 있는 파월 한국군 묘역은 60년대 사망한 참전 군인의 묘와 70년대 사망한 참전 군인의 묘가 다른 묘역에 위치해 있답니다.
그 중 주로 70년대에 사망한 참전 군인의 묘가 있는 곳은 현충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제2묘역과 그 일대인데요.
이 묘역 제일 앞에는 주월한국군사령부 초대 사령관을 지낸 채명신 장군의 묘도 있습니다.
김학규 해설사는 이곳에서 제주 4.3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채명신 장군과 이세호 장군이 각각
주월한국군 초대 사령관과 2대 사령관을 역임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현대사에서 발생했던 안타까운 역사들은
각각의 사건이 아니라 이들을 관통하는 역사의 축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4.3과 베트남전, 그리고 광주 5.18을 함께 생각하며 반복되는 전쟁과 평화적이지 않은 상황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베트남 참전군인 묘역 이외에도 서울현충원 곳곳을 둘러보며
국가와 공식 기억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립서울현충원 맞은편 동작주차근린공원을 함께 찾아 월남참전기념비를 살펴 보고 있는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이후에는 간단하게 소감을 나누고 현충원과 동작역 사이에 위치한 자그마한 '동작주차근린공원'을 함께 찾았는데요.
이곳에 월남참전기념비가 조성되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확인해보고자 방문한 것입니다.
(실은 서울현충원 내에 있는 줄 알고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알고보니 맞은편 공원에 있었다는 슬픈 사실이 ㅎㅎ)
기억을 재현하려는 노력과 시도는 공간에서도 중요하게 드러납니다.
특히나 베트남전쟁의 경우, 주요 사건이나 경험의 장소가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기억을 남기기 위한 장소와 기억의 싸움이 치열한데요.
현충시설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지정 현충시설은 총 2,230개.
독립운동과 국가수호 등의 여러 애국 보훈 시설을 모두 포함하는데, 그중에서 ‘월남전쟁’으로 분류되는 시설은 총 57개,
‘6.25전쟁 및 월남전쟁’으로 분류되는 것도 총 17건으로 확인됩니다.
그만큼 굉장히 많은 참전 메모리얼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지만,
사회적 무관심 속에 방치되거나 중요한 의미로 분석되지 못하고 있지요.
이곳 동작주차공원에 위치한 월남참전기념비는 2009년 서울지역 월남참전회에서 세운 것입니다.
베트남 관련 참전 기념물들은 얼핏 보면 한국전쟁 관련 조형물들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한 모양과 내용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길을 오가다 한 번 쯤은 보신 기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네모난 돌에 비슷한 반공 애국주의적 내용을 쓴 패턴이기에 “그게 그거겠지 뭐”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도 같고요.
한국에 있는 베트남전쟁 메모리얼에서는 군인조각상을 통한 승리감과 영웅적 이미지를 전달하거나,
아이를 구출하는 조각상을 통해 정의와 인도적 활동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작주차공원 내 월남참전기녑탑도 이에 해당하는 경우였어요.
또한 대부분의 기념물에 기록된 건립취지문과 동일하게,
이곳 역시 ‘용맹’, ‘자유수호’, ‘세계평화’, ‘국가경제발전의 초석’ 등의
단어 사용을 통해 반공 및 애국주의 이념적 가치를 내세우고, 지역별로 참전군인의 이름을 새긴 모습으로
참전군인의 명예를 고양하는 집단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쟁 기념물에서 가장 중요한 ‘전사자 추모’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점과
전쟁 자체에 대한 근본적 해석을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느꼈고,
사회적 무관심 속에 외롭고 쓸쓸하게 높이 세워져 방치된 탑을 보며 안타까움도 나누었습니다.
일반 참가자들은 베트남전 참전 군인과 만나 전쟁과 평화에 대하여 대화하는 경험이 낯설고,
참전 군인도 대중들 앞에서 ‘평화’를 화두로 전쟁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지 않았지만,
모두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매우 더운 한여름의 날씨와 습기였음에도,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장시간 야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참가자들 덕분에 여러 의미 있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기념관과 서울현충원에 이어 '랜선 베트남 평화기행' 프로그램까지 참여한
'우다다다' 청년 모임의 구성원 나라님이 정성껏 후기를 글로 남겨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평화기행 후기] 전쟁을 기억하는 사회가 되길 /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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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여행_강원도 춘천&화천
춘천역 앞 월남참전기념탑을 찾아 해설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평화기행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의 마지막 여행은 강원도 춘천&화천입니다.
강원도라는 지역은 베트남전쟁은 물론이고, 한국사에서도 전쟁, 분단 등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지형적 특수성을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기에 평화기행 코스로 선정하였습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우다다다’ 청년모임의 구성원을 주축으로 재단 회원 및 평화 활동가, 베트남 청년들이 참가자로 함께하였습니다.
일부 프로그램은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과 결합하여 진행하기도 했답니다.
이번 여행은 청소년, 청년이 대부분의 구성원이었기에 더욱 열의 넘치는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어요.
베트남전쟁 당시 ‘월남으로 가는 출발점’이었던 춘천역 앞 춘천대첩기념평화공원을 가장 먼저 찾았습니다.
베트남전쟁으로 향하기 전, ‘오음리 훈련장’(현 월남파병용사만남의 장)에서 교육을 받은 군인들이
이곳 춘천역에 집결해 부산항으로 떠났었지요. 이곳은 한국전쟁 시기 격전이 벌어졌던 장소이기도 한데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을 기리는 무공탑과 6.25참전학도병기녑탑과 조각 옆에,
2017년 10월 월남참전기념탑이 들어서게 됩니다. 실제로 베트남전 메모리얼은 대부분 6.25전쟁 등과 함께 기념되며
애국과 이념, 냉전, 갈등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기억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앞서 두 번째 여행을 통해 서울현충원과 동작주차문화공원 내 월남참전기념탑을 보면서,
참가자들은 ‘한국이 기억하는 베트남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왔는데요.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약 15년이 지난 1990년대에 들어서며 참전기념물 건립운동이 본격화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이 참전군인의 사회적 위상을 정립하고 피해보상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을 통해 만나본 현충시설과 기념물을 생각하며,
미국의 베트남전쟁 전사자 메모리얼 사례와 비교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요.
중국계 미국인 마야 린에 의해 조성된 워싱턴 베테랑스 메모리얼 ‘The Wall’을 참고 삼아 전쟁의 성찰적 접근을 고민해봅니다.
또한 한베평화재단에서 베트남전쟁을 공부하는 청년들의 책모임 ‘새싹’에서 읽은 도서,
비엣타인응우옌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를 떠올리고 ‘기억’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월남파병용사 만남의 장 내에 위치한 월남참전기념관 전시실을 자유 관람 중인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2008년, ‘(현)월남파병용사 만남의 장’과 ‘월남참전기념관’이 들어서게 되었는데
지금은 당시 훈련장의 일부만이 남아 있으며, 장소 내에서도 파병 당시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강원도 화천 주변은 지금도 휴전선에 인접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군부대와 군시설이 대거 들어서있는데요.
평화기행팀도 오음리로 향하는 도로에서 군트럭과 장갑차를 종종 보았습니다.
월남참전기념관은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박정희 정부 시기 파병 결정과 과정, 그로 인한 한국의 경제 발전,
한국군의 활약과 전쟁무기 등 1973년 철군 직전까지 한국군의 베트남전쟁에 대한 ‘기념’과 ‘국가주의’, ‘영웅주의’로 넘쳐납니다.
전시의 구성과 내용이 첫 여행으로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하여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렇지만 이곳이 전쟁기념관이 100% 똑같이 재현되는 단순한 반복의 공간은 아니랍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부분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한계와 개선지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물이
전쟁기념관 보다는 조금 더 다양하게 있고(참전군인의 편지, 개인 물품, 가족에게 보낸 사진 등),
역시나 다소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는 경향을 보이나, 보다 폭넓게 또 자세하게 베트남전쟁을 기록하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오음리는 흔적만 남은 실패한 재현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월남파병용사만남의 장 내에 베트남 현지를 재현하며 ‘월남 마을’과 ‘구찌터널’을 재현했는데,
한 쪽에 한국군이 ‘베트콩’으로 보이는 두 명의 베트남인들에게 총을 겨누고,
베트남인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투항하는 형태의 실물 크기 인형을 설치했던 것이 논란이 된 적이 있거든요.
이후 실물 크기 인형은 치워졌고 지금 그 자리에는 설치물이 있던 흔적만 남아있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곳곳에 세워진 조형물과 안내 설명문에는 베트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반공 이데올로기와 승리주의만을 기억하는 방식이 보여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참전군인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김낙영 베트남전 참전군인 ⓒ한베평화재단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 강원도 춘천&화천> 프로그램에도 특별한 분이 함께했습니다.
김낙영 참전군인인데요, 전시관을 둘러본 후 당시 부대 막사로 사용했던 장소에서
약 1시간 정도 ‘참전군인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궁금하고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키워드로 담아 김낙영 참전군인에게 직접 여쭤보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는데요.
맹호부대로 베트남전쟁에 참여했을 때에 기억나는 풍경과 전쟁 후 어려웠던 삶에 대해 생생히 나누어주셨고,
뿐만 아니라 한베평화재단과 만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느낀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참여한 학생과 청년들이 질문을 적극적으로 하고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참여해주어,
김낙영 어르신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어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남겨주셨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다다다’ 청년모임 구성원 중 한 명인 히히(장희정)님이 후기를 남겼으니
자세한 이야기와 참가 소감이 궁금하신 분은 링크를 클릭해보셔요!
[평화기행 후기] 질문에 답을 찾아 나서는 여행 / 장희정
화천 '평화의 댐'에서 강원 피스투어와 만나 해설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한베평화재단
마지막으로 찾은 장소는 동촌리(북한강)에 위치한 ‘평화의 댐’!
TV에서 종종 본 적이 있는 곳인데 실제로 가서 보니 엄청난 규모와 높이에 더욱 놀랐어요.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댐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평화기행팀은 강원 피스투어와 만나, 해설을 듣고 탐방을 잠시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화의 댐에는 사실 ‘출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요. 전두환 정권이 북한 견제와 공포 심리를 이용한 국민 통제,
일명 ‘공포 마케팅’을 위해 만든 거대한 전략적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건설 배경이 알려지며 평화의 댐은 곳곳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는데,
여전히 강원도 화천 공식 홈페이지는 이곳을 ‘안보 관광의 중심지’라 자랑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며 진짜 '평화'의 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으나 아직은 요원해보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군사용 댐’인 이곳은 지금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물도 채우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는데요. 평화의 댐은 진짜 ‘평화’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을 모아서 평화의 상상을 해보는 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각 조 별로 이야기 나눈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베평화재단
마지막으로는 토론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평화기행에서 떠오른 질문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평화기행에 참여한 소감을 각자 나눈 뒤, 설문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남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용산 전쟁기념관과 오음리 월남참전기념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우리 사회 현충시설을 평화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베트남전쟁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전쟁 기억에 대하여”
네 개의 질문 중 1-2개를 선택하여 조별로 의견을 나누고 정리하여 발표했는데요.
여러 사람이 공감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또 모두가 생각해도 아직은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 새롭게 남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 야외 활동과 집중으로 피곤할 법도 한데, 늦은 시간까지 모두 열정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토론 시간만 거의 2시간이었다는 후문!)
또한 더 유익하고 알찬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요청한 설문지도 정성스레 구체적으로 빼곡하게 피드백을 담아 보내주었습니다.
향후 내용을 반영하여 좋은 평화 여행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한베평화재단이 준비한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용산 전쟁기념관부터 서울현충원, 강원도 춘천과 화천을 둘러보며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베트남전쟁의 흔적들을 따라가며 평화의 화두를 만나보는 경험이었답니다.
제목 뒤에 붙은 꼬리표 ‘파일럿’에서 알 수 있듯, 이 프로그램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부족한 점도 더 해보고 싶지만 역량과 현실 조건 속에 다음으로 기약한 점도 많이 있는데요.
참가자들이 보내준 피드백도 넣고, 재단 활동가들이 아쉬웠던 부분도 더 공부해서 넣고,
평가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지점도 수정해 넣어서 이해가 쏙쏙 소화하기 쉬운 내용으로 완성해서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재정비하여 '진짜 최종'으로 돌아올, <베트남 평화기행 in 대한민국>을 기대해주세요!
* 본 프로그램은 한베평화재단 주최, 광주인권평화재단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본 프로그램은 코로나19 방역과 예방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