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중인 활동

평화교육7월 월례강좌 권윤덕 작가 <아시아에 보내는 평화의 노래> 스케치

한베평화재단 평화아카데미 <베트남전쟁 & 안과 밖> 



꽃할머니에서 용맹호까지

피해자의 자리에서 가해자의 자리까지 11


한베평화재단 평화아카데미 <베트남전쟁 안과 밖>은 베트남전쟁 문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성찰해보기 위해 마련한 월례강좌입니다. 3월 영화 파도의 임흥순 감독, 4월 그녀에게 전쟁의 김현아 작가, 5월 소설 하미연꽃의 김이정 작가를 초청하여 베트남전쟁에 관한 이야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7월 월례강좌는 폭우를 뚫고 온 만큼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권윤덕 작가님이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꽃할머니와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용맹호를 출간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피해자의 자리와 가해자의 자리에 서는 것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연일 이어진 폭우에도 강연에 참석해준 참가자들



한중일 평화그림책 프로젝트는 200510월 일본 원로 그림책 작가 4명의 발의로 시작되었습니다어린이들이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중일 세 나라의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2007년 중국 난징에서 열린 기획 회의를 기점으로 본격 진행되었고, 20106꽃할머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열한 권의 평화그림책이 출간되었습니다한중일 3국에서 출판하기로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2018년에 클라우드 펀딩으로 일본에서도 출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날 강연에서 권윤덕 작가 님이 들려주신 강연의 주요 내용 기록을 공유합니다


꽃할머니」 헌정식에서 심달연 할머니와 함께



워낙 아픈 이야기라 사람들이 많이 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이 책을 아이들한테 읽히고 편지도 보내주더군요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연극도 하게 되었죠그림책이 복제를 통해서 다른 매체로 전이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그런 장르여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창원대 문경희 교수님이 보내준 표에 의하면 기억의 주체인 위안부나 원폭 피해자전시성폭력이나 국가폭력 피해자 분들이 있어요그들에 감응한 기억의 매개자로 예술인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집단이 있어요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그 피해에 대해 재현을 합니다그렇게 매체가 만들어지면 결국 대중에게 전달되고 집단적인 어떤 감정이나 행동을 만들어내요평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갈등을 만들기도 하죠그런 것들이 결국은 다시 기억의 주체인 할머니에게 가요꽃할머니를 만들면서 이 과정을 오롯이 느꼈습니다.”


최종 목표로 삼은 건 어쨌든 할머니가 이 책을 보고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폭력을 재현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들려준 권윤덕 작가님


힘들었던 건 단순히 성폭행을 넘어서 어떻게 전쟁과 평화 문제로 연결할까였어요보다 더 보편적인 전쟁과 여성과 인권이라는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런 문제였어요하지만 제일 어려운 건 어떻게 성폭력을 그리지 않으면서 성폭력을 이야기할까였어요.”


폭력을 그리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어린이들이 본다고 했을 때 쉽지가 않았어요구상할 때 많은 자료들을 보는데 그중에 할머니들이 미술 치료하면서 그렸던 그림들이 있어요빨간색 물고기가 일본군 모자를 쓴 물고기 형상이에요이런 거로 분노를 일으키고 고발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무서운 그림들을 한동안 그렸습니다그런데 이걸 할머니한테 가져가서 읽어줄 수가 없었어요물론 내가 가 꽃을 좋아하는 게 떠올랐어요원예치료사를 만나면서 압화작품을 하시면서 정신이 돌아오게 되었거든요그래서 꽃이라고 하는 상징물로 다시 표현을 해보자고 하면서 할머니의 압화작품을 보면서 다시 그리게 되었어요할머니가 당신을 너무 예쁘게 그려줬다고 엄청 좋아하셨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라고 하는 시대적인 사건뿐 아니라 지금의 보편적인 문제로 어떻게 가져올까 고민했어요전쟁이 일어나는 곳에 꼭 여성의 성폭력이 같이 일어나죠마지막에 베트남 여성과 이라크 여성을 그리면서 일본은 나쁜 나라한국은 좋은 나라 이런 식의 이분법적인 걸 넘어서서 보편적인 걸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2011년에 아시아 작가교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어요호치민시에서 50분 정도 떨어진 함롱 마을이라는 곳이 있어요거기 별채에서 혼자 묵으면서 베트남의 자연을 행복하게 느꼈어요꽃이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방 안에서도 들려요스콜이 쏟아지고 나면 자연의 색이 엄청 진하고 선명했어요햇빛에 반짝이는 자연을 마음껏 느꼈어요사이공강을 떠내려오는 부레옥잠 더미가 있었는데 전쟁 시기 베트콩들이 여기에 빨대를 내놓고 같이 이동했다는 이야기를 구수정 선생님에게 들었어요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곳곳에 다 전쟁이야기가 있구나 하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그때 만난 베트남의 아름다운 자연이 나중에 책 용맹호에 스며들게 됩니다.” 


베트남전쟁 관련 자료를 읽기 시작했는데피해자의 자리는 굉장히 정당한 자리이고 (가해자의 자리 보다는쉽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가해자의 자리는 끊임없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돌아보는 자리에요그게 너무 힘들었어요베트남인들이 겪었던 증언 내용도 있지만 한국군이 증언한 내용도 보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고요. 6학년 때 맹호부대 노래를 부르고 위문편지도 쓰고 그랬는데 그 군인들이 그런 일을 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져요밥을 먹으면 피냄새가 올라와서 그때 그냥 덮었습니다.”


“4.3을 다룬 나무도장에는 전면에 등장하진 않지만 주인공의 외삼촌으로 가해자가 등장해요학살 현장에 있었던 경찰로 나옵니다과거에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해서 약간 반성하는 가해자의 위치에 있어요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주인공엄마외삼촌 중에 그 외삼촌에게 마음이 쓰인다고 했어요. 5.18을 다룬 그림책 식스틴에서는 총이 주인공으로 등장을 해요광장에 남아서 시민들을 지키는 걸로 결론을 내렸어요가해자를 차츰차츰 등장을 시키면서 이제 해볼 수 있겠다고 했던 건 2018년 시민평화법정이 열렸을 때에요그 자료집에 가해자성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심아정 독립연구가가 정리한 글을 봤어요시민평화법정에 참여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베트남전에 갔던 군인들이 그 전쟁에 대해서 알고 간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뒤늦게나마 그것을 알아차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소중한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망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얼마든지 가해자의 구조에 있을 수 있고그것을 알아차리려고 끊임없이 구조를 질문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들이 어떻게 보면 폭력을 멈추는 길이기도 하겠죠이런 인식을 하게 되면서 이제 그릴 수 있겠다고 해서 만든 책이 용맹호에요.”



주인공 용맹호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권윤덕 작가님이 고민한 지점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용맹호 캐릭터를 만들 때 일단 키가 좀 작고 태극기 집회에 가면 흔히 보이는 해병대옷 입고 모자 쓰고 썬글라스 쓴 땅딸한 그런 남자를 상정하고 만들었어요어릴 때 불렀던 맹호부대의 호랑이 얼굴을 가져오면 훨씬 더 이야기를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죠호랑이가 갖는 우락부락한 거용맹한 거 그리고 약간 희망적인 이런 걸 얼마든지 섞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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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직접 육성으로 용맹호를 읽어주셨어요독자로 눈으로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점들이 귀에 콕콕 박혔습니다낭독 이후 작가님은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활동가베트남 활동가 등에게 받은 피드백과 질문들각각의 다른 해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용맹호의 몸에 덧붙는 것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들그리고 작가님이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 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작가님은 피해자를 재현하는 것에 대해 피해자들이 어떻게 볼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고 합니다학살하기 전 마을 주민들을 한 곳에 몰아넣은 장면이 있는데 베트남의 박물관 등에서 본 사람들은 굉장히 용감하고 저항적이고 혁명적인 모습이었다고 합니다하지만 그렇게 그리게 되면 베트콩(죽여도 되는죽여야 하는 이미지)’으로 보여서 악영향을 주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네요


용맹호」 스케치가 완성되고 채색이 되었을 때 시민평화법정에서 증언해주신 참전군인에게 보여드렸다고 합니다. ‘드르륵 드르륵’ 했다는 이야기수류탄을 던지면 다음날 채반과 나무젓가락을 들고와서 시신을 걷어간다는 이야기중대장이 깨끗이 정리해라고 했다는 이야기 등을 들어서 힘들었다고 합니다그날 그 참전군인도 잠을 못 주무셔서 하소연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안부 할머니들도 그렇듯이 전쟁을 겪은 이들이 기억 속에서도 오랜 세월 힘들어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셨다고 했습니다.



이날 참가자들에게 육성으로 용맹호를 낭독한 권윤덕 작가님


 

강의를 마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한 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용맹호가 자신의 몸에 일어난 것들을 숨기고 싶어하고 마지막엔 쓰러지게 되는데 주변의 사람들이 도와주는 장면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다는 질문이었어요. 작가님은 그림을 보면 인공호흡을 하고 주변에서 구호의 손길을 부르고 이런 분들이 나오는데 그분들을 시민이라고 상상했다고 합니다. 위안부 이야기가 공론화되고 사회적으로 그 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을 모색하고 그런 과정은 연대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면서요. 피해자가 되돌아볼 수 있고 용기를 가지고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사회 속에서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공론화해주는 단체나 연대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했듯이 베트남전쟁 이야기도 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잘못을 이야기하고 그럴 때가 되었다고 하셨어요. 시민들이 이제는 받아줄 수 있어야 그분들도 사회 속에서 같이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고 싶어서 시민들이 등장하는 걸로 마무리를 했답니다. 「꽃할머니」의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들이 베트남, 이라크 여성과 눈을 마주치게 했듯이 「용맹호」에서는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할지를 묻는 듯했습니다.

 

월례강좌는 8월 한 달 쉬어가고 9월부터 다시 베트남전쟁의 깊고 넓은 이야기와 다양한 문제들을 사유하며 우리의 역할을 찾아보려합니다.


 

글 | 아침 활동가

사진 | 한베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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