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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교육[인터뷰] 평화를 고민하는 당신이 베트남에 간다면 / <로드스꼴라> 대표 교사 김현아

[인터뷰] 평화를 고민하는 당신이 베트남에 간다면
 - <로드스꼴라> 대표 교사 김현아 - 


‘김현아’라는 사람은 베트남전쟁과 참 다양하게 만났다. 1999년 시민단체 <나와우리>의 공동대표였던 그는 활동가로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를 한국 사회에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그는 본래 작가였다. 운명처럼 그는 베트남전쟁과 민간인학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저서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을 2002년에 출간한다. 이후 그는 교사의 길을 걷는다. 여행대안학교 <로드스꼴라>를 설립한 것인데 이때에도 베트남과의 인연은 이어졌다. 그렇게 그는 활동가, 작가, 교육자로서 베트남전쟁을 깊게 파고든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베트남전쟁이 궁금한 당신을 위한 안내서(가제)>를 준비하고 있는 한베평화재단이 김현아 작가를 찾았다. 이 안내서는 베트남전쟁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시민들이 다양한 영역에 존재하는 베트남전쟁 관련 출판물의 분포와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이 책에는 베트남전쟁 관련 평화교육 경험자들의 이야기가 수록될 예정이고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바로 김현아 작가다. 이 인터뷰에서는 김현아 작가가 <로드스꼴라>를 통해 진행했던 베트남 평화기행 이야기와 교육자로서 그가 고민했을 베트남전쟁 문제 관련 주요 쟁점들을 청해들었다. 학생들과의 베트남 답사를 구상하고 있는 교사, 베트남전쟁 관련 책을 읽은 후 평화를 고민하는 베트남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 이 인터뷰가 자그마한 반딧불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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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로드스꼴라에서 베트남 여행 준비를 할 때 어떠한 과정을 거치셨나요? 자료를 찾고 수업 아이템을 준비하며 어려움은 없었나요?

[현아] 로드스꼴라는 입학 면접 때부터 학생들에게 이번 기수는 어디로 여행을 간다라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베트남에 갈 거라는 이야기를 미리 듣고 학생들은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거죠. 우리는 베트남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를 다 했어요. 어려움에 대해 물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베트남은 자료가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이사, 발리와 같은 경우는 학생들과의 여행 준비를 하기에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해요. 번역된 문학 작품이라도 있을까 찾아봐도 없는 나라가 수두룩하죠. 
다행히 베트남은 자료가 많아서 황석영 작가의 소설 「무기의 그늘」부터 볼 수 있는 건 다 봤어요. 베트남전쟁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 김남일 작가, 고경태 기자와 같은 전문가를 초청하기도 했고, 베트남에서 전쟁 피해자들을 만나온 응언 활동가의 이야기도 들었고요. 베트남에 갈 때 1)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2) 베트남전쟁 3) 베트남에서의 공정무역 4) 베트남의 대자연, 이렇게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 접근했어요. 특히 저희는 어디를 가든 대자연에 대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베트남의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역사와 문화가 꽃피었고 전쟁도 일어났구나, 수많은 민간인학살이 벌어졌구나, 그 이야기들이 지금 이렇게 기억되고 있고 현재 베트남은 어디까지 와 있구나 등을 느껴보는 거죠. 여행을 가기 전 한 학기 동안 몇 차례에 걸쳐 베트남과의 접점들을 고민하며 계속 공부를 이어가게 됩니다. 



베트남전쟁에 관한 모든 물음에 그는 대답 자판기처럼 즉문즉답을 내놓았다. 베트남전쟁 이야기가 늘 그의 곁에 있었음을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다. 

[현우] 베트남전쟁이란 주제가 학생들에게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논란의 영역도 있어서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쉽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그럼에도 학생들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성을 가질 수 있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현아] 학생들은 일단 기존의 관념이나 인습 같은 게 없어요. 충격적으로 논란이 될만한 역사적 사실에 어른들은 머리가 땅땅 깨지며 받아들이지만 학생들은 그렇지 않아요. 전쟁도 그런 것 같아요. 일단 청소년들은 ‘그런가보다’ 이런 반응이에요. 그리고 로드스꼴라는 처음부터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이라는 나라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서 어려움이 적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현장이었어요.
  학생들이 베트남을 만나기 전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들었지만 현장에 가면 굉장히 달라져요. 그곳에서 놀랍고, 무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내적 갈등도 겪게 되죠.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다시 공부를 합니다. 현장을 경험한 후에는 베트남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에세이를 쓰거나 연극 작품을 만드는 창작 작업을 해요. 마지막 학기에 졸업 프로젝트를 하는데 베트남에 다녀온 학생들이 연극을 했을 때에는 공연을 코앞에 둔 시기까지 대본 작업이 이어질 정도로 치열했어요. 연극은 자신이 맡은 인물과 등장인물의 시선 등으로 문제를 다양하게 마주하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시선과 논리를 만들어 가게 되고요. 교사들은 그럴 때 곁에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해주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현우] 학생들이 베트남을 방문해 피해 마을의 위령비를 참배하거나 피해자를 만났을 때는 어떤 반응을 보였고, 그때 교사들은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현아] 학생들이 베트남 중부에 가면 화가 나요. 뜨거운 햇살 아래 위령비 앞에 서서 한국군이 저지른 학살 피해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하고 피해자도 만나잖아요. 그럴 때 머릿속에는 내가 왜 여기 있지? 왜 여기서 향을 피우고 이런 걸 하지?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지? 이런 질문들 속에서 화가 나는데 사실은 본인도 그 이유를 몰라요. 선생님도 싫고 학교가 왜 우리를 여기에 데려왔는 지에 자꾸 ‘왜’를 생각하며 화가 나죠. 그런데 사실은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시민단체 <나와우리> 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베트남 중부로 안내할 때, 너무 불편한데 자기가 왜 불편한지 몰라 스스로를 감당 못하는 사람들을 자주 봤어요. 일정 중에 한국으로 돌아가 버린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죠. 
  청소년들의 경우는 마음이 해석이 안 되니까 화가 나고 불편해하는 게 큰 것 같아요. 내가 피해자 도안응이어, 팜티호아 할머니를 만나 뭔가 송구하고 죄스러운 마음은 들지만 그 일이 내가 한 일은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멀뚱멀뚱 바라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굉장히 복잡한 감정에 휘말리게 되는 거죠. 물론 학생들 대부분은 신중하게 이야기를 듣고 위령비에 향을 바치고 매우 진지하게 임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하지만 개개인마다 편차가 있죠. 그래서 자신이 소화가 안 되는 불편하고 힘든 점들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우]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문제도 과거사 문제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함께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자리를, 베트남전쟁에서는 가해자의 자리를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현아]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전쟁을 경험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포지션을 고민해야해요. 남성인가, 여성인가, 어린이인가, 종교는 무엇인가, 장애가 있는가에 대한 것들이죠. 모두를 어느 나라의 전쟁 피해자로 뭉뚱그려 보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다양한 주체 속에서 이야기될 필요가 있어요. 여성이 경험하는 전쟁과 남성이 경험하는 전쟁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전쟁과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필요하고 그렇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당연히 할 수밖에 없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저는 누가 ‘우리가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지 일단 묻고 싶어요. ‘위안부’로 끌려간 사람들이 해방 후에 돌아왔을 때, 1965년 한일 수교를 맺을 때, 한국 사회는 그 문제에 대해 묻지 않았어요. 40년 넘게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수군거리고 수치스럽게 여기고 조롱해왔잖아요. 그런데 한국이 피해자라고요? 뭉뚱그려서 한 국가는 피해자고 다른 한 국가는 가해자라는 말은 이상한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사용하는 가해자라는 말은 쓰지 않아요. 
  한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이 전쟁이 벌어지면 최대치까지 끌어올려 지게 되잖아요. 지금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만연하고 특히 지금은 사이버 세계 내에서의 성폭력이 엄청나게 문제가 되고 있어요. 저는 그것이 ‘위안부’든 전시강간이든 그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현재 이 사회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살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대하는 시선, 어린이와 장애인을 대하는 기존의 시선이 전쟁이 벌어지면 극단적으로 드러나게 되요. 우리가 서로를 존엄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전쟁의 비극이 반복되는 거죠. 그것이 베트남전쟁이든 무엇이든 어떠한 주체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지, 또한 우리 현재의 삶과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꽝남성의 하미학살 위령비를 방문하고 있는 <로드스꼴라>

[현우] 베트남전쟁 문제를 마주하고 고민할 때 ‘사과’에 대한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전후 3세대인 지금의 학생들도 사과에 대한 점을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학생들도 사과의 말을 고민하고 전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아] 베트남전쟁 문제를 만나기 전, 제가 활동했던 <나와우리>에 일본 사람들이 많이 왔었어요. 그분들이 한국에 오면 꼭 <나눔의 집>에 갔었어요. 할머니의 증언이 끝나면 일본 사람들 특유의 정중한 태도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모습을 자주 봤었어요. 그때 저는 본인들이 한 일은 아닌데 왜 저렇게까지 사과의 말을 하는 걸까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베트남에  가게 되니 그때 일본 사람들이 미안하다고 하는 말과 마음에 공감이 가더라고요. 베트남전쟁 문제를 고민하는 한 시민이 베트남의 피해자를 만났을 때 꺼내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꼭 사전적인 것에 국한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한 아픔과 고통을 겪은 당신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한 말들이 미안하다는 말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 피해자에게 공감해요,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단 그 이야기를 이해는 하겠어요,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그러한 감정들이 담겨 미안하다는 말로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봐요. 
  내가 저지른 문제는 아니지만 나는 한국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고 내가 속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문제잖아요.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충분히 반성하고 성찰하여 그들에게 어떤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잘못이고요. 게다가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이 사과는 물론 인정도 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속에는 그러한 점들이 고려된 많은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봐요. 피해자를 만난 시민들이 충분한 시간이 있어서 이러쿵저러쿵 많은 이야기를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미안해요, 죄송해요라는 말을 건네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현우] 베트남전쟁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교사 분들에게, 혹은 이 문제를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현아] 아까 제가 베트남 중부에 간 학생들이 화가 난 상태를 경험한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그게 하루 아침에 풀리는 것도 아니고 결국에는 자기 스스로 해석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한 친구가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는데 다른 친구들은 다 우는데 자신은 눈물이 안 난다는 거였어요. 자신이 이상한 사람인가요,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때 마을에서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을 때 누구는 미친 듯이 통곡을 하고 기절하고 넋을 놓고 쓰러진 사람들이 있었을 거야, 그런데 누구는 기절한 사람들을 깨우고, 죽을 끓여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먹이고 보살핀 사람들이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너는 그런 사람인가 봐. 눈물 흘리지 않고 정신차려서 그 순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맡아서 했던 사람이지. 너는 그런 성격의 사람이고 그래서 중요하고 훌륭한 사람일 수 있어.’
  베트남전쟁 문제를 만난 학생들의 다양한 마음에 조언이나 피드백을 해주는 건 쉽지 않아요. 교사가 사건과 맥락에 충분한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한 부분들이 있어요. 저는 교사로서 베트남전쟁 문제가 제 안에서 해석되고 소화가 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을 베트남에 데려갈 수 있었어요. 교사가 불확실한 점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섣부르게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로드스꼴라에서 계속 훈련하는 것 중 하나가 잘 듣는 것이에요. 입학 후 처음 한 학기 동안은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들의 태도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제 인생에서 들었던 이야기 중에 네 번째로 재미있어요”라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는 훈련을 해요.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주의 깊게 들으면 그 말의 깊은 뜻 까지도 알 수 있어요. 듣는 사람이 마음을 다해 경청하면 말하는 사람도 달라지죠. 상대방이 공들여 하는 이야기를 역시 공들여 드는 것이 중요해요. 서로의 태도가 마음을 열게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들이 보고 배우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정리·글 |아침, 권현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