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는 하미학살 사건 당시의 전시성폭력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피해생존자 팜티호아 할머니의 올케가 강간을 당하고 목숨을 잃기도 했지요. 민간인학살과 전시성폭력은 사실 전쟁에선 빠지지 않습니다. 베트남 여성은 아오자이와 함께 남성들의 판타지로 소모되기도 하고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의 무용담에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전시성폭력을 문학으로 재현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어 조심스러웠지만 작가님은 여성의 입장에서 꼭 한번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소설의 한 장면으로 넣었다고 했습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실을 아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소설의 두 번째 화자인 서 하사는 장편 「유령의 시간」에 나오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유령의 시간」에 나오는 한 인물의 남편이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트라우마로 오랫동안 병원에 있다가 죽는데 그때는 막연하게 그 인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설 집필 당시 어릴 적 옆 동네 이장의 아들이 월남에서 돈을 벌어 돌아왔다며 진귀한 물건들을 자랑했던 기억이 떠올랐답니다. 그 아들도 가해자일 수 있겠다, 참전군인들 중 적극적으로 학살에 가담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명령을 따라야했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령의 시간」에 나오는 인물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절판된 「유령의 시간」이 올해 하반기에 재출간된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주셨습니다.)

단편 「하미 연꽃」이 수록된 소설집 『네 눈물을 믿지마』
세 번째 화자인 광희는 서 하사의 딸이자 메이와 한국에서 엔지오 공부를 같이한 친구입니다. 광희가 하미 위령비의 연꽃을 보고 현기증과 수치심을 느끼고 메이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소설이 끝납니다. 작가님은 그 연꽃을 보고 한국 사회가 참혹한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진실을 덮는 행위가 참혹하고 수치스러웠다고 합니다. 적어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면 저 연꽃을 걷어 낸 후에나 가능할 것 같아서 소설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못 쓰고 광희가 ‘할 말이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은 것이라 했습니다.
시민평화기록전의 한베평화재단 하미학살 아카이브 전시 공간의 한켠에는 덩그러니 하얀 천을 씌운 빈 의자가 있습니다. 일명 서 하사의 자리입니다. 이름은 「하미 연꽃」에서 빌려왔습니다. 두 번째 화자이자 세 번째 화자인 광희의 아버지인 서 하사를 초대하고 싶었고 그의 자리를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서 하사뿐만 아니라 하미학살을 목격한 참전군인들의 증언을 기다리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김이정 작가의 「하미 연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서 하사의 자리’ 전시
작가님이 참혹함과 수치심을 경험한 것처럼 시민평화기록전에 참여한 작가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하미 위령비 앞에서 참담한 심정을 경험합니다. 그 느낌들은 우리에게 무언가 해보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진실을 외면했지만 우리는 기억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진실을 밝혀보려 합니다. 월례강좌는 6월 한 달 쉬어가고 7월부터 다시 베트남전쟁의 깊고 넓은 이야기와 다양한 문제들을 사유하며 우리가 밝힐 진실을 나누려고 합니다.
글 | 아침 활동가
사진 | 한베평화재단
#월례강좌 #베트남전쟁의안과밖 #김이정 #하미연꽃 #네눈물을믿지마 #시민평화기록전
소설 [하미 연꽃] 김이정 작가 대담 - "전쟁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법" 스케치
한베평화재단 평화아카데미 월례강좌 <베트남전쟁 & 안과 밖>은 베트남전쟁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더불어 사유해야겠다는 고민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3월에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임흥순 감독님의 영화 『파도』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4월엔 김현아 작가님을 모시고 ‘전쟁과 여성’을 주제로 저서 『그녀에게 전쟁』에 대한 토크쇼를 진행하였습니다.
5월 월례강좌는 [베트남전쟁 시민평화기록전, 기억 그 이후 당신은]의 마지막 행사를 겸해 단편 소설 「하미 연꽃」을 쓴 김이정 작가님을 모시고 진행하였습니다.
김이정 작가와의 대담에 앞서 하미 사건 관련 베트남 다큐 『과거로 흐르는 눈물』(2018년)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다큐의 제목은 하미학살의 아픔에 대해 과거로 흐르는 눈물이라 표현했지만 상영 당일 오후 진실화해위의 하미학살 사건 각하결정 소식(한베평화재단의 입장문)에 오늘날 다시금 흐르는 눈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시회에 함께 한 분들과 진실규명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설을 좋아하던 중3 학생 김이정은 아버지가 쓰다만 자서전을 보고 막연하게 작가가 되어 아버지의 이야기를 완성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1994년 단편으로 아버지의 이야기를 쓴 후 자신의 이야기를 써오다 인생에 극적인 위기가 찾아왔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낸 작품을 못 쓰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편소설 「유령의 시간」을 썼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7년. 1월 첫날부터 여행을 가면 1년 내내 즐겁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베트남에 처음 갔습니다. 그리고 숙소를 어디로 할까 망설이던 차에 시내님(뚜엔)을 통해 다낭의 호스텔에 한 달간 머물게 됩니다. 당시 작가는 마감을 한 달 앞둔 소설을 쓰던 중이었는데 한국에서 온 대학생 순례단이 시내님의 안내를 받아 하미 마을과 퐁니 마을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함께 마을을 찾은 후 충격을 받습니다.
하미학살 관련 전시 사진을 배경으로 진행된 김이정 작가와의 대담
위령비의 희생자 명단 앞에서 이름에 티(Thị)가 들어가면 여자, 반(Văn)이 들어가면 남자다 이런 설명을 들었습니다. 나이순으로 연세가 많은 분들부터 희생자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해에 태어난 아이도 세 명이나 있고 대부분 여자고 노인이고 아이들이고... 그렇게 위령비를 보면서 1차 충격을 받습니다. 그것까지 봤으면 소설을 안 썼을지도 모르는데, 뒷면의 연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작가님은 연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베트남에서 본 연꽃들은 멋졌습니다. 그런데 당시 하미 연꽃은 지금 전시된 사진보다 색이 더 진한 붉은 색이었지요. 그 느낌이 너무 기묘했습니다. 연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연꽃이 안 예뻐서 놀랐습니다. 그림도 화가가 그렸다기에는 너무 조잡하고 붉은색이 진해서 어떤 기괴함을 느꼈습니다. 그날로 바로 마감하던 글 대신 하미 연꽃을 쓰기 시작합니다.
작가님은 퐁니의 야유나무처럼 오래되고 큰 나무를 좋아합니다. 거기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무가 화자가 된 퐁니 이야기를 조금 쓰다가 검색을 해보니 이미 고경태 기자가 기사를 썼더랍니다. 그래서 재현의 방식으로 단편 「퐁니」를 씁니다. 작품에서 과거 기억의 경우 보통은 회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써왔는데 재현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작가는 “나처럼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실상은 아는 게 없었다는 걸 깨달은 후에 일단은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했어요”라고 밝혔습니다.
베트남전쟁 문제를 고민한 작가로서 진솔한 이야기를 1시간 넘게 들려준 김이정 작가
소설에는 하미학살 사건 당시의 전시성폭력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피해생존자 팜티호아 할머니의 올케가 강간을 당하고 목숨을 잃기도 했지요. 민간인학살과 전시성폭력은 사실 전쟁에선 빠지지 않습니다. 베트남 여성은 아오자이와 함께 남성들의 판타지로 소모되기도 하고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의 무용담에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전시성폭력을 문학으로 재현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어 조심스러웠지만 작가님은 여성의 입장에서 꼭 한번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소설의 한 장면으로 넣었다고 했습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실을 아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소설의 두 번째 화자인 서 하사는 장편 「유령의 시간」에 나오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유령의 시간」에 나오는 한 인물의 남편이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트라우마로 오랫동안 병원에 있다가 죽는데 그때는 막연하게 그 인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설 집필 당시 어릴 적 옆 동네 이장의 아들이 월남에서 돈을 벌어 돌아왔다며 진귀한 물건들을 자랑했던 기억이 떠올랐답니다. 그 아들도 가해자일 수 있겠다, 참전군인들 중 적극적으로 학살에 가담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명령을 따라야했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령의 시간」에 나오는 인물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절판된 「유령의 시간」이 올해 하반기에 재출간된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주셨습니다.)
단편 「하미 연꽃」이 수록된 소설집 『네 눈물을 믿지마』
세 번째 화자인 광희는 서 하사의 딸이자 메이와 한국에서 엔지오 공부를 같이한 친구입니다. 광희가 하미 위령비의 연꽃을 보고 현기증과 수치심을 느끼고 메이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소설이 끝납니다. 작가님은 그 연꽃을 보고 한국 사회가 참혹한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진실을 덮는 행위가 참혹하고 수치스러웠다고 합니다. 적어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면 저 연꽃을 걷어 낸 후에나 가능할 것 같아서 소설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못 쓰고 광희가 ‘할 말이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은 것이라 했습니다.
시민평화기록전의 한베평화재단 하미학살 아카이브 전시 공간의 한켠에는 덩그러니 하얀 천을 씌운 빈 의자가 있습니다. 일명 서 하사의 자리입니다. 이름은 「하미 연꽃」에서 빌려왔습니다. 두 번째 화자이자 세 번째 화자인 광희의 아버지인 서 하사를 초대하고 싶었고 그의 자리를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서 하사뿐만 아니라 하미학살을 목격한 참전군인들의 증언을 기다리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김이정 작가의 「하미 연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서 하사의 자리’ 전시
작가님이 참혹함과 수치심을 경험한 것처럼 시민평화기록전에 참여한 작가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하미 위령비 앞에서 참담한 심정을 경험합니다. 그 느낌들은 우리에게 무언가 해보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진실을 외면했지만 우리는 기억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진실을 밝혀보려 합니다. 월례강좌는 6월 한 달 쉬어가고 7월부터 다시 베트남전쟁의 깊고 넓은 이야기와 다양한 문제들을 사유하며 우리가 밝힐 진실을 나누려고 합니다.
글 | 아침 활동가
사진 | 한베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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