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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교육<특별 강연 스케치> 한국의 베트남전쟁, 공식기억과 기념의 현재 / 윤충로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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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강연 스케치>


한국의 베트남전쟁, 공식기억과 기념의 현재
- 특별 강연 윤충로 -


지난 9월 27일, 《두 번째 베트남전쟁》(2023)의 저자 윤충로 선생님을 모시고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참여해 한베평화재단 공간 ‘옥수수’를 가득 메워주셨습니다.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리는 베트남 전쟁이 어떻게 기념되고 기억되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자리를 함께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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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은 켄 번스 감독의 10부작 다큐멘터리 <베트남전쟁>에서 ‘베트남참전용사기념관’을 다루는 장면을 함께 보고 질문을 던지며 시작했습니다. 국가주의적, 영웅주의적 추모 형태를 초월하는 기억 방식은 무엇일까? 국가, 사회(지역), 개인(집단)에 따라 다층적으로 구성되는 기억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윤충로 선생님은 다양한 층위에 따라 베트남전쟁을 다르게 기억, 기념하는 상황을 설명하셨습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관련 내용을 기록한 2022년 국방백서는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은 전투경험 축적과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국방력을 강화시키고, 미군의 군사 원조 이관 중지와 주한미군 주둔을 지속하게 만들었으며, 대미 수출 증가와 베트남 시장에서의 외화 획득 등으로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에 밑거름이 되었다.’라고 설명합니다. 이제는 국가가 ‘박정희 정권의 적극적인 파병 요청’이 있었음을 굳이 숨기지 않고, 오히려 한국군 파병을 훌륭하고 능동적인 선택으로 참전 의의를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1994년 6월에 개관한 전쟁기념관은 2018년 리모델링하며 베트남전쟁 당시 국군의 대민지원 사업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시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이는 한국과 베트남의 국가 관계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베트남전쟁의 전투사보다 민사작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시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국가와 정부의 기억이 애국주의와 국가주의를 고양하기 위한 것으로 사용된다고 한다면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오음리 월남파병용사 만남의 장’(이하 만남의 장)은 전혀 다른 목적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과거 오음리는 ‘오음리 훈련소’라고 불리며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장병들이 훈련받고 베트남으로 떠나는 훈련소로 활용된 곳입니다. 그리고 ‘만남의 장’은 참전군인들이 자긍심 고취와 향수를 느끼도록 조성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베트남 파병 군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공간이라는 목적 속에는 80년대부터 확보된 ‘안보 관광’ 차원에서 지자체가 경제적 목적하에 이 공간을 조성한 배경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곳은 그저 참전군인들의 향수를 상품화하고 전쟁을 이미지를 소비하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남의 장’은 참전군인들에게도, 시민들에게도 잊혀진 공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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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개인과 집단은 베트남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자 할까요? 윤충로 선생님은 참전 군인들이 자신의 서사와 존재에 대한 인정 투쟁을 하며 ‘기념의 범람’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국가보훈부 현충시설 정보서비스에 등록된 기념물 중 월남전 혹은 베트남전을 명칭으로 쓰고 있는 사례는 2023년까지 전국에 78개입니다. ‘잊혀진 전쟁’은 그곳에 있던 사람도 잊게 만듭니다. 참전군인들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는 자신의 ‘이름’을 기록하는 것, 단순히 전쟁을 기억하는 차원을 넘어 삶의 한순간을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윤충로 선생님은 국가도 사회도 제대로 기억하지 않고, 심지어 역사에서 지워지는 현실을 겪은 참전군인들에게 전쟁에 대한 성찰을 묻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고민을 들려주셨습니다.


윤충로 선생님은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며 강연을 마무리합니다. 다양한 층위에서 우리는 어디에 위치해 있고 영웅주의와 국가주의를 배제하며 죽음을 기억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건축학자 빈센트 스컬리는 ‘전쟁의 부정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진실은 많은 사람들을 죽인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과거 전쟁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성찰과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어야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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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한국군 파병이 어느덧 60년이 흘렀고, ‘미안해요, 베트남 운동’도 25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베트남의 피해자들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학살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에 한베평화재단은 지난 4월부터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베트남전쟁 진상규명 운동설계사’(이하 운동설계사) 모임을 진행해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한 실천 행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운동설계사가 우선 주목한 것은 기억과 기념입니다. 전쟁기념관을 ‘전쟁과 평화 기억관’으로 바꾸는 활동을 시작으로 베트남전쟁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의도적으로 지워진 존재들을 타자화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평화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합니다. 운동설계사는 이 여정이 결과만큼 소중한 평화의 과정을 지켜나가는 활동이 되기 위해 강연의 질문들을 계속 마음에 품고 답해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운동설계사 모임의 활동과 발걸음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0f302991a7b88.jpg운동설계사 다섯 번째 모임 단체 사진



글 : 두부

사진 : 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