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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교육[8월 옥수수다 스케치] 직접행동, 세상을 흔드는 질문 / 오리, 지네, 청연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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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옥수수다 스케치]


직접행동, 세상을 흔드는 질문 / 오리, 지네, 청연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의 불의에 맞섭니다. 누군가는 저항의 글을 쓰고, 누군가는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누군가는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누군가는 하던 일을 멈추고 거리로 나서지요. 이러한 행동을 통해 공적인 문제들을 해결합니다. 하지만 각종 민원과 탄원에도 더 큰 권력으로부터 반복하여 무시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여성참정권운동, 흑인민권운동, 식민주의에 맞선 운동은 굉장히 오랜 기간 대화와 청원, 토론과 설득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을 때 직접행동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에게는 무례하다, 과격하다, 불편하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바꾸어왔습니다.  


지난 8월 19일, 한베평화재단 여덟 번째 옥수수다에서는 서로 다른 현장에서 꾸준히 직접행동을 이어온 세 사람을 초대했습니다. ‘전쟁없는세상(이하 전없세)’의 오리, ‘청년기후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의 청연, ‘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활동가들의 모임 탄탄이(이하 탄탄이)’의 지네 활동가가 이야기 손님으로 함께했습니다.


직접행동은 정말 세상을 바꾸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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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지네, 청연, 오리, 아침(사회자) 

이야기 손님들이 탄탄이의 거짓 티셔츠 행동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오리 활동가는 전없세에서 활동하며 무기박람회 개최를 저지하고자 저항 액션을 펼쳐 왔습니다. 그는 “무기박람회는 전시회가 아닌, 실제로 무기가 사고 팔리는 시장에 불과하다.”라며 무기박람회의 실상을 고발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전쟁과 학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땅에서 한국 사람들의 세금을 이용해 전쟁 무기가 거래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무기박람회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을 시민들에게 안내하기도 하고, 전시 공간에서 저항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기도 한다. 또 전시된 탱크 위에 올라가 음악을 연주하거나 환영 만찬에 난입하여 머니건으로 ‘블러드 머니’를 쏘기도 한다.”라며 전없세가 해 온 직접행동의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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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박람회 현장에서 직접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


청연 활동가는 긴급행동에서 활동하며 두산의 그린워싱에 저항해 왔습니다. ‘그린워싱’이란 기업 등이 생태와 기후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업을 벌이면서도 겉으로만 친환경적인 척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두산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풍력 발전을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밝혀 왔지만, 사실상 뒤로는 베트남에서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왔다.”라며 기업의 위선을 비판했습니다. 이에 “‘가짜로 녹색을 운운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두산 타워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렸다.”면서 “견고할 것 같았던 논리나 구조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상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직접행동의 의의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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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타워의 'DOOSAN' 로고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뿌리고 현수막을 들고 있는 긴급행동 활동가와 베트남의 붕앙-2 석탄발전소 모습


지네 활동가는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에 전시된 채명신 장군 훈령 전시를 비판해 온 탄탄이의 직접행동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인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 님,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 님과 전쟁기념관을 둘러본 일을 떠올리며 “베트남어를 전혀 몰라도 그 분들의 분노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두 탄 님은 ‘채명신 장군 훈령은 거짓이며 이 전시물만큼은 첫 번째로 없어져야 한다.’라고 분노를 표했다고 합니다. 지네는 “공식적인 루트가 통하지 않자, 직접행동을 하게 되었다.”면서 “청소하시는 분들 생각에 너무 끈적거리는 것 말고, 잘 떼어지는 재료로 훈령 전시에 ‘거짓’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붙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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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신 장군 훈령 팻말 앞에서 베트남어 피켓을 들고 있는 퐁니 마을 응우옌티탄(왼쪽)과, 하미 마을 응우옌티탄(오른쪽)

팻말 위에 포스트잇으로 '거짓'이라는 글자를 만든 직접행동 사진


세 사람이 들려준  직접행동은 모두 저항 대상이 된 집단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시민들의 공적 참여와 불복종에 가해지는 고소를 ‘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소송(전략적 봉쇄 소송)’이라고 합니다.


청연 활동가는 두산의 고소로 1,840만 원 벌금형에 처했지만, 기나긴 공방 끝에 ‘승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베트남 사람이 건강상 피해를 입고, 사망자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두산 임직원들의 정신적 충격’을 운운한 고소장에 웃음이 났다.”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오리 활동가도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가 나왔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했다.”며 4년에 걸친 법정 싸움 끝에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아낸 전없세의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탄탄이가 전쟁기념관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지네 활동가는 “직접행동 이후 전쟁기념관은 단 한 번의 대화 시도 없이 바로 고소부터 진행했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는 “고소 죄목은 업무방해와 공용물건손상이었는데, 그중 공용물건손상죄만 인정되어 200만 원 벌금형이 내려졌다. 현재 재판을 신청한 상태이다.”라고 근황을 전했습니다.


이렇듯 직접행동에는 위험이 따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오리 활동가는 “직접행동 전에 답사도 하고 여러 계획을 세우지만 아무리 준비를 해도 운이 따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함께였기에 극복할 수 있었고, 성취감이나 효능감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청연 활동가 역시 “직접행동 전에 역할도 꼼꼼하게 나눈다. 처벌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 조금의 위험 정도만 고려할 수 있는 사람, 한 발짝 뒤에서 서포트 위주로 활동하려는 사람을 분리한다. 각자 자신이 감당할 만큼의 일을 각자의 위치에서 이행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의연하게 덧붙였습니다. 지네 활동가는 “행동할 때 떨린 건 사실이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힘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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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의 참석자와 함께한 옥수수다 현장 모습


오리, 청연, 지네 활동가의 직접행동은 문제가 되었던 현실을 바꾸어낼 수 있었을까요? 청연 활동가는 “비록 저지하려던 두산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막지는 못했으나, 승리의 판례를 남겼다. 이는 또 다른 시민 불복종 운동이 무죄 선고를 받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리 활동가는 직접행동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비록 무기박람회를 없애는 데 실패했지만, 우리의 행동이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좋은 일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네 활동가는 “같은 뜻, 변화의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 직접행동을 떠나서 일상에서도 힘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나의 활동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직접행동 의제에 귀 기울여 주고 함께 연대해서 민원을 넣어 주고 하는 것을 볼 때 뿌듯하다. 무엇보다 베트남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 분들이 탄탄이의 활동으로 힘을 얻게 되신 것 같아 기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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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고 소감과 질문을 발표하는 참석자들


이야기 손님들의 발제가 끝난 후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Q. 위험을 덜 감수하는 참여도 중요한 직접행동일까?

A. 직접행동의 범위는 매우 넓다.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소식을 알려 주고, 탄원서에 서명을 해 주고, 재판이 열리면 방청에 와 주는 일도 중요한 직접행동이다. 밖으로 표출되는 저항행동뿐 아니라 운동 단체들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노력들, 가령 단체를 더욱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운영하고자 이루어지는 노력들 모두 유의미한 직접행동이라고 생각한다.

 

Q. 세 분이 소개한 직접행동은 비폭력 직접행동인데, 직접행동 속 ‘폭력’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A. 폭력적인 액션은 상황에 따라서 비폭력 행동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폭력 행동의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 폭력은 되레 성과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무엇이 ‘폭력’이냐 묻는다면, 무장투쟁을 뒷받침하고 옹호해 온 무기류를 폭력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망치를 들고 전투기를 부수듯 더 큰 폭력을 막기 위한 행위는 ‘폭력’으로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긴 운동 속 침체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A. ‘YES’ 운동을 만들어 보자. 직접행동은 단순히 ‘반대하는 운동’만을 말하지 않는다. ‘NO’가 아닌 ‘YES’ 운동을 만드는 것은 훨씬 어렵다. 그러나 ‘YES’ 운동을 구상하는 과정이 내부 사람들에게 큰 영감과 희망을 줄 수 있다. 우리는 길게 가려고 모인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에너지가 떨어지면 곁의 누군가가 이를 채워주며, 이렇게 서로를 믿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곳, 놀고 싶은 공간을 찾아다녀 보자. 나를 힘들게 하는 무언가로부터 과감히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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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다에서 나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룹 대화를 하고 있는 참석자들


풍성한 이야기와 유의미한 질문으로 가득했던 이번 옥수수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내용을 가득 채워 여러분을 찾아 갈게요. 다음에도 수다 떨러 놀러 오세요~!


※ [옥수수다]는 이야기와 생각을 공유하는 커먼즈 모임입니다. 강연, 발표, 집담회 등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시도합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의지가 있어 목소리를 공유하고 싶은 분, 혼자서는 버거워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용기를 내서 하고 싶은 분, 베트남전쟁을 포함한 인권, 젠더, 반전, 생명, 평화 이슈에 관심있는 분들을 [옥수수다]의 주인공으로 초대해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정리: 두부

사진: 한베평화재단, 김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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