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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교육[6월 옥수수다 스케치] 전쟁기념관을 바꿀 수 있을까? / 박석진, 신재욱

20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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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옥수수다 스케치]

 전쟁기념관을 바꿀 수 있을까?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이 평화에 대한 상상과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전쟁기념관을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지난 6월 11일 한베평화재단에서 열린 일곱 번째 옥수수다는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6월은 국가가 지정한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이에 전쟁기념관에서도 한국의 국방력을 뽐내는 다양한 ‘호국 행사’를 열었습니다. 전쟁 성찰을 누락한 채 ‘호국’만을 강조하는 전쟁기념관,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이러한 고민에 도움을 줄 두 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이하 열군)의 박석진, 신재욱 활동가를 이번 옥수수다의 이야기 손님으로 모셨습니다. 두 사람은 <전쟁기념관을 바꿀 수 있을까?>를 주제로 반전평화의 시선으로 전쟁기념관을 다시 상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주셨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옥수수다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쟁기념관 전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 질문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전쟁 이후의 이야기’, ‘전쟁 속 여성과 어린이의 삶’, ‘평화운동의 역사’, ‘반성과 참회’,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학살 관련 자료와 문헌’ 등의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지금의 전쟁기념관이 어떠한 기억을 외면하고 삭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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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다에 참석한 사람들. 12명의 참석자와 함께했다.


전쟁기념관은 1987년 노태우 정권 당시 ‘국가나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에 맞서 올바른 호국 정신을 길러야 한다.’라는 취지로 등장했습니다. “전쟁기념관이 기억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전투’에 불과하다.”라는 한 참가자의 이야기에 신재욱 활동가는 “전쟁기념관은 전시가 국군 작전의 우수성, 대한민국의 승리, 소수 군인의 영웅 서사만을 강조할 뿐, 전쟁이 빚은 고통이나 전쟁에 연루된 수많은 민간인의 기억을 삭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공간의 명칭도 ‘군사박물관’, ‘전쟁박물관’처럼 덜 당파적인 이름이 제안되었지만 군 장성들의 의견을 거치며 ‘전쟁기념관’으로 결정되었다. 전쟁을 성찰하기보다 전승을 기념하려는 전시 방향이 명칭 안에 새겨져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전쟁기념관이 교육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데 있습니다. 박석진 활동가는 “연간 370만여 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데, 이중 약 30%가 어린이·청소년’이며 ‘군인들에게는 이곳 방문이 추가 휴가를 얻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쟁기념관은 단순한 전시관을 넘어 많은 시민에게 국가가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길 원하는지 보여 주는 ‘국정 교육 공간’인 셈입니다. 박석진, 신재욱 활동가는 “승전이나 전투에 대한 기록 끝에 ‘대단하다’, ‘훌륭하다’가 붙는 설명이 아니라, 그 뒤에 가려진 ‘진짜 전쟁’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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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의 신재욱(왼쪽), 박석진(가운데) 활동가와 한베평화재단 아침(오른쪽) 활동가.


열군은 2016년부터 ‘전쟁기념관 다크투어’를 진행해 왔습니다. 박석진 활동가는 다크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이 가장 인상 깊어 하는 전시 내용으로 ‘고지전’을 꼽았습니다. 1950년 6월에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1951년 7월경 휴전 논의가 시작되었는데요, 고지전은 1953년 휴전이 결정 나기까지 약 2년 동안 접경지역에서 벌어졌습니다. 많은 전사자를 낸 소모적인 전투였고 인간을 도구 삼는 전쟁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 전투였으나, 전쟁기념관은 “양적으로 확대되고 질적으로 성장했다.”라는 말로 이를 설명했습니다. 박석진 활동가는 “군인들의 전쟁 행위를 기념하고자 ‘박물관’이 아닌 ‘기념관’을 표방했지만, 정작 전시관에는 ‘인간 군인’의 죽음에 대한 연민이 없다.”라며 비판했습니다.


열군은 지난 2020년 한국전쟁 연구자들과 전쟁기념관 전시 내용의 문제점을 정리하여 정책 제안서를 작성했고, 이를 국방부와 전쟁기념관 측에 전달하여 여수·순천 10·19 사건과 제주 4·3 사건에 관한 전시 내용을 바꾸어 내기도 했습니다. ‘남한의 전투력을 소모시키려는 목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해당 사건을 설명하던 부분은 오늘날 수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박석진 활동가는 “‘노골적으로 반감을 주는 표현’만 사라졌을 뿐, 국익의 관점에서 전쟁을 조망해 온 방식은 여전한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열군은 <허락되지 않은 기억>이라는 이름의 대안 전시를 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전쟁 전후로 피란·폭격·학살의 대상이 되고, ‘빨치산’, ‘빨갱이’ 등 정치범으로 몰려 국가적인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되어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열군의 <허락되지 않은 기억> 온라인 전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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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 <허락되지 않은 기억>을 소개하는 모습.


이야기 손님의 발제가 끝난 이후 자유로운 대화가 이어졌는데요, 함께 나눈 질문 두 가지와 각각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공유합니다.


Q. 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요?

💬 전쟁을 기억하려거든 전쟁이 지닌 어두운 면부터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반전을 외쳐 온 평화운동의 역사도 함께 이야기되어야 해요. 전쟁을 막고자 국가에 맞서 싸워 온 사람들, 징병과 군사주의에 대항해 온 사람들, 전쟁 없는 세상을 꿈꿔 온 사람들의 서사가 국가의 전쟁 기억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 전쟁에 대한 국가와 개인의 기억이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민간인, 전시 피해자 등 전쟁에 연루되어야 했던 다양한 존재들의 기억이 함께 이야기되어야 할 것 같아요.


Q. 전쟁기념관을 바꾸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지금은 국방부 산하에 있는 전쟁기념사업회가 전쟁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구조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문화유산 관련 부처에서 전쟁 관련 전시를 담당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네요.

💬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기념관의 전시가 지니는 문제를 알리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 제도나 법적인 측면의 변화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쟁기념관의 관장 임명 구조를 개선하고, ‘전쟁기념관’이라는 공간의 명칭도 어떻게 바뀌면 좋을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고민이 이어져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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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전쟁 기억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최근 전쟁기념관 전시를 비판하고 이를 바꾸어 보려던 시민들이 전쟁기념관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활동가들의 모임 탄탄이’(이하 탄탄이)는 그간 전쟁기념관 3층 해외파병실의 채명신 장군 훈령 전시물을 철거하고자 힘써 왔습니다. 해당 훈령이 실제 베트남전쟁에서 지켜지지 않았고, 그 결과 많은 베트남 사람이 한국군에 의해 학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쟁기념관의 반응은 회피와 고소가 전부였습니다.

(탄탄이의 오마이뉴스 <나는 전쟁 ‘기념’에 반대한다> 연재 기사 보기)


전쟁기념관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번 옥수수다를 통해 ‘느리지만, 분명 바뀔 수 있다!’라는 희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일은 국가의 전쟁 기억 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전쟁이 야기한 고통과 죽음의 기억이, 국가폭력에 대한 성찰이, 반전을 위한 평화운동의 역사가 전쟁기념관 전시실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또 전쟁기념관이 미래의 전쟁을 옹호하는 공간이 아닌 ‘전쟁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때까지, 더 많은 질문과 목소리와 움직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음 옥수수다에서는 또 어떤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가 이어질까요? 많은 관심과 응원으로 지켜봐 주시고, 언제나 편하게 수다 떨러 놀러오세요~


※ [옥수수다]는 이야기와 생각을 공유하는 커먼즈 모임입니다. 강연, 발표, 집담회 등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시도합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의지가 있어 목소리를 공유하고 싶은 분, 혼자서는 버거워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용기를 내서 하고 싶은 분, 베트남전쟁을 포함한 인권, 젠더, 반전, 생명, 평화 이슈에 관심있는 분들을 [옥수수다]의 주인공으로 초대해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정리: 두부

사진: 한베평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