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연대의 씨앗을 나누다
보드게임 <호아쓰 필 때마다> 첫 시연회
- 보드게임 <호아쓰 필 때마다> 시연회(6월 4일) 후기 -

보드게임 ‘호아쓰 필 때마다’가 드디어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지난 6월 4일 저녁 7시, 베트남전 진실규명 운동을 담은 보드게임이 궁금해 직접 옥수동까지 찾아와 주신 2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시연회 자리를 가졌습니다.
시연회 1부는 ‘호아쓰 필 때마다’의 제작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 자리로 시작되었습니다.

보드게임 기획자로 참여한 소감을 전하고 있는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쥬
보드게임과 사회운동의 유사성에 주목하다
기획자로 참여한 전쟁없는세상 쥬 활동가는 반전운동과 사회운동 관련 보드게임 제작 경험이 많은 분입니다. 쥬는 베트남전쟁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보드게임에 담아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운동과 보드게임의 유사성을 묻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사회운동을 하려면 사람도 있어야 하고 물질적 자원도 필요하죠. 돈이든 뭐든요. 자원을 모아 어떤 행동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점이 운동과 보드게임이 비슷한 것 같아요. 게임도 사회운동과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부분이 있고, 사회운동에도 운이 개입하듯 보드게임에서도 운은 중요한 요소이자 재미로 작동하거든요.”
보드게임을 디자인하고 피해자들의 일러스트를 그린 기후활동가 랑 님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고령이 된 피해자들의 얼굴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힌 랑 님은 이번 프로젝트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했습니다.
“피해자분들의 검은 머리와 하얀 머리를 하나하나 그리면서, 이분들이 혼자 서 있었을 시간이 생각났어요. 관련 자료도 많이 읽어보고 직접 찾아보면서, 제가 이분들의 이야기를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었고요. 이분들이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을 생각하며, 그 존재를 기억하고 마주하고 쓰다듬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호아쓰 필 때마다'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는 구수정 상임이사
피해자의 존재를 담아낸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를 느끼다
1999년부터 베트남전 진실규명 운동에 함께해 온 구수정 상임이사도 보드게임에 대한 소회를 나누었습니다. 수많은 피해자들 가운데 15명의 피해자만 카드에 담겨야 했는데요. 카드에 미처 담지 못한 피해자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가슴 깊이 남아 있는 고 팜티메오 할머니(지엔니엔 학살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팜티메오 할머니가 생각나요. 가슴에 긴 흉터를 안고 사셨던 분이었어요. 제가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보는 날, 할머니께서 약값이 없다며 20만 동(당시 한화 약 1만 6천 원)만 달라고 하셨어요. 그때 저희는 피해 생존자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인민위원회 명단을 기준으로 지원하다 보니 도움을 받지 못한 분들도 있었어요. 마을에서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죠. 당시에는 운동 초기라 우리가 마을 사정을 충분히 알지 못했어요.
피해자에게 함부로 돈을 건네는 것이 조심스러워 일단 할머니의 요청을 뒤로하고 행사를 마친 뒤 이틀 후 약을 사 들고 다시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팜티메오 할머니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어요. 저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원칙을 이유로 할머니의 요청을 거절했던 일을 가슴 치며 후회했죠. 아, 그놈의 20만 동이 뭐라고.”
구 상임이사는 또 다른 기억도 나누었습니다.
“처음 보드게임 카드를 구성할 때 응우옌티니 할머니가 포함된 것을 보고 후배 활동가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어요. 우리 후배들이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응우옌티니 할머니를 기억해 주었구나 싶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죠. 이 15장의 증언 카드만으로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게임을 즐기지 않더라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보드게임 제작 과정의 어려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쥬는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지만, 의미와 재미를 유지하면서 난이도를 조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럼에도 ‘호아쓰 필 때마다’의 가장 큰 장점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쉬운 난이도를 꼽았습니다.

보드게임 디자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느낀 점을 들려주고 있는 랑
언젠가 연대가 필요한 순간, 싹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랑은 인물화 작업에 집중하던 시기에는 우울감 때문에 집 밖에 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증언뿐 아니라 그 증언을 듣고 기록하러 갔던 분들의 발걸음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하나의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느꼈고, 저 역시 그 과정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작업 내내 컸습니다.”
그러면서 한베평화재단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구수정 상임이사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보드게임 설명서에 담기 위해 축약해야 했던 어려움도 이야기했습니다.
“활동 초기에 제가 한 마을에 들어가면 30~40명, 많게는 100여 명의 피해자·유가족을 만나곤 했어요. 사실 제가 만난 피해자분들의 30분의 1도 아카이빙으로 기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정말 큽니다.”
그는 이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아카이브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한베평화재단 평화교육팀장으로 보드게임 총기획을 맡은 아침 활동가도 “드러내기 어렵고 아픈 과거사일수록 다양한 통로를 통해 시민들에게 소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역사적 사실과 맥락을 담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형태를 고민했다”고 말했습니다.
토크쇼를 마무리하며 참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 쥬 :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색깔과 숫자에 집중하게 되기 쉬워요. 하지만 게임이 끝난 뒤에는 카드 하나하나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꼭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랑 : 잠시 멈춰 서서 기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은 평화에 관심이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분들일 거예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관심과 투쟁이 필요하지만, 오늘만큼은 잠시 멈춰 서서 베트남전쟁 학살 문제를 돌아보고 그 기억의 씨앗을 가슴에 품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연대가 필요한 순간, 그 씨앗이 싹을 틔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짜오 : 처음에는 게임 자체에 몰두하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게임이 익숙해질 때까지 여러 번 플레이해 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하면서 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죠. 카드에 담긴 이야기와 숨결이 누군가에게 가닿는 매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후 3~4인씩 팀을 이루어 본격적인 보드게임 시연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증언(노랑), 증거(빨강), 진상규명운동(파랑), 베트남사업(초록) 카드를 규칙에 따라 협력하며 맞춰 나갔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베트남전 진실규명 운동이 걸어온 수많은 발걸음과 퍼즐 조각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게임 방식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로 이동해보세요.)
사진으로 보는 '호아쓰 필 때마다' 설명서(클릭)
물론 플레이에 집중할 때는 색깔과 숫자에만 눈길이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2~3차례 게임을 진행한 뒤에는 손에 쥐었던 카드 하나하나를 다시 살펴보며 ‘호아쓰 필 때마다’에 담긴 의미와 재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시연회에 참여한 분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 보드게임 <호아쓰 필 때마다> 플레이 후기 🌼🎲

🎲 모든 학교에서 꼭 교육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보드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협동심을 배우게 되고, 무엇보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게임이에요.
🌱 처음에는 숫자와 색깔에 눈이 가지만, 플레이하다 보면 카드에 점점 정이 들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질 거예요.
🔄 몇 번이고 반복해서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 어쩌면 반복해야만 할 것 같은 게임! 시연회 때 세 번이나 플레이했는데도 더 하고 싶어서 아쉬울 정도였어요. ㅎㅎ
📚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내용을 게임을 통해 배우게 되어 좋았습니다. 공부도 많이 되었어요.
💬 어려운 주제도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었고, 평소라면 꺼내지 못했을 마음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 베트남전 평화운동의 존재를 몰랐는데, 보드게임과 사전 토크를 통해 알게 되어 뜻깊었습니다.
🤝 함께 협력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임이라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게임이 끝난 뒤에는 카드에 담긴 희생자분들과 그 기록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어요.
🔎 20년 넘게 이어져 온 베트남전 진상규명 활동을 함께 걷는 기분이 듭니다. 내가 직접 나서 역사의 진실을 밝혀가는 느낌이에요!
✊ 베트남 민간인학살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현실에 답답함과 분노를 느껴왔습니다. 이 보드게임은 그 문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고, ‘더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어요. 역사 교육 과정에 ‘호아쓰 필 때마다’가 꼭 포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몇 번만 플레이해 보면 금방 익숙해질 것 같아요. 카드에 담긴 글과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한 번, 두 번, 여러 번 플레이할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게임입니다. 시간을 들일수록 더 많은 의미가 다가와요.
🕊️ 전시성폭력 문제를 보드게임으로 배운다는 점이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보드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협력형 보드게임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컴퓨터 게임에서도 협력 플레이를 좋아하는데, 보드게임은 경쟁형만 해봤거든요. (왜 이렇게 좋은 걸 이제야 알았을까요?) 😊
* * * *
모금 참여 리워드로 만나볼 수 있는 보드게임 ‘호아쓰 필 때마다’. 6월 12일 현재 모금 목표의 50%를 넘어섰습니다.
이 게임이 더 많은 시민들에게 전해져 베트남전쟁의 기억과 진실규명을 향한 발걸음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작은 카드 한 장에 담긴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연대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고, 또 다른 기억과 행동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시연회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과 관심과 응원으로 힘을 보태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드게임 후원참여
기억과 연대의 씨앗을 나누다
보드게임 <호아쓰 필 때마다> 첫 시연회
- 보드게임 <호아쓰 필 때마다> 시연회(6월 4일) 후기 -
보드게임 ‘호아쓰 필 때마다’가 드디어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지난 6월 4일 저녁 7시, 베트남전 진실규명 운동을 담은 보드게임이 궁금해 직접 옥수동까지 찾아와 주신 2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시연회 자리를 가졌습니다.
시연회 1부는 ‘호아쓰 필 때마다’의 제작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 자리로 시작되었습니다.
보드게임 기획자로 참여한 소감을 전하고 있는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쥬
보드게임과 사회운동의 유사성에 주목하다
기획자로 참여한 전쟁없는세상 쥬 활동가는 반전운동과 사회운동 관련 보드게임 제작 경험이 많은 분입니다. 쥬는 베트남전쟁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보드게임에 담아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운동과 보드게임의 유사성을 묻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사회운동을 하려면 사람도 있어야 하고 물질적 자원도 필요하죠. 돈이든 뭐든요. 자원을 모아 어떤 행동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점이 운동과 보드게임이 비슷한 것 같아요. 게임도 사회운동과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부분이 있고, 사회운동에도 운이 개입하듯 보드게임에서도 운은 중요한 요소이자 재미로 작동하거든요.”
보드게임을 디자인하고 피해자들의 일러스트를 그린 기후활동가 랑 님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고령이 된 피해자들의 얼굴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힌 랑 님은 이번 프로젝트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했습니다.
“피해자분들의 검은 머리와 하얀 머리를 하나하나 그리면서, 이분들이 혼자 서 있었을 시간이 생각났어요. 관련 자료도 많이 읽어보고 직접 찾아보면서, 제가 이분들의 이야기를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었고요. 이분들이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을 생각하며, 그 존재를 기억하고 마주하고 쓰다듬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호아쓰 필 때마다'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는 구수정 상임이사
피해자의 존재를 담아낸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를 느끼다
1999년부터 베트남전 진실규명 운동에 함께해 온 구수정 상임이사도 보드게임에 대한 소회를 나누었습니다. 수많은 피해자들 가운데 15명의 피해자만 카드에 담겨야 했는데요. 카드에 미처 담지 못한 피해자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가슴 깊이 남아 있는 고 팜티메오 할머니(지엔니엔 학살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팜티메오 할머니가 생각나요. 가슴에 긴 흉터를 안고 사셨던 분이었어요. 제가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보는 날, 할머니께서 약값이 없다며 20만 동(당시 한화 약 1만 6천 원)만 달라고 하셨어요. 그때 저희는 피해 생존자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인민위원회 명단을 기준으로 지원하다 보니 도움을 받지 못한 분들도 있었어요. 마을에서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죠. 당시에는 운동 초기라 우리가 마을 사정을 충분히 알지 못했어요.
피해자에게 함부로 돈을 건네는 것이 조심스러워 일단 할머니의 요청을 뒤로하고 행사를 마친 뒤 이틀 후 약을 사 들고 다시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팜티메오 할머니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어요. 저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원칙을 이유로 할머니의 요청을 거절했던 일을 가슴 치며 후회했죠. 아, 그놈의 20만 동이 뭐라고.”
구 상임이사는 또 다른 기억도 나누었습니다.
“처음 보드게임 카드를 구성할 때 응우옌티니 할머니가 포함된 것을 보고 후배 활동가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어요. 우리 후배들이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응우옌티니 할머니를 기억해 주었구나 싶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죠. 이 15장의 증언 카드만으로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게임을 즐기지 않더라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보드게임 제작 과정의 어려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쥬는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지만, 의미와 재미를 유지하면서 난이도를 조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럼에도 ‘호아쓰 필 때마다’의 가장 큰 장점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쉬운 난이도를 꼽았습니다.
보드게임 디자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느낀 점을 들려주고 있는 랑
언젠가 연대가 필요한 순간, 싹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랑은 인물화 작업에 집중하던 시기에는 우울감 때문에 집 밖에 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증언뿐 아니라 그 증언을 듣고 기록하러 갔던 분들의 발걸음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하나의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느꼈고, 저 역시 그 과정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작업 내내 컸습니다.”
그러면서 한베평화재단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구수정 상임이사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보드게임 설명서에 담기 위해 축약해야 했던 어려움도 이야기했습니다.
“활동 초기에 제가 한 마을에 들어가면 30~40명, 많게는 100여 명의 피해자·유가족을 만나곤 했어요. 사실 제가 만난 피해자분들의 30분의 1도 아카이빙으로 기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정말 큽니다.”
그는 이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아카이브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한베평화재단 평화교육팀장으로 보드게임 총기획을 맡은 아침 활동가도 “드러내기 어렵고 아픈 과거사일수록 다양한 통로를 통해 시민들에게 소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역사적 사실과 맥락을 담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형태를 고민했다”고 말했습니다.
토크쇼를 마무리하며 참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 쥬 :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색깔과 숫자에 집중하게 되기 쉬워요. 하지만 게임이 끝난 뒤에는 카드 하나하나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꼭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랑 : 잠시 멈춰 서서 기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은 평화에 관심이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분들일 거예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관심과 투쟁이 필요하지만, 오늘만큼은 잠시 멈춰 서서 베트남전쟁 학살 문제를 돌아보고 그 기억의 씨앗을 가슴에 품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연대가 필요한 순간, 그 씨앗이 싹을 틔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짜오 : 처음에는 게임 자체에 몰두하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게임이 익숙해질 때까지 여러 번 플레이해 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하면서 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죠. 카드에 담긴 이야기와 숨결이 누군가에게 가닿는 매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후 3~4인씩 팀을 이루어 본격적인 보드게임 시연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증언(노랑), 증거(빨강), 진상규명운동(파랑), 베트남사업(초록) 카드를 규칙에 따라 협력하며 맞춰 나갔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베트남전 진실규명 운동이 걸어온 수많은 발걸음과 퍼즐 조각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게임 방식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로 이동해보세요.)
사진으로 보는 '호아쓰 필 때마다' 설명서(클릭)
물론 플레이에 집중할 때는 색깔과 숫자에만 눈길이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2~3차례 게임을 진행한 뒤에는 손에 쥐었던 카드 하나하나를 다시 살펴보며 ‘호아쓰 필 때마다’에 담긴 의미와 재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시연회에 참여한 분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 보드게임 <호아쓰 필 때마다> 플레이 후기 🌼🎲
🎲 모든 학교에서 꼭 교육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보드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협동심을 배우게 되고, 무엇보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게임이에요.
🌱 처음에는 숫자와 색깔에 눈이 가지만, 플레이하다 보면 카드에 점점 정이 들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질 거예요.
🔄 몇 번이고 반복해서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 어쩌면 반복해야만 할 것 같은 게임! 시연회 때 세 번이나 플레이했는데도 더 하고 싶어서 아쉬울 정도였어요. ㅎㅎ
📚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내용을 게임을 통해 배우게 되어 좋았습니다. 공부도 많이 되었어요.
💬 어려운 주제도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었고, 평소라면 꺼내지 못했을 마음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 베트남전 평화운동의 존재를 몰랐는데, 보드게임과 사전 토크를 통해 알게 되어 뜻깊었습니다.
🤝 함께 협력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임이라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게임이 끝난 뒤에는 카드에 담긴 희생자분들과 그 기록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어요.
🔎 20년 넘게 이어져 온 베트남전 진상규명 활동을 함께 걷는 기분이 듭니다. 내가 직접 나서 역사의 진실을 밝혀가는 느낌이에요!
✊ 베트남 민간인학살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현실에 답답함과 분노를 느껴왔습니다. 이 보드게임은 그 문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고, ‘더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어요. 역사 교육 과정에 ‘호아쓰 필 때마다’가 꼭 포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몇 번만 플레이해 보면 금방 익숙해질 것 같아요. 카드에 담긴 글과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한 번, 두 번, 여러 번 플레이할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게임입니다. 시간을 들일수록 더 많은 의미가 다가와요.
🕊️ 전시성폭력 문제를 보드게임으로 배운다는 점이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보드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협력형 보드게임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컴퓨터 게임에서도 협력 플레이를 좋아하는데, 보드게임은 경쟁형만 해봤거든요. (왜 이렇게 좋은 걸 이제야 알았을까요?) 😊
* * * *
모금 참여 리워드로 만나볼 수 있는 보드게임 ‘호아쓰 필 때마다’. 6월 12일 현재 모금 목표의 50%를 넘어섰습니다.
이 게임이 더 많은 시민들에게 전해져 베트남전쟁의 기억과 진실규명을 향한 발걸음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작은 카드 한 장에 담긴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연대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고, 또 다른 기억과 행동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시연회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과 관심과 응원으로 힘을 보태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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