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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교육[옥수수다 스케치] 다시 만난 베트남 / 옌, 응우옛, 미(4월 11일)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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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옥수수다 스케치]


다시 만난 베트남 

- 옌, 응우옛, 미 -


옥수수다 두번째 시간은 한국에 살고 있는 세 명의 베트남분을 초대해 베트남의 사람·문화·전쟁기억에 관한 수다를 나누었습니다. 이전에 조촐하게 진행되었던 옥수수다에 비해 이번에는 두배는 많아진 참가자와 함께 베트남을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베트남 거주 13년 경험의 짜노(권현우) 활동가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 김창섭 


한국에 베트남은 꽤 가까운 나라입니다.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처럼 여행을 많이 가기도 하고 결혼이주여성들도 많습니다. 베트남 유학생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베트남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재단에서 만난 베트남인 유학생, 직장인들을 통해 각 지역별로 존재하는 문화 차이의 흥미로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옥수수다를 통해 그 차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야기 손님으로는 베트남의 남부, 북부, 중부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 분을 초대했습니다.


베트남 남부 사람, 옌 님 © 김창섭


먼저 옌 님은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호치민시 인사대 한국학과에 다니던 중 교수님과 선배들의 추천으로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의 한국군 피해지역 진료단 활동에서 통역을 하며 한국군 민간인학살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북부 출신 미 님 © 라니


미 님은 북부 하노이 출신으로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중 교수님의 소개로 한베평화재단을 알게 되었고 작년에 한베평화재단의 베트남전 진상규명 운동설계사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의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부 출신 응우옛 님 © 라니  


응우옛 님은 중부 꽝남성이 고향으로 다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베트남 피해자분들의 통역을 자주 맡아온 다낭외대 뚜옌(시내) 교수님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김이정 작가의 소설 <하미연꽃>과 <퐁니>를 베트남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재단에서 베트남어 초급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옥수수다의 콘셉트에 맞게 둥글게 원을 그리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아침


세 분의 이야기 손님 소개만으로도 이런저런 질문이 떠오르시나요? 옥수수다의 첫번째 테마는 베트남어의 다양성이었습니다.  일단 베트남어는 한국어보다 호칭이 매우 다양합니다. 언니/누나, 형/오빠, 아주머니/아저씨, 할머니/할아버지 등의 관계 속에서 주어가 달라지고 적절한 호칭은 대화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호칭 문제 때문에 나이를 자연스럽게 묻게 되는데, 그렇다고 나이에 따른 위계 문화가 한국처럼 강하지 않은 것이 베트남 사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의 공식 언어는 베트남어입니다(베트남에 사는 소수민족들 중 고유 문자를 가진 민족들도 있습니다). 베트남어는 6성조가 있고, 성조와 발음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그 양상이 한국어와는 사뭇 다릅니다.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는데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베트남어 교재를 보면 북부와 남부의 다른 발음을 함께 표기하고 있습니다. 듣기 파일에는 북부어로 나와서 언뜻 서울의 말을 표준어로 삼듯 수도 하노이의 말을 표준어로 생각하기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한국처럼 엄밀한 의미에서의 ‘표준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베트남에는 54개 민족이 있고 중부, 북부, 남부, 서부(메콩델타 지역), 산악지역 등 지형적으로도 다양하고 각 지역의 방송들이 본인 지방의 언어로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베트남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어에 대한 자존감이 매우 높은 특징을 갖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의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야기 손님들 © 김창섭 


각 지역별로 언어만 다른게 아니고 문화도 다릅니다. 노동문화와 노조나 파업에 대한 인식들, 군대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북부의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남부의 자유로운 문화, 자원과 환경이 열악해 근면과 성실이 강조된 중부의 문화도 있다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해보여도 들여다볼수록 다른 건 어딜가나 마찬가지겠죠? 

 

학창시절 군사훈련 경험을 나누는 이야기 손님들  © 라니  


이번 옥수수다에서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은 각 지역에서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전쟁시기 민간인학살 사건처럼 베트남에서도 민간인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배우거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응우옛 님은 꽝응아이성 근처의 꽝남성에 살았는데 꽝응아이성의 밀라이(베트남전쟁 시기 미군에 의한 학살 피해로 유명한 마을)에 다녀와 민간인학살 문제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베트남의 역사교과서는 베트남전쟁을 비중있게 다루지만 외세의 침략에 민족이 단결하여 승리를 거둔 서사를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합니다. 그래서 민간인 학살과 같은 전쟁의 비극과 고통에 대해서는 자세히 배우지 못하는 편입니다.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을 알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하는 이야기 손님들  © 라니 


옌 님의 경우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의 진료단 활동에 통역으로 참여하면서 민간인학살에 대해 알게 되었고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충격을 받고 한국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한 걸 후회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북부의 청년들은 전쟁 시기 폭격과 그로 인한 피난생활 등을 부모 세대에게 많이 듣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굶주림으로 많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하네요. 남부는 남베트남군을 가족으로 둔 경우가 많았고 중부는 조금 더 복잡했는데, 한 가족 안에 누구는 남베트남군으로 누구는 해방전선으로 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그런 부모와 조부모 세대에게 들었던 베트남전쟁의 경험은 다르기도 했지만 살아남은 이들이 겪는 아픔은 닮아있었습니다. 

 

다른 경험, 하지만 아픔은 닮은 전쟁 이야기 © 김창섭


참가자 중의 한 분이 일본 유학시절 경험을 이야기하며 피해자이기만 한 줄 알았는데 가해자이기도 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 손님들도 한 분은 화교출신으로의 경험, 베트남 남부가 사실은 과거 크메르족(캄보디아)의 땅을 뺐은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충격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주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보트피플 출신 비엣 타인 응우옛의 소설 <동조자>가 금서이고 동명의 드라마도 시청할 수 없는 점을 들며 역사의 조각들 중 일부만 진실로 전달되는 문제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 조각들이 펼쳐진 베트남을 만나 보았습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초대되었다면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겠지요? 베트남전쟁 그리고 평화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의 조각을 나누는 자리가 옥수수다입니다. 이야기손님으로 초대된 분들 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분들로 인해 더욱 풍성하게 이 세상의 조각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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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침
사진 | 김창섭, 라니,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