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남신문] 2022.05.08
* 잡지 [꽝남문화]로부터 '내가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를 주제로 한 기고문 요청받아 권현우 활동가가 쓴 글입니다. 2022년 4월 29일에 발간된 [꽝남문화](위 사진)에 글이 게재되었고 5월에는 [꽝남신문]에도 공유되었습니다. 글에 소개된 '한베청년평화캠프'는 한국의 시민단체 [나와우리]와 베트남 호치민시의 청년단체 [굿윌(Goodwill]이 함께 추진했던 사업입니다.
나에게 ‘꽝남’은…
나에게 ‘꽝남’은 베트남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호치민시에 12년을 살았고 그동안 베트남의 여러 여행지와 명소를 다녔다. 베트남에 처음 온 것은 2008년 여름으로 나는 25살이었다. 당시에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사파나 하롱베이, 후에의 황성과 같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평범한 베트남 사람의 집이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베트남의 도시가 아닌 농촌 마을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운 좋게도 나는 그러한 바람을 이루었다. 2009년, 2010년에도 이루었다. 그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고 평생 있지 못할 평화교류 프로그램이었다. 베트남전쟁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꽝남성에서 진행된 한베청년평화캠프에 참여했다. 당시 참가자들은 꽝남성의 농촌 마을에 홈스테이를 했다. 지금은 베트남에 홈스테이 여행이 많이 알려졌는데 당시에는 조금 생소한 방식의 여행이었다. 그 프로그램은 일주일간 농촌 마을에 머물며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이 마을을 위한 지원사업에 참여했고 주민들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놀라운 것은 여기서 부터다. 나와 같은 한국인 청년들에게 잠자리와 쉼터를 제공해준 마을은 다름 아닌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 피해 지역이었다. 선비엔(주이쑤옌현 주이응이아사), 퐁니·퐁녓(디엔반시 디엔안구), 빈즈엉(탕빈현)이 바로 그곳인데 심지어 참가자들이 머문 집들 중에는 유가족들도 있었다.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은 위령비로 가는 길 만들기, 초등학교 도서관 건립 등에 구슬땀을 흘렸고 한국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너무도 의미 있는 일주일의 시간을 보냈다.
꽝남성 사람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다정했다. 우리에게 숙소를 제공한 가족들과 마을 주민들은 우리를 진심으로 환영해주었고 가족처럼 대해주기까지 했다. 나는 그러한 태도가 너무 고마웠고 감동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우리에게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했다.
2010년 여름 빈즈엉. 모래벌판이 곳곳에 많은 이곳에 나를 포함한 한국과 베트남 청년 30여 명이 일주일간 머물렀다. 나를 재워준 민박집은 쯔엉지앙강이 보이는 작은 2층 집이었는데 집주인 아저씨는 어업에 종사하는 분이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었다. 마을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날 밤, 다행히 나는 아저씨와 술을 나누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마셨을까, 나는 아저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나의 큰아버지가 참전군인이라는 사실을 전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건넸다. 아저씨는 다름 아닌 유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사실 네 얼굴을 보면 한국군이 생각난단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순간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그날 밤 아저씨와 우리 민박집 참가자들은 밤늦게까지 술잔을 부딪쳤다.
매년 4월이 돌아오면, 나는 베트남전쟁에 대해서 생각한다. 한국군 참전군인의 조카이자 대한민국 여권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베트남전쟁을 생각하면 한국군의 잘못되고 부끄러운 역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4월이 다가오면 꽝남성에서의 기억이 다시금 나를 찾아오고, 빈즈엉사에서 만난 민박집 아저씨와 쯔엉지앙강을 떠올리곤 한다.
“과거를 닫고 미래를 향하자”. 요즘은 많은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의 이 말을 알고 있다. 베트남전쟁이라는 커다란 아픔과 상실을 간직하면서도 그러한 역사적 태도를 갖고 있는 베트남에 대하여 놀라워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한국 정부가 베트남의 그러한 점을 본받아 다른 나라와의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나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베트남 사람들이 과거를 닫자는 것은 결코 과거를 망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과거를 닫고 미래를 향하자”라는 말은 결코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지난 6년 동안 나는 한국군 피해 지역에 대한 한베평화재단의 지원사업과 장학사업, 그리고 위령제 등으로 꽝남성을 수십 차례 방문했는데 단 한 번도 지겨움을 느낀 적이 없다. ‘꽝남’이라는 말은 언제나 정겹고, 가슴 아프고, 그리운 언어로 나에게 지금도 살아있다. ‘꽝남’은 전쟁과 학살의 역사로부터 평화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마음의 등대로 내 인생의 바다를 비춰줄 것이다.
글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활동가)
번역 팜티칸리
* 잡지 [꽝남문화]로부터 '내가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를 주제로 한 기고문 요청받아 권현우 활동가가 쓴 글입니다. 2022년 4월 29일에 발간된 [꽝남문화](위 사진)에 글이 게재되었고 5월에는 [꽝남신문]에도 공유되었습니다. 글에 소개된 '한베청년평화캠프'는 한국의 시민단체 [나와우리]와 베트남 호치민시의 청년단체 [굿윌(Goodwill]이 함께 추진했던 사업입니다.